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인터뷰를 하던 이재명 시장이 노크 소리를 듣더니 “잠깐만 양해해 달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시장실을 개방했더니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들 온다”면서 집무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초등학교 3학년생 20명가량이 인솔교사와 함께 우르르 들어왔다. 이 시장은 조잘거리는 아이들을 자기 주위로 불러모으더니 즉석 문제를 내기 시작했다. “나라의 주인이 누구일까요?” 아이들은 “대통령” “주민들” “박근혜” 등 중구난방으로 대답했다. 이 시장은 다시 “성남시 주인은 누구지?”라고 물었다. “시장”이라고 답하는 아이를 향해 그는 “선생님, 얘는 내 것인데 청소 좀 시키겠다”고 했다. 이 시장은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한 5분간 민주주의를 이해시키려고 애썼다. 이 시간만은 대통령을 향해 격한 비판을 쏟아내던 광장의 연설가가 아니라 딱 초등학교 선생님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돌아간 후 이 시장은 “‘내 고장 알기’ 수업 때 아이들이 교사와 함께 시청을 찾는데 시장실도 방문한다”고 했다. 옆에 있던 이균택 성남시청 공보관은 “전임 시장 때 아방궁 소리를 듣던 9층 시장실이 이 시장 취임 후 2층으로 내려왔다”며 “이제 아무나 쉽게 시장실을 찾는다”고 했다.

지난주 커버스토리로 다룬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인터뷰는 즐거웠다. 불통의 지도자로 인해 울화가 치밀 때 소통의 정치인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건 한여름에 시원한 사이다를 들이켠 기분이었다. 지난 11월 30일 성남시 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이 시장은 두 시간의 인터뷰 동안 한 번도 질문을 비껴가지 않았다. 재치 있는 비유와 구체적인 수치를 앞세우는 그와의 문답(問答)은 흥미진진했다. 당초 한 시간으로 잡혀 있던 인터뷰 시간이 두 배로 길어졌지만 그는 기자가 준비한 모든 질문을 소화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는 특히 쉬운 언어를 강조했다. 기성 정치인이 쓰는 애매모호하고 현란한 언어를 ‘기만’이라고 했다. 말(言)이 정치의 본질이고, 쉬운 언어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이 좋은 정치의 시작이라고 할 때 요즘 차기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그가 뜨는 이유는 분명 있었다. 이 시장은 인터뷰를 끝낸 후 “주간조선 독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강연이 됐든 토론이 됐든 이른바 보수매체의 독자들 앞에도 서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적도 아닌데…”라면서 웃었다. 이재명의 소통은 거침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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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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