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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4호]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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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결손 바이러스로 코로나 바이러스 잡는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3D 프린터로 확대한 모형. photo phys.org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중증 환자 또한 속출하고 있다. 백신을 접종해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돌파감염까지 나오는 데다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확진자를 치료할 치료제 개발 현황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러스로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생물학과 마르코 아르케티(Marco Arkhetti) 교수팀이 그 주인공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세포로 침입할 때 가장 먼저 접촉하는 부분은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이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할 능력이 없어 숙주세포의 증식 시스템을 이용한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숙주인 인체 세포 표면의 수용체(ACE2)에 달라붙으면 세포의 문이 열리고, 세포 안으로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자가 복제가 가능해진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물질인 RNA를 세포 안에 주입한 후 RNA를 복제하는 RNA 중합효소를 생산하여 개체수를 늘린다. 바이러스 개체수가 증폭되면 감염 증상이 뚜렷해지고, 붕괴된 세포를 통해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의 세포를 감염시키기 때문에 외부 전파 확률도 높아진다.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복제를 반복하다 보면 염기서열이 잘못 맞춰지는 변이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종종 유전물질(형질을 자손에게 전하는 물질) 합성에 실패해 게놈 일부에 결손이 생기는 바이러스가 나타난다. 게놈(genome)은 유전자의 집합체로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두 단어를 합성해 만든 용어다.
   
   바이러스는 유전정보에 따라 여러 가지 단백질을 합성해야만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게놈 일부에 결손이 생긴 ‘결손 바이러스’는 자가 복제 능력이 없어 증식성을 잃게 된다. 생명에 필요한 성분을 모두 생산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감염력 있는 바이러스로 형성되지 못하고, 정상 증식 또한 가능하지 않아 증식 능력이 있는 보조 바이러스를 필요로 한다.
   
   또 결손 바이러스는 정상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간섭’ 현상을 나타낸다. 간섭은 2종의 바이러스가 하나의 세포에 감염될 때 한쪽 또는 양쪽의 증식이 억제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테면 어떤 세포에 결손 바이러스가 있을 때 그곳에 정상 바이러스가 들어가면 결손 바이러스가 유전물질이 포함된 정상 바이러스의 증식을 방해한다.
   
   뿐만 아니다. 결손 바이러스가 정상 바이러스의 복제 시스템(게놈)을 가로채 자가 증식을 한다. 정상 바이러스 입장에서 볼 때 기생충과 같은 결손 바이러스가 마치 보조 바이러스처럼 정상 바이러스를 사용해 대체하는 꼴이다. 이 같은 간섭을 일으키는 결손 바이러스 입자를 ‘결손간섭(DI·Defective Interfering)입자’라고 한다.
   
   마르코 아르케티 교수팀은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DI입자의 바이러스 증식 억제 작용에 주목했다. 그리고 DI입자의 이런 작용을 입증하기 위한 치료법을 설계했다. 결손의 결과로 결손바이러스의 게놈 길이가 더 짧다는 것을 감안해 연구팀은 인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게놈을 90% 차단해 무해한 DI입자 버전을 만들었다. 게놈의 길이가 더 짧으면 세포 안에서 DI입자가 정상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복제되는 것은 물론 정상 바이러스의 성장을 방해해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멸종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DI입자가 정상 바이러스의 복제 시스템을 사용할 때는 게놈도 손상시킬 수 있다.
   
   실제로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이미 정상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프리카 녹색원숭이 세포에 게놈을 조작한 DI입자를 주입했다. 이후 세포 안에서 DI입자가 정상 바이러스에 대해 간섭을 일으키는 시점에 따라 이들의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연구팀의 DI입자가 정상 바이러스보다 3.3배 빠른 속도로 복제해 증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정상 바이러스의 양은 24시간 내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길이가 더 짧은 게놈이 복제 시간도 짧아 빠른 증식으로 정상 바이러스를 죽음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연구팀의 생각이 들어맞은 것이다.
   
   
   결손간섭입자 조정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아르케티 교수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24시간 내에 정상 바이러스가 50% 감소한 것은 치료 목적으로는 충분하지 않지만 DI입자가 정상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증식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효력이 커져 정상 바이러스의 수치를 더 줄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다. 또 DI입자가 보조 바이러스로 삼는 정상 바이러스를 멸종으로 몰아넣으면 DI입자 또한 복제를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DI입자도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게 아르케티 교수의 설명이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피어제이(PeerJ)’에 실렸다.
   
   아르케티 교수는 DI입자가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사용이 가능한지 검증하기 위해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물이 아닌 인체 세포에 게놈이 조작된 DI입자를 주입해 정상 바이러스의 양을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 DI입자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 등이다.
   
   한편 연구팀은 DI입자를 세포 안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아직 정식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연구팀이 나노입자를 벡터(운반체)로 사용해 DI입자를 세포에 전달하는 방법의 추가 실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12시간 내에 95% 이상 감소되는 것이 관찰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에 벡터를 이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예를 들어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한다. 아데노바이러스를 인체 세포에 넣어주는 게 목적이 아닌 아데노바이러스에 항원 유전자를 실어 우리 몸속으로 운반하는 게 목적이다. 세포에 항원 유전자를 바로 집어넣을 수 없기 때문에 벡터로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운반체에 불과한 아데노바이러스도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어 이 바이러스를 사용할 때는 필히 독성과 감염력을 제거한다.
   
   아르케티 교수는 이 같은 몇 가지 추가 연구를 비롯해 게놈을 더욱 미세하게 조정하면 DI입자를 코로나19의 치료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생명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도 바이러스에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는 이때 연구팀의 DI입자가 치료약으로 개발된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정복하는 건 시간문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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