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 60알은 나에게 60여가지의 좋은 아이디어를 준다.”

독일이 낳은 천재 작곡가 베토벤의 말입니다. 베토벤 역시 밤새워 창작활동을 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물론 저 역시 커피를 참 좋아합니다. 언제부턴가 커피는 제게 밥보다 더 중요한 식품이 됐을 정도니까요. 대학 때 시험공부를 위해 마시기 시작했던 커피를 지금도 하루에 2~3잔은 마시고 있습니다. 밤늦게까지 기사를 쓸 때 밀려드는 졸음을 쫓는 데는 커피만 한 게 없는 것 같더군요. 여기에 에너지음료까지 마시면 정신이 멍할 정도입니다.

지난 주 ‘高카페인에 중독된 대한민국’을 다루면서 제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를 마시기가 망설여지더군요. 습관적으로 커피를 찾던 제 생활습관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저 역시 카페인 중독에 가까웠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성인 1일 카페인 최대권장량은 400㎎. 참고로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커피 한 잔의 평균 카페인 함량은 130~160㎎입니다. 세 잔만 마시면 카페인 최대권장량을 그냥 넘겨버립니다. 문제는 커피만이 아니었습니다. 에너지음료를 비롯한 사탕, 껌, 콜라 등 많은 식품에도 다량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사람들이 카페인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먹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들이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자는 시간을 쪼개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리니 어쩔 수 없이 카페인의 힘이라도 빌려야 한다.” 그들에게 카페인은 만병통치약이었습니다. 졸음도 쫓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심리적 불안감도 해소시켜주는 그런 역할인 셈이었죠. 더 큰 문제는 중·고등학교에까지 카페인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겁니다. 시험기간에 고카페인이 함유된 ‘스누피 커피우유’와 ‘에너지음료’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합니다.

외국에서도 역시 고카페인 부작용 문제는 심각한가 봅니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15세 이하 청소년에게 에너지음료 판매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에너지음료의 광고는 물론, 교육시설과 정부 건물 내에서의 판매를 금지한 상태죠.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고카페인에 대한 규제는 일부 있습니다. 카페인 함량이 0.15㎎/mL 이상인 음료의 경우 반드시 고카페인 음료라는 표시를 해야 하죠.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그 강도가 매우 약한 편입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고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에 대해 제재가 없이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올해 정부는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이제는 ‘고카페인과의 전쟁’이 필요한 때가 머지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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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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