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기를 가까이서 본 것은 2015년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에서입니다. 하얀 프로펠러가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이국적 풍광을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동행했던 제주에너지공사 관계자로부터 “빙글빙글 돌아가는 프로펠러 탓에 마당에서 기르던 개가 바보가 됐다는 민원이 접수됐다”는 말을 듣고 웃어넘긴 적이 있습니다. 지난주 찾아간 제주시 해안동의 한국전력 서제주변환소 앞에서 누렁소 두 마리를 봤을 때, ‘저 소는 과연 괜찮을까’란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이곳은 전남 진도에서 남해바다 아래로 건너 들어오는 ‘초고압 직류송전선(HVDC)’이 매설돼 있는 곳입니다.

한국에서 신재생에너지가 각광받은 것은 이명박 정부 때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과제로 내걸면서입니다. 2008년 7월, 두바이유(油)의 배럴당 가격이 131달러로 고점을 찍었습니다. ‘3차 오일쇼크’란 말이 나왔습니다. 당시 석유의존도를 낮출 목적으로 수많은 신재생에너지 실험이 행해졌습니다. 한편 MB정부는 원전에도 관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신재생에너지는 현존 기술로 엄연한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2009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신형 경수로(APR-1400)를 186억달러에 수출하는 쾌거를 올렸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준공 예정인 UAE 바카라 원전입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58년 대약진운동을 벌이면서 마을마다 ‘토법로(土法爐)’란 재래식 용광로를 설치하게 했습니다. 제철생산량을 늘려 15년 안에 영국을 추월하고, 50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초영간미(超英美)’가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철을 뽑아낸답시고 농기구를 비롯한 각종 쇠붙이를 대장간에서 녹여버린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농사지을 농기구가 사라져 수천만 명이 굶어죽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아사(餓死)사태가 터졌습니다. 이를 반면교사 삼은 박정희 대통령은 ‘포항제철’(현 포스코) 건설이란 정공법을 택해 한국을 세계적 제철강국으로 키웠습니다.

요즘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지는 탈(脫)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논란을 지켜보면 포항제철과 토법로가 자연스럽게 비교됩니다. 마오는 조강생산량에만 집착해 ‘토법로×중국인=제철생산량’이란 희대의 대착오를 빚었습니다. 토법로에서 생산한 철의 조잡한 품질에는 무지했거나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오늘날 신재생에너지가 당시 토법로와 같은 처지입니다. 전문가들은 발전량도 충분하지 않고, 품질(전기 주파수)마저 일정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고 경고합니다.

제주도가 신재생에너지 실험을 거듭할 수 있는 것은 육지와 연결된 든든한 생명줄인 해저송전선이 있는 까닭입니다. 제주도와 달리 한국은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에너지 측면에서 고립된 섬과 같습니다. 원전을 꺼트려 전력이 부족해지면 당장 전기를 구해올 곳도 없습니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전력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안전판 없는 탈원전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행보가 제2의 대약진운동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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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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