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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사 김미경이 만난 생각을 파는 사람]  “뭘 할까보다 안 해야 할 것부터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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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237호] 201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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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김미경이 만난 생각을 파는 사람]“뭘 할까보다 안 해야 할 것부터 생각하라”

‘응답하라 1997’ 만든 생각 검투사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 

생각을 파는 사람 - 열일곱 번째 인물

셀러(seller) 이덕재 tvN 콘텐츠기획담당 국장
셀러유형 생각의 검투사(Thought Gladiator)
대표상품 드라마 ‘응답하라 1997’ 편성기획
최신상품 ‘김미경쇼’
생각 검투사의 셀링 포인트
1) 콘텐츠 기획단계부터 마케팅을 포함시켜라.
2) 결핍은 때로 엄청난 독창성을 만들어낸다.
3) 생각을 팔기에 앞서 구매자의 생각부터 제대로 사라.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요즘엔 초딩부터 80대 할머니들까지 다 나를 알아본다. 얼마 전에 강연하러 백화점에 갔더니 남자 고등학생들이 나를 발견하고 일제히 외쳤다. “야! 김미경이다!!” 며칠 전에는 서울 동대문시장에 옷을 사러 갔는데 가게 사장님들이 하도 알아보는 통에 쇼핑은 제대로 못하고 인사만 하다 왔다. 이렇게 인생이 피곤해진 이유는 단 하나, tvN ‘스타특강쇼’ 때문이다. 내가 그동안 지상파에서 강연한 것만 해도 거의 200편. 그런데 이 정도의 반응은 아니었다. 적어도 중고등학생까지 나를 알아보진 않았다. 그런데 스타특강쇼 이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첫 번째 강연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하자 아예 2편 더 찍었고 몇 달 동안 끊임없이 재방송됐다. 우리 딸도 케이블TV를 틀기만 하면 내가 나온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나는 그때 tvN을 다시 봤다. 채널이 가진 영향력도 상상 이상이었지만 케이블TV임에도 콘텐츠를 프로듀싱하는 솜씨가 지상파 못지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강연 열풍을 타고 공중파부터 케이블TV까지 너도나도 강연 프로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프로도 스타특강쇼처럼 찍지 않는다. 일단 카메라 수부터 다르다. 보통 강연 프로는 4~5대로 찍지만 스타특강쇼는 9대가 동시에 돌아간다. 편집도 3초마다 끊임없이 장면이 바뀐다. 그것도 모자라 CG까지 넣어 강연 프로임에도 예능 같은 느낌이 든다. 이렇게 공들여 만드니 시청률이 안 나오면 이상한 거다.
   
   얼마 전 tvN에서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 내 이름을 건 ‘김미경쇼’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강사가 아닌 MC로서 토크쇼는 한번 해보고 싶던 터라 직접 만나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때 CJ E&M 본사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이덕재(44) tvN 콘텐츠기획담당 국장이다. 그의 첫인상은 일단 ‘국장님’치고 너무 젊다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 테크놀러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10년 가까이 방송에 출연했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김미경쇼’를 성공시키려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부터 확실히 다지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무엇을 할까에 집중하지 말고 무엇을 하지 않을까부터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나는 이 말을 듣는 순간, 그에게 ‘캐스팅되기로’ 결심했다. 동시에 우리 인터뷰에 그를 ‘캐스팅하기로’ 마음먹었다. 대부분의 프로듀서는 다른 프로들의 이런 점이 좋으니 이걸 가져와서 해보자고 말한다. 그런데 그는 거꾸로다. 무엇을 안 할지부터 지워보자는 것이다. 생각의 출발 자체가 다르다. 나는 그의 이런 ‘두 낫(Do not) 발상법’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재료를 일부러 최소화시킨 뒤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수많은 생각 전투를 치러낸 배짱 두둑한 고수들만이 감히 도전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그는 ‘생각의 검투사’였던 것이다.
   
   
   홈쇼핑서 시청자들과 ‘밀당’하는 법 배워
   콘텐츠 기획부터 마케팅 담당자들 들어가 홍보 전략 논의

   
   이덕재 국장은 현재 tvN의 콘텐츠 기획과 편성은 물론 마케팅과 내부 살림까지 총괄하는 대표적인 브레인이다. 물론 여기까지 오면서 그도 별별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예능 PD 출신인 그의 첫 직장은 종합오락채널이었던 현대방송. 그곳에서 4년 동안 다종다양한 프로를 다 만들어봤단다. 여성 출연자들이 나와 신나게 수다를 떠는 토크 프로를 만들기도 하고, 음악 프로도 맡아보고 교양 프로도 연출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골고루 경험했다. 이덕재 국장은 그 4년 동안의 시간이 자신에게는 큰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행운(?)은 IMF 외환위기 때 회사가 없어진 사건이었다.
   
   “당시 현대방송은 다른 케이블 채널과 다르게 지상파 출신이 많았어요. 그분들에게 지상파의 눈높이를 배웠고 보는 시각도 많이 넓어졌죠. 그런데 IMF 때 회사가 망하는 걸 보면서 정말 중요한 걸 배운 거예요. ‘케이블TV를 지상파처럼 운영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나는 철저히 비즈니스 PD로 다시 태어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후 다른 케이블 방송에서 그가 맡았던 프로 중에는 홈쇼핑도 있었다. 그곳에서 이덕재 국장은 실시간으로 시청자들과 ‘밀당(밀고 당기기)’하는 법을 제대로 배웠다. 스튜디오에서 모니터 속의 매출 그래프와 분당 시청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언제 매진 자막을 때려야 매출 그래프가 치솟는지도 알게 됐다. 그때의 경험으로 CJ E&M에 와서 만든 것이 바로 격투 프로그램. 국내 최초로 라이브 방송을 도입했고 채널 로고 옆에 디데이(D-Day)를 넣었다. 마치 홈쇼핑처럼 마감이 임박했음을 알리며 시청자들을 압박해 TV 앞으로 끌어들였다. ‘위험 신호’도 훌륭한 마케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공중파에 비해 태생적으로 플랫폼과 콘텐츠가 약할 수밖에 없는 케이블TV는 시청률 1~2%에 목숨을 건다. 종편을 비롯한 수십 개의 채널이 동시에 경쟁을 벌이는 이 세계는 흡사 전쟁터와 같다. 지금이야 ‘막돼먹은 영애씨’ ‘화성인 바이러스’ ‘코미디빅리그’ ‘SNL 코리아’ 같은 간판 프로그램 덕택에 영향력이 많이 올라갔지만 tvN 역시 몇 년 전까지 빈약한 플랫폼을 메우기 위해 보릿고개를 견뎌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지상파는 죽어도 이해할 수 없는 DNA”로 자라온 것이다.
   
   지상파 출신 PD들이 tvN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이 바로 마케팅의 개념이다. 예전엔 프로그램만 제작하면 됐는데 여기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마케팅, 영업 담당자 등까지 모두 들어와 홍보 전략을 함께 논의한다. 이미 만들어 놓은 뒤에 마케팅을 하면 너무 늦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맨스가 필요해’라는 드라마는 키스 장면을 대본에 넣을 때부터 아예 짜장면 키스, 담벼락 키스, 코알라 키스 등 다종다양(?)한 키스 장면을 만들었다. 이를 찍어 방송 전부터 SNS와 각종 언론을 통해 미리 화제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또한 tvN의 ‘360제작팀’은 모바일, 캐릭터, 책 출판, OST 제작 등 하나의 콘텐츠를 360도로 돌려 팔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만들어낸다.
   
   케이블은 특성상 콘텐츠만 잘 만든다고 해서 살아남을 수 없다.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고 와 리모컨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것까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물론 세상의 모든 콘텐츠 제작자들의 운명이 다들 비슷하지만 방송은 특성상 ‘실시간 시청률’이 나온다. 내 생각이 어떻게 돈이 되는지 매초, 매분 계산되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만큼 살 떨리는 현장이 없다. 특히 케이블TV는 시청률이 안 나오면 바로 아웃이다. 비즈니스 프로듀서로서 성장하기에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응답하라 1997’의 성공 이유? 돈이 부족해서…
   자본 아닌 생각이 이뤄내는 창작은 한계가 없어

   
▲ 김미경 원장과 인터뷰 중인 이덕재 국장.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올해 tvN이 만든 최고의 히트 상품은 뭐니뭐니해도 ‘응답하라 1997’이다. 케이블 최초로 6%에 달하는 시청률을 올린 기념비적인 드라마. 나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주연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와 1990년대에 즐겨 불렀던 추억의 노래들, 삐삐 같은 물건들이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이덕재 국장이 분석한 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이 흥미롭다.
   
   “처음에 드라마 들어갈 때 신원호 PD한테 말했어요. ‘정말 미안한데 16부작 찍을 예산이 없다. 8부만 찍어라.’ 왜냐하면 신원호 PD는 KBS에서 ‘남자의 자격’을 연출한 예능 전문 PD였기 때문에 CJ에 와서도 예능 프로를 만들 거라고 예상했지 드라마를 찍겠다고 할 줄은 몰랐거든요. 드라마 예산 자체가 아예 없었던 거예요. 그런 상황이니 빅스타를 쓰는 게 불가능했죠. 게다가 4~5일 정도의 촬영분을 2~3일 만에 찍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고요. 그런데 결국은 이 모든 걸 뚫고 16부작을 만들어내더라고요. 만약 넉넉한 예산과 시간을 줬다면 지금의 그 맛이 안 나왔을 수도 있어요. 결국 궁함에서 크리에이티브가 나오더라는 것이죠.”
   
   그 역시 한때 아주 작은 채널에서 아주 작은 프로를 만든 적도 있다. 처음에 가서 봤더니 PD들의 생각이 돈과 정확히 비례했다. 예산이 적으면 생각의 폭도 자동으로 작아졌던 것이다. 그래서 아예 그는 생방송을 만들었다. 생방송은 오히려 돈이 적게 들면서 프로그램을 활력있게 만드는 기폭제가 됐고 시청률도 올라갔다. 이처럼 때로 결핍은 창의력을 만들어내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원이 되기도 한다. 결핍은 이전에 남들이 한 번도 안 해본 생각, 이전에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밑바닥 힘을 꺼내도록 만든다. 인생에도, 꿈에도, 창작에도 결핍이 최고다. 자본이 이뤄내는 창작은 한계가 있지만 생각이 이뤄내는 창작은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응답하라 1997’뿐만 아니라 tvN 대부분의 프로들이 스타나 스타작가를 기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잘 팔릴 만한 출연자에게 기대는 것은 그들에게 ‘지상파스러운’ 일이다. 이덕재 국장은 이런 방식이 지상파와 차별화가 안될 뿐더러 비용 대비 비효율이라고 말한다. 스타가 시청률을 끌어내는 부분이 있고 콘텐츠 자체의 힘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tvN은 후자에 초점을 맞춘다.
   
   유명한 스타나 유명한 드라마 작가만 믿고 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나 별로 유명하지 않은 출연자들로 시청률을 끌어내려면 웬만한 기획으로는 안 된다. 생각의 힘이 열 배는 강해져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피 터지는 생각 전투에 단련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처음에 ‘두 낫(Do not)’을 말했을 때 안심할 수 있었다. 생각의 하수들은 ‘투 두(To do)’를 먼저 생각하지만 고수들은 ‘두 낫(Do not)’으로 시작한다. 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한 감각이 생겼다는 것은 이미 그가 생각의 고수라는 증거다. ‘두 낫(Do not)’은 기존의 콘텐츠에 대한 분석이 이미 끝났다는 얘기고 완벽한 차별화를 하겠다는 전략이 섰을 때 가능한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이덕재 국장의 3가지 생각분류법
   시청자의 생각도 시스템으로 사들여라

   
   또 하나, 이덕재 국장이 남다른 점은 생각을 팔기 전에 생각을 제대로 살 줄 안다는 것이다. 물건도 원재료를 먼저 사야 가공해서 팔 듯 생각도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의 생각과 감성을 먼저 사서 팔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쩜 내 얘기를 하느냐”고 얘기하면 얘기할수록 제대로 산 거다. 그런데 이덕재 국장은 사는 데도 일종의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평소에 자주 들어가는 블로그를 지정해 놓고 정기적인 책자, 메일 알림 기능으로 지속적으로 정보가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둡니다. 그 뒤 정보가 들어오면 세 가지로 분류해요. 첫 번째는 버릴 것, 두 번째는 참고만 하고 버려도 되는 것, 세 번째는 프로그램 기획소재로 바로 활용할 것.”
   
   그는 tvN의 주 시청자층이 2030인 만큼 밥 먹는 시간을 활용해 사내의 20대들을 틈나는 대로 만나는 편이다. 20대가 요즘 뭘 고민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직접 들어보고 기획단계의 아이템을 시뮬레이션 해보기 위해서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 시청자들의 생각을 과학적으로 구매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포함하는 R&D 센터 격인 ‘콘텐츠 이노베이션팀’도 직접 만들었다. 요즘에는 모든 기업이 구매자의 생각을 사는 고객설문조사나 FGI(Focus Group Interview·집단심층면접)를 중요시 여긴다. 특히 주요 타깃층의 정확한 생각을 파악하는 것은 꽤나 비싼 일이 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시청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과학적으로 해체·분해·재조립하는 과정은 프로그램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 필수 조건이다.
   
   난다 긴다 하는 생각 고수들이 모여 작품을 만들어도 지상파건 케이블이건 성공확률은 20~30%에 불과하다. 이덕재 국장은 이를 50% 이상 올리는 게 목표다.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조건들을 과학적으로 통제해 최대한 이겨놓고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번 이겨볼까 하고 시도하면 이기기 힘들다. 이길 수밖에 없는 걸 갖고 오는 사람들이 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케이블TV에 입사할 때부터 한 가지 ‘끝그림’이 있었다. 지상파를 넘어서서 케이블이 성공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이긴다는 개념은 꼭 시청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시청자의 반향을 일으켜 거대한 물결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tvN의 약진은 그의 끝그림과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아마 지금까지 그가 생각을 제대로 팔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렇다면 20여년 가까이 생각의 검투사로 방송계를 누비던 그가 총괄하는 ‘김미경쇼’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갑자기 나도 궁금해진다. 독자 여러분도 궁금하다면? 매주 금요일 밤 10시, tvN 채널 고정이다.


   
김미경
   
   스피치 전문가 및 동기 부여 강사. ‘김미경의 아트스피치’ 원장, ‘W.insights’ 대표. 연세대 음대 졸업, 이화여대 정책대학원 석사. MBC ‘희망특강 파랑새’, KBS ‘아침마당’ 등 방송 출강. 저서로 ‘한 달에 한 번, 12명의 인생 멘토를 만나다’ ‘내 안의 스티브 잡스를 깨워라’ ‘2012년 자기계발을 위한 트렌드 키워드’ ‘언니의 독설’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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