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조절이 가장 중요해
너무 껴입어도, 추워도 문제
길 잃었을 땐 오던 길로 돌아와야
거리·시간 평소보다 짧게
눈 쌓인 산을 오를 때는 스패츠를 착용해야 신발에 눈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photo 영상미디어
눈 쌓인 산을 오를 때는 스패츠를 착용해야 신발에 눈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photo 영상미디어

유난히 추위가 일찍 찾아온 올겨울에는 폭설 소식도 잦다. 도심에서도 거리를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차고 길이 미끄러워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때다. 일상생활도 쉽지 않은 시기인데 산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제 뒷동산을 오르더라도 겨울 채비를 단단히 해야 할 때다.

특히 초보자에게 겨울산행은 엄청난 도전으로 느껴진다. 용기 하나로 덤벼들기에는 겨울산은 너무나 혹독하다. 자칫 잘못하면 건강을 해치거나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조용히 집안에서만 지내기에는 겨울산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안전한 겨울산행을 위한 왕도는 없다. 철저한 준비와 더불어 산행 요령을 숙지하고 안전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겨울산행용 장비는 보온기능이 중요시된다. 혹독한 추위가 닥쳐도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기 때문이다. 또한 겨울산행 장비는 방수, 방풍, 발한 기능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겨울에는 아이젠, 스패츠, 보온병, 발라클라바, 오버글러브 등 평소에는 사용치 않던 여러 장비가 필요하다. 게다가 겨울용 의류나 신발, 장갑 등은 부피가 크고 값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동계용 등산장비다.

겨울산행은 예기치 못한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야외활동이다. 이를 위해 철저한 준비와 더불어 겨울철 산행요령을 숙지하고 안전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겨울산에서도 왕도는 없다. 또한 자신에게 알맞은 코스 선택과 날씨에 따른 운행 방법도 큰 영향을 미친다. 겨울산으로 떠나기 전에 준비할 것과 지켜야할 수칙들을 알아본다.

산행 계획 세우기

거리·시간 모두 평소보다 짧게 잡아야

대도시 시민들은 주말 당일산행으로 근교의 산을 많이 찾는다. 이런 경우, 집에서 멀지 않은 산의 날씨는 크게 쓰지 않아도 된다. 창문 밖을 내다보면 날씨를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갈 경우, 미리 가고자 하는 곳의 날씨와 산의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해 해당 지역의 현재 날씨와 일기예보를 알아본다. 요즘에는 산별로 기상예보를 하고 있어 유용하다. 만약 가려는 곳에 폭설이나 강풍, 혹한 등이 예상된다면 산행을 미루는 것이 상책이다. 어쩔 수 없이 가야할 경우 철저한 채비와 운행계획을 세운다. 겨울산 최고의 복병은 바람이다. 허술한 채비로 강풍에 노출되면 순식간에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심각한 경우에는 1시간 사이에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바람을 막을 하드셸 재킷과 덧바지를 챙겨야 한다.

대부분의 산은 등산로가 여러 가닥이다. 특히 대도시 근교 산의 등산로는 거미줄같이 복잡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많은 등산로 가운데 어떤 길을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자신의 능력이다.

능력을 뛰어넘는 긴 코스로 잡으면 자신은 물론 동행한 동료들까지 고생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겨울의 낮 길이는 여름보다 3~5시간 정도 짧아 산행시간도 그에 맞춰야 한다. 게다가 악천후라도 겹치면 시계가 나빠져 길 잃을 확률이 높아진다. 등산로 상태도 나빠지기 때문에 산행 속도는 더욱 떨어진다.

눈이 무릎 이상 쌓인 지역에선 이동 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무리한 산행은 곧바로 조난으로 이어진다. 특히 초보자들은 당황해 쉽게 탈진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중적인 코스가 안전하다. 날씨가 좋은 때를 골라 짧은 거리를 여유 있게 답사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는다. 산행은 오후 4시 이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

페이스를 조절하라

추운 겨울철에는 땀 흘리면 위험

겨울산행 시 땀을 많이 흘려 옷을 적시면 저체온증이나 동상의 위험이 있다. 운동 삼아 산을 오른다고 과도하게 속도를 내는 것은 옳지 않은 운행방법이다. 땀도 많이 나지만 쉽게 지칠 우려가 있다. 무리한 운행은 자제하고, 쉬는 시간이나 식사 중에는 옷을 껴입어 체온을 유지하도록 한다. 기온이 낮은 겨울산은 의외로 체력소모가 많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체력을 잘 분배해야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따뜻한 날 양지바른 곳을 지날 때 너무 많은 옷을 껴입는 것도 피해야 한다. 산행하면서도 땀이 나거나 덥다고 느껴지면 모자나 장갑을 벗어 체온을 조절한다. 그것으로 모자랄 경우 웃옷을 하나 벗어 땀이 많이 흐르는 것을 막는다. 땀 조절이 산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겨울철 산중에서는 상황에 맞게 적절한 장비 사용과 신속한 행동만이 안전한 산행을 보장한다. 계곡 주변에 갑자기 빙판이 나타나면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이 우회로를 찾는 것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등산객이 많아 지체되는 코스에서는 재빨리 옷을 껴입는 것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요령이다.

옷이나 장갑 등이 젖지 않도록 유의한다. 가능하면 눈이나 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쓸데없이 눈밭에 뛰어드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특히 날씨가 푸근한 날 내리는 진눈깨비는 혹한보다 위험하다. 쉽게 녹아 옷을 적시게 되고, 이 상태로 바람을 맞으면 체온을 빼앗기게 된다. 습설이 내릴 때는 방수투습 기능성 소재로 만든 겉옷을 입고 운행해야 한다.

겨울철 배낭을 꾸릴 때도 신경을 써야 한다. 수시로 꺼내야 하는 장갑, 발라클라바, 헤드램프 등은 배낭 위나 옆의 주머니에 챙겨 둔다. 재킷이나 덧바지, 아이젠 등도 쉽게 꺼낼 수 있도록 위쪽에 넣어 둬야 상황에 따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겨울산의 매력인 설경을 즐기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수다. ⓒphoto 영상미디어
겨울산의 매력인 설경을 즐기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수다. ⓒphoto 영상미디어

겨울산 사고 대책

저체온증·동상 예방하고 눈사태 대비해야

겨울산은 위험한 곳이다. 폭설과 혹한, 눈사태를 만날 수도 있고, 과도한 체력소모로 인한 피로동사나 저체온증, 동상 사고도 우려된다. 이러한 사고는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사고 유형별 특징을 사전에 잘 파악해 숙지하면 예방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겨울산행 도중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판단착오로 길을 잃는 것이다. 특히 폭설이 내리거나 해가 진 직후 이런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산속에서 길을 잃으면 침착하게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 좋다.

눈보라가 치거나 해가 져서 방향을 분간하기 어렵다면 운행을 중지하고 은신할 곳을 찾는다. 등산로를 벗어나 조난을 당한 경우 모닥불을 피우고 램프를 깜박거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의 모든 방안을 동원해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 당일산행이라도 항상 헤드램프, 비상식, 예비의류, 방풍의, 판초 등을 휴대해 비상사태에 대비하자.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체온이 떨어지며 서서히 탈진해 의식을 잃는다. 이는 저체온증으로 이어져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심각한 조난상황이다. 저체온증 징조가 보이면 즉시 젖은 옷을 갈아입고, 따뜻한 차와 열량 높은 음식을 섭취한다. 침낭이나 다운재킷으로 보온을 하고 동료가 몸을 주무르거나 감싸 안아 환자의 체온을 높여 준다.

외부에 노출되기 쉬운 손, 발, 귀, 코 등은 동상에 취약하다. 동상을 예방하려면 피부를 최대한 감춰야 한다. 기온이 낮을 때는 장비를 다룰 때도 절대 장갑을 벗지 말고, 얼굴도 모자나 귀마개, 발라클라바 등을 착용해 드러내지 않도록 한다. 등산화 끈은 너무 과하게 조이지 말고 젖은 양말은 빨리 갈아 신는다. 가벼운 동상은 자신의 겨드랑이나 동료의 몸에서 체온을 전달받는 것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심할 경우 즉시 병원으로 후송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적설량이 많은 산에서는 가끔 눈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눈사태는 특정지역에서 반복되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눈사태 다발지역을 사전에 파악하고 사태 예상지역에서 행동방법 등을 숙지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눈사태 지역은 사면이 암벽으로 이루어진 V자형 협곡, 미끄러운 완경사의 암반지대, 경사진 사면이 길게 이어진 곳 등이다. 이런 지형은 기온과 눈의 상태 등을 관찰한 후 통과를 결정한다. 굳은 눈 위에 신설이 쌓여 있는 경우 눈사태 위험이 가장 높다. 눈사태는 눈이 내리는 도중이나 그친 후 하루 사이에 많이 발생한다. 가급적 이런 때에는 산행을 삼가는 것이 좋다.

겨울산행에 필요한 장비는 무엇이 있나

겨울철 산행을 하려면 가장 먼저 적합한 장비를 마련해야 한다. 겨울철 등산장비는 보온과 방수, 방풍, 땀 배출 기능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다 보니 첨단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고가의 제품들이 많다. 하지만 극한상황에 노출될 경우 목숨을 좌우할 수 있으므로 결코 장비 준비에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등산복 - 보온 기능·땀 배출 성능 고려해야

고어텍스 등산복
고어텍스 등산복

겨울산행용 의류는 등산복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기능과 더불어 특히 보온력이 요구된다. 당연히 활동하기 편하고 휴대가 간편해야 한다. 옷의 용도에 따라 필요한 방수, 투습, 방풍 기능도 적절히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중요한 것이 겨울에도 땀 배출이 용이한 것이 좋다는 점. 면으로 된 의류는 동계용으로 적당치 않다. 면은 한번 젖으면 잘 마르지 않고 보온력도 상실된다. 속옷도 쿨맥스와 같은 기능성 소재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혹한기에는 고소내의를 착용해 몸을 보호한다. 폴리프로필렌, 메라클론, 폴리에스터 합성섬유로 만들며 착용감과 활동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보온력은 물론 땀 배출력이 좋고 젖어도 건조속도가 빠른 것이 일반 내의와의 차이점이다.

상의는 플리스 소재의 티셔츠나 남방셔츠를 많이 입는다. 웃옷도 적당한 보온력과 활동성을 갖춰야 한다. 파워스트레치(Power Stretch)와 같은 신축성 좋은 플리스 소재가 인기 있다. 그 위에 방풍, 보온 기능을 지닌 소프트셸 재킷을 걸치면 근교 산을 오르는 정도의 가벼운 산행은 가능하다. 하지만 악천후를 대비해 반드시 방수, 방풍 기능의 하드셸 재킷을 준비한다.

바지는 보온력이 좋은 플리스 원단에 방풍 기능이 있는 제품이 무난하다. 윈드스토퍼가 대표적인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파워스트레치 소재의 바지는 착용감과 운동성이 뛰어나다. 다만 눈보라가 칠 때는 덧바지를 겹쳐 입어야 한다. 덧바지는 방수와 투습이 잘되는 하드셸 소재를 사용한 입고 벗기 편한 디자인의 제품이 좋다.

우모복은 보온력이 뛰어난 제품이지만 운행 중에는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 한곳에 오랫동안 머물거나 야영 산행 시 유용하다. 머리를 완전히 감싸는 넉넉한 후드가 달리고, 가벼운 비나 눈은 막을 수 있어야 한다. 부피가 작고 잘 부풀어 올라 수납이 쉬운 제품을 고르도록 한다.

운행구와 소품 - 장갑·스패츠·아이젠·스틱 등

겨울산행에 별도로 필요한 운행구로는 중등산화, 아이젠, 스패츠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밖에 고소모나 발라클라바(눈만 보이는 형태의 모자), 장갑, 오버미튼, 수통케이스 등의 소품도 갖춰야 한다. 다른 계절에도 사용하는 등산용 스틱이나 배낭, 고글, 수통, 헤드램프, 나침반, 지도 등도 꼭 휴대해야 할 것들이다.

동계용 등산화는 동상 방지를 위한 충분한 보온력을 갖춰야 한다. 방수성, 내구성, 마찰력 등은 기본이다. 두꺼운 가죽으로 된 중등산화를 많이 이용했으나 요즘에는 부드러운 가죽과 고어텍스, 보온재를 혼용한 제품이 널리 쓰인다.

아이젠은 눈과 얼음 때문에 길이 미끄러운 경우에 사용한다. 가벼운 워킹 등산에는 발톱이 4~6개짜리가 적당하다. 근교 산행용으로는 체인형 아이젠도 편리하다. 극한 환경에서 기능성을 발휘하는 발톱 10개짜리 워킹용 아이젠도 나와 있다. 상황에 적합한 제품을 골라서 사용하도록 한다.

눈이 깊은 곳에서는 스패츠를 착용한다. 등산화나 양말에 눈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보온막 역할도 한다. 방수투습성 원단으로 만든 것이 기능적이다. 당김끈과 부속품들이 튼튼한지 점검한 뒤 구입한다.

겨울용 배낭은 너무 작으면 불편하다. 당일산행도 45리터 용량은 되어야 여벌의 옷이나 장갑 등을 챙겨 넣을 수 있다. 겨울철 야영 산행의 경우 80리터 이상의 대형이 필요하다. 배낭커버를 준비해 비나 눈에 내용물이 젖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겨울철에는 낮의 길이가 상당히 짧다. 산속에서 조금만 지체해도 한밤중까지 산속을 걸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반드시 헤드램프를 휴대하고 예비 건전지도 챙긴다. 요즘 출시되는 LED 헤드램프는 사용시간도 길고 부피도 작아 사용이 편리하다.

고소모와 발라클라바는 머리와 얼굴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인 소품이다. 평소에는 고소모의 뺨가리개를 이용해 추위를 막고, 강한 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치면 발라클라바를 사용한다. 악천후에는 스키고글까지 착용해야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다.

장갑은 용도에 따라 얇은 것, 두꺼운 것, 오버글러브 세 종류를 준비하는 것이 정석이다. 얇은 장갑은 비교적 기온이 높은 날이나 취사구를 다룰 때 착용한다. 두꺼운 장갑은 몹시 추울 때 운행용으로, 방수투습성 원단으로 만든 오버글러브는 눈길을 내거나 혹한 시 보온용으로 사용한다.

겨울산 야영에 필요한 장비

동계용 취사구와 텐트는 따로 있다

혹한기에 사용하는 동계용 막영장비가 따로 있다. 바닥까지 내려오는 날개가 달린 동계용 플라이를 설치한 나지막한 돔형 텐트가 바람에 잘 견딘다. 인원에 맞도록 너무 크거나 작지 않은 적당한 크기를 준비한다. 눈 위에 텐트를 설치할 때는 바닥에 시트를 깔아 본체가 젖지 않도록 한다.

침낭은 보온력이 뛰어나고 부피가 작은 다운 제품이 적합하다. 방수투습 소재로 만든 침낭커버를 이용하면 습기를 막고 보온력도 높일 수 있다. 다운 함량 1200g 이상은 돼야 혹한기에 사용이 가능하다. 매트리스는 충분한 두께의 발포 소재 제품이나 공기 주입식 제품을 사용한다.

휘발유 버너는 겨울에 위력을 발휘한다. 가스 버너는 가볍고 자그마해 인기지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화력이 급격히 떨어져 무용지물이다. 휘발유 버너는 날씨가 추워도 뛰어난 화력을 자랑한다. 또한 휘발유는 가스에 비해 연료의 단위 중량당 생성열량이 훨씬 높다.

바람이 심한 겨울철에는 바람막이를 이용하면 효율적이다. 바람막이가 없을 때는 매트리스 등으로 대신할 수 있다. 그밖에 코펠, 식기, 수저, 칼, 라이터 등 기본 취사구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준비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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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월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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