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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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액션로맨스영화 ‘얼라이드(Allied)’.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주재 나치대사를 암살하기 위해 부부로 위장 침투한 캐나다군 장교 맥스(브래드 피트 분)와 프랑스 레지스탕스 요원 마리안이 주인공이다. ‘얼라이드’에서 마리안으로 나온 마리옹 코티아르(41)와의 인터뷰가 지난 12월 말 비벌리힐스의 비벌리힐튼호텔에서 있었다.

사슴처럼 큰 눈에 광채가 나는 아름다운 모습의 코티아르는 악센트가 섞인 서툰 영어로 차분하게 대답했다. 코티아르는 프랑스의 유명한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전기인 ‘장밋빛 인생’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바 있다. 얼마 전 브래드 피트가 아내 안젤리나 졸리로부터 이혼 소송을 당한 게 이 영화에서 함께 출연한 코티아르와의 로맨스 때문이라는 가십이 있었다. 코티아르의 남편은 배우이자 감독인 기욤 카네다. 코티아르는 현재 둘째아이를 임신 중이다.

- 이 영화를 선택한 소감이 궁금하다. “여배우로서 이런 튼튼한 이야기 구조를 지닌, 화려하고 멋진 작품에서 내가 좋아하는 로버트 제메키스 감독과 일한 것이 정말 꿈과 같다. 깊이와 스타일과 아름다움을 고루 갖춘 영화다.”

- 브래드 피트와 함께 출연했는데. “그는 참으로 훌륭한 배우다. 그와 연기한 것은 황홀한 경험이었다. 그의 영화들을 거의 다 봤는데, 그는 매 영화마다 변신하는 사람이다. 그는 매번 다른 역을 시도하는 사람으로 나는 그런 배우를 존경한다.”

- 아기 엄마이자 아내로서 피트와의 루머가 견디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스타여서 이런 루머에 휩싸인 것 아닌가. “난 스타가 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배우가 되려고 했을 뿐이다. 난 내 꿈을 전파하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다. 난 생동하는 강렬한 꿈을 갖고 사는 여자이다. 나는 이로 인해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나는 배우로서 내 삶을 존경한다. 또 내게 열정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행운이다.”

- 처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처음 읽은 것은 4년 전이다. 그때 느낀 점은 마리안이야말로 모든 여배우가 꿈꿔온 역할이라는 것이었다. 난 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어둡고 짓눌린 여자로 나왔는데 이에 반해 영화 속 마리안은 황홀하고 화려한 시간과 배경 속의 여자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 프랑스 배우로서 할리우드 영화에서 버려야 할 점은 뭐라고 보나. “난 어떤 것도 버리지 않으려고 했다. 어떤 것을 버리려 하기보다 분석하려고 노력한다. 버리려고만 생각하면 무언가를 잃게 된다. 그리고 할리우드도 세상처럼 변화하고 있다. 나는 시네마의 고향인 할리우드에 늘 정직하고 진지하고 진실한 것을 말하는 작가와 배우와 감독이 있다고 믿어왔다.”

- 모래폭풍 속에서 섹스 장면을 찍기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런 장면을 찍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제메키스 감독이 항상 편하게 해줘서 큰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 그는 참으로 훌륭하고 재능 있는 사람이다. 러브신을 위해선 사전 연습을 많이 했다. 그리고 자유롭게 자신을 역에 내맡겨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

- 폭격 속에서 출산하는 장면은 어땠나. “그것은 정말 어려웠다. 잘못하면 과장된 연기를 하거나 아니면 모자라는 연기를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출산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 마리안이 맥스를 카사블랑카에서 처음 만난 것이 영화 ‘카사블랑카’가 개봉된 해와 같은 1942년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이것을 의식했나. “그 영화는 작품과 배우들이 다 전설적이어서 감히 영감을 받으려고 생각하는 게 두려웠다. 그러나 생각은 했다.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나는 모로코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 어머니가 되면서 변한 점은 무엇인가. “변했다기보다 진화했다고 봐야 한다. 어머니와 배우로서 일하자면 서로 다른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어머니가 되기 전에는 내 개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도록 영화에서의 역할에 영혼을 바쳤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가 끝나고 집에 오면 내 자신으로 돌아와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한다. 아이는 배우가 아닌 엄마인 나를 원하기 때문이다. 다섯 살 난 아들 마르셀은 엄마인 내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세트장에 오는 것을 싫어한다. 이제 둘째를 보면 배우와 어머니로서의 균형을 유지하기가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

- 역을 선택하는 기준은 뭔가. “튼튼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에이전트가 먼저 고르고 나서 그와 배역에 대해 상의한다. 그들은 내가 배우로서 진화할 수 있는 역을 고른다. 따라서 그들은 단순히 에이전트가 아니라 나의 창조적 삶을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얼라이드’의 한 장면
‘얼라이드’의 한 장면

- 특별히 자꾸 보게 되는 영화가 있는가. “윌 퍼렐과 존 C. 라일리가 주연한 코미디 ‘스텝 브라더스’다. 보면서 웃다가 울다가 한다. 난 코미디를 좋아한다.”

- 브래드 피트와는 언제 만났는가. “제작이 시작되자마자 제메키스와 함께 만났다. 그리고 촬영 15일 전부터 예행 연습을 했다. 준비 기간이 모든 영화에서 다 주어지는 게 아니어서 그 15일간은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나 자신을 잃지 않고 나와 전혀 다르게 일을 하는 배우들에게 적응한다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나는 미국인 피트가 프랑스계 캐나다인이 쓰는 프랑스어를 익히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 그는 훌륭한 배우일 뿐 아니라 친절하고 관대하며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 자연과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그 일은 내 삶의 일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우리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또 책임을 져야 한다. 난 그린피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린피스운동은 지구와 인간성에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을 계속 주시할 것이다. 그들은 순전히 영리추구를 위해 지구와 인간성을 해치고 있다. 난 우리의 생명과 생존에 관한 의식을 일깨워주고 있는 환경보호단체 사람들을 매우 존경한다.”

- 남편과의 관계는 어떤가. “너무 사적인 질문인데 우린 매우 행복하다. 우리의 삶은 멋지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진화하다 보면 더 훌륭한 사람이 되게 마련이다. 나는 남편으로 인해 나 자신을 더 많이 발견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옆을 정직과 사랑과 존경심으로 지키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아름답고 멋진 경험이다.”

- 영화에서처럼 가까운 사람의 정체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한 적이 있나. “자신을 알고 자신의 정체에 대해 마음을 열고 깊이 통찰한다면 다른 사람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문도 열린다고 본다.”

- 사람을 안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스스로를 아는 것조차 어려우니 타인을 안다는 것은 항상 의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계속해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매우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때로 의문을 느낄 때가 있다.”

- 당신은 크리스챤 디올의 모델인데, 모델을 하면서 배운 점은 무엇인가. “덕분에 패션에 대해서 보다 많이 알게 되었다. 그 전에는 패션이 예술의 형태라는 것을 몰랐다. 이젠 디올의 아름다운 창작품을 입으면 행복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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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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