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016 송년호 커버스토리로 ‘알파고 그 후, 한국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2016년 3월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공지능 ‘알파고’로 인한 열기가 얼마나 지속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우리 인공지능 기술이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을 만큼 올라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정부는 ‘알파고 쇼크’ 이전인 2013년부터 인공지능 관련 중·장기프로젝트를 시행해 왔습니다. 민간 분야의 투자도 계속됐습니다. 특히 어학 분야에서 우리 기술은 세계 수준에 뒤지지 않을 만큼 올라왔습니다. 네이버 파파고 최근 버전을 직접 사용해 보면서 적어도 한국어 관련 인공지능은 우리 기술이 세계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의 성장세는 압도적입니다.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로 대표되는 미국의 플랫폼 기반 ICT기업들은 막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갖가지 인공지능 기술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한국어를 완벽히 습득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올 3월이면 국내에 상륙한다고 합니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술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중국 회사들의 추격도 무섭습니다. 중국의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는 막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와 공유경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인터넷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서 앞서 나가려면 빅데이터가 관건입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기반이 빅데이터이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이 유리한 이유도 구글·바이두 등 거대 플랫폼을 갖춘 업체가 있어 데이터를 모으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최근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공데이터를 개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래부의 정책이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현 정부의 대표 슬로건 중 하나인 ‘창조경제’와 관련된 부처라 차기 정부에서 없어질 부처 1순위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의 과학·정보통신 분야 컨트롤타워인 미래부가 다음 정부에서 어떻게 쪼개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전 이명박 정부는 과학 관련 부서를 교육부에 통합하고 정보통신부를 폐지해 과학을 홀대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정권과 관계없이 미래를 향한 발걸음은 계속돼야 합니다. 한국이 과학과 정보통신 기술을 홀대한다면 강대국 사이에서 발전할 길은 요원합니다. 2017년 새해 정국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로새겨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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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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