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까지 군산조선소 폐쇄설로 떠들썩할 정도야.” 전주에 사는 지인이 제가 쓴 기사(2436호)를 보고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그는 “전주 곳곳에서도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는다는 흉흉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군산을 넘어 전북 지역 전체가 군산조선소 폐쇄설로 잔뜩 긴장한 상태였습니다. 지난 주 저는 ‘현대중공업 철수 위기 군산의 비명’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군산에 다녀왔습니다.

군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출구를 나서자마자 바람에 펄럭이는 현수막이 보였습니다. 현수막에는 붉은 글씨로 ‘군산조선소를 지켜내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더군요. 이 문구가 현재의 군산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듯했습니다. 저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가기 위해 택시를 탔습니다. 목적지를 얘기하자 택시기사는 “군산조선소까지 가면 돌아올 때 빈 차로 올 수밖에 없겠네”라고 볼멘소리를 하더군요. 그러면서 택시기사는 제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는 “불과 몇 달 사이에 군산조선소에 택시로 출퇴근하는 손님이 거의 사라지고 없다”며 “이게 다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논란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취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이었지만 생각보다 군산의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군산조선소 관계자들은 “군산조선소 폐쇄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한결같이 말했습니다.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이니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군산조선소와 큰 연관이 없는 시민들까지 대부분 반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과거에 이미 비슷한 상황을 겪어 봤기 때문이었습니다. 군산에는 군산조선소 이외에도 한국GM, 두산인프라코어 등 굵직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몇 년 전 한국GM과 두산인프라코어는 경영난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군산산업단지에는 대규모 감축 바람이 불었고, 지역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되었습니다. 군산시민들은 “다시는 그런 상황을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군산시민들의 바람은 간절했습니다. 현재 군산시민들의 바람은 국회까지 넘어온 상황입니다. 지난 12월 5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군산조선소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송하진 전라북도지사는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전북도민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존폐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황입니다. 조선업 불황으로 인해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현대중공업의 지혜로운 판단으로 30만 군산시민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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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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