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017년 특수활동비 19개 기관 8938억원’이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기사를 쓸 당시 올해 기관별 특수활동비는 지난해 공개된 정부 측 편성안만 밝혀졌을 뿐 국회를 통과한 확정안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국회 통과 확정안이 정부 편성안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확정된 금액을 찾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확정된 기관별 특수활동비의 정확한 액수를 확인하기 위해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담당자에게 문의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금액 자체에 대외비 성격이 있다”며 관련 내용을 전혀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대략의 금액이 공개됐음에도 그는 답변을 극구 꺼렸습니다.

다른 루트를 통하니 확정안을 입수하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9월 올해 특수활동비의 정부 편성안을 공개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를 통하자 전화 한 통화로 기획재정부가 최근 제출한 자료를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올해 확정된 특수활동비 금액을 문의하는 기자들이 많아 기재부 담당자에게 물어봤었는데 마침 이틀 전 보내온 자료가 도착했다”며 제게 자료를 넘겼습니다. 수집한 자료들을 취합해 분석한 결과 특수활동비를 지급받는 기관의 수와 금액이 모두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의원실 관계자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관계 몇 가지를 확인하려는데도 기재부 담당자는 답변을 꺼렸습니다. 그는 “확인만 해달라”는 제 요구에 당혹스러워하며 “명쾌히 밝힐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습니다. 일선 실무 담당자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앙부처 5급 사무관에게 주어진 재량권은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사에도 썼지만 특수활동비 사용의 불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것은 국회 때문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특수활동비는 국회의 예산 심의과정에서 감시를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각 정당의 대표·원내대표, 상임위원장 등도 특수활동비로 매달 수천만원을 지급받습니다.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문제가 제기된 것도 여러 번,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된 것도 여러 번이었지만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회기가 종료되면 함께 사라지곤 했습니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특수활동비와 관련한 속시원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특수활동비도 국민 세금입니다. 보안상 특수활동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편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해당 기관 차원에서 국민에게 투명하고 자세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혈세를 두고 하는 비아냥인 ‘눈먼 돈’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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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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