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지난해 1월 대만 총통에 당선됐을 때, 대만 국적의 한 화교(華僑) 지인은 한국의 정권교체를 예견했습니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의 일입니다. 대만과 한국의 정권교체 주기가 비슷하다는 것이 그 근거였습니다. 한국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최초로 여야 정권교체를 이룬 후, 대만 민진당은 천수이볜(陳水扁)을 앞세워 대만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뤘습니다. 천수이볜 총통은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임기를 같이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집권한 직후 대만 국민당도 마잉주(馬英九)를 앞세워 정권을 재탈환했습니다. 마잉주 총통은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임기를 같이했습니다. 진보와 보수가 번갈아 집권하는 주기가 놀랍도록 일치합니다. 예견은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정확히 적중했습니다.

한국과 대만은 그 외에도 닮은 점이 많습니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겪은 점과 이념으로 인해 분단돼 있는 점도 비슷합니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개발독재를 거치며 압축성장을 이뤄낸 점도 비슷합니다. 1인당 GDP는 한국이 대략 2만7000달러, 대만은 2만4000달러로 거의 비슷합니다. 이런 까닭에 일본을 경쟁자로 보는 한국과 달리, 대만은 한국을 경쟁자로 봅니다. 정책도 유사합니다. 천수이볜 총통은 한국의 쓰레기종량제를 도입하더니, 요즘 문재인 정부는 차이잉원 정부의 ‘비핵(非核)’을 모방해 ‘탈핵(脫核)’을 화두로 던졌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의 대안으로 제시한 ‘2030년 신재생에너지 20%’는 차이잉원 정부의 ‘2025년 신재생에너지 20%’에 비해 시기만 5년 늦을 뿐 방법 면에서 거의 흡사합니다.

하지만 한국과 대만은 에너지 측면에서 사실상 고립된 섬이란 점을 제외하고는 다른 점이 많습니다. 우선 신재생에너지를 추진하는 환경이 다릅니다. 대만은 겨울철 날씨가 좀처럼 영하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일조량이 풍부합니다.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 늘어선 야자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풍부한 일조량을 이용해 태양광발전을 하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어떻습니까? 봄에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뒤덮여 해를 보기 힘들고 겨울은 영하의 추위에 벌벌 떱니다. 제주도를 제외하면 딱히 바람이 많이 부는 것도 아닙니다.

대만은 여차하면 중국과 해저송전선을 연결해 전력을 사올 수도 있습니다. 해저송전선 연결은 중국도 오매불망 원하는 바입니다. 한국은 전기를 사올 만한 주변국이 없습니다. 북한은 전력부족으로 오히려 우리가 전력을 공급해줘야 하는 대상입니다. 개성공단을 열었을 때 경기도 파주의 문산변전소에서 16.8㎞의 송전선을 연결해 전력을 공급했습니다. 향후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려면 남한의 자체 전력수요보다 더 넉넉한 발전설비를 갖추고 언제든지 북에 전력을 공급할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 대만과 달리 한국이 처한 냉정한 현실입니다. 지난 7월 5일 전국 대학의 이공계 교수 400여명이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재고(再考)를 촉구한 것도 그런 까닭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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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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