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를 둘러싸고 있는 슈퍼 항체. 청록색 부분이 항체다. ⓒphoto nature.com
코로나 바이러스를 둘러싸고 있는 슈퍼 항체. 청록색 부분이 항체다. ⓒphoto nature.com

미국의 과학자들이 코로나19와 변이들, 그리고 다른 유형의 코로나 바이러스에까지 효과가 있는 항체를 발견해 화제이다. 모든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작용이 가능한 중화항체라서 ‘슈퍼항체’로까지 불린다. 이 슈퍼항체를 발견한 주인공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캠퍼스(UNC)와 듀크대 등의 소속 연구팀을 비롯한 34명의 공동연구진이다. 이들의 발견으로 코로나 종식이라는 희망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팬데믹과 미래의 대유행도 막을 가능성이 높은 이 항체는 과연 어떻게 발견되었을까.

동물과 인간의 모든 변이 바이러스 차단

바이러스는 혼자 증식하지 못한다. 숙주(宿主)를 만나야 생물로 활동이 가능하고, 숙주 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그 복제 시스템을 사용해야 증식할 수 있다. 숙주 세포의 유전물질 복제 기능과 단백질 생성 기능을 마치 제 것처럼 이용해 자신의 유전정보를 복제하면서 자신과 닮은 바이러스 세포들을 증식해나간다. 이 같은 복제가 일어나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들어온다고 해도 다른 곳으로의 바이러스 감염이 진행되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복제를 할 때는 정상적으로 이뤄진 염기서열을 그대로 복제해야 자손을 번식시킬 수 있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자가복제를 반복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염기서열이 잘못 맞춰지는 실수가 종종 생겨 변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자신의 스파이크(spike) 단백질을 인체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에 결합해 침투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변이를 자주 일으켜 스파이크 단백질의 모양이 일부 변하면 항체가 바이러스의 세포 침입을 막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변이는 바이러스의 생존 전략이자 최대 무기이다.

과학자들은 전파력 강한 인도발 델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베타, 영국의 알파,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한 람다 등 코로나19 변이가 계속 늘고, 백신을 접종해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돌파감염까지 나오자 어떠한 변이에도 작용하는 ‘항체’를 찾아왔다. 변이가 일어나도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잘 반응하는 중화항체가 있다면 바이러스 감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초 심각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과 2012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은 대표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이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의 세포 침입을 차단하는 방어 작용을 한다. 항체의 적정 농도가 높을수록 코로나19에 대한 방어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체는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항체 치료법은 바이러스가 변이함에 따라 효력을 잃기도 한다. UNC와 듀크대의 공동연구진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에 대비하기 위해 변이에 강한 항체를 찾고자 계속 연구해왔다.

연구진은 사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시아 지역의 환자, 그리고 현재의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된 환자 등 1700명 이상의 혈액을 분석해 항체를 분리했다. 이 가운데 50개의 항체가 코로나19와 사스 바이러스에 모두 달라붙어 중화하고 복제를 차단하는 것이 확인됐다.

또 추가 분석을 통해 이들 교차결합 항체 중 ‘DH1047’이라는 항체가 특히 중화 효과가 강력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물론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를 비롯해 알파, 베타, 람다 등 다른 유형의 모든 변이까지 차단시켰다. 심지어 앞으로 인간을 괴롭힐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다른 유형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실험한 결과에서도 바이러스가 DH1047 항체에 맥을 못 추고 중화되었다. 훗날 어떠한 형태로 발생할지 모를 코로나 바이러스들에 맞설 중요한 열쇠를 발견한 셈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려는 많은 과학자의 노력 끝에 그동안 끊임없이 찾아헤매던 슈퍼항체가 드디어 드러난 것이다.

한편 연구진은 이 항체가 동물에도 적용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된 쥐를 대상으로 DH1047을 실험했다. 그 결과 쥐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감염되지 않았다. DH1047이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물에게는 어떻게 작용했을까.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에게 DH1047 항체를 투입한 실험에서도 폐의 심각한 증세를 줄여주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 이번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과학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온라인판에 실렸다.

DH1047 활용 치료제로 코로나19 종식 기대

DH1047 항체가 동물과 인간 바이러스에 모두 달라붙어 높은 중화 능력을 보이는 데 대해 듀크대 인간백신연구소(DHVI) 소장인 바턴 헤인스 박사는 “이 슈퍼항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수많은 변이를 거쳐 보존해온 부분과 결합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광범위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DH1047이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팬데믹과 향후 발생할지 모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맞설 수 있는 중요한 무기인 셈이며, 만약 미래에 또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연의 동물숙주에서 인간에게로 옮아도 그때의 발병에 치료제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채플힐 캠퍼스의 역학과 교수인 랠프 배릭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내려는 과학자들의 의지와 발전이 정말로 대단하다”며 “이번에 발견한 DH1047은 이미 알려진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부터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추후 나올 바이러스와 변이까지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백신 전략 설계의 견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신 역시 스파이크 단백질이나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인체에 주입해 항체 생성을 유도한다. 따라서 백신으로 DH1047을 활성화한다면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를 제거해 후속 전염과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

이제 남은 일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다. DH1047 항체를 활용한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려면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 동물은 물론 인체에 대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들 개발에는 최소한의 기간이 필요하고 비용 또한 만만찮다. 어쩌면 DH1047 항체 치료제가 개발되었을 땐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이 끝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치료제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미래에 또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 바로 차단시켜 종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연구진이 발견한 DH1047로 코로나19 시대를 종식해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고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다시 찾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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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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