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스테네스는 2500여년 전 그리스 아테네에 직접민주주의 체계를 만든 정치인입니다. 이후 아테네에 사는 20세 이상의 남성은 연 40차례 이상 아고라(Agora)에 모여 민회(民會)를 열었습니다. 3만이 넘는 시민 가운데 매번 6000여명 정도가 광장에 모였습니다. 민회에 참가한 시민은 각자에게 주어진 관리 선발·법률·세금·재판·시민권 부여 등의 권한을 행사했습니다.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는 모든 시민이 동등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오늘날 민주주의의 이상적 모델로 회자되곤 합니다.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당시 광화문 광장에선 매주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주최 측은 연인원 1700만명의 시민이 총 23차례에 걸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시청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이른바 ‘태극기집회’가 열린 것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지난 겨울 대한민국의 아고라는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대의(代議)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여의도 국회는 광장의 목소리를 수용,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습니다.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선출된 권력을 압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났고, 5·9대선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됐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7월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문에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방향을 설명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핵심은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국민 개개인이 주권자이고, 내가 만들고 스스로 결정하는 정책’을 추구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정부가 탈(脫)원전을 추진하며 공론화위원회를 만들고 배심원단에 탈원전 가부 결정권을 부여하겠다고 했습니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탈원전 정책 논의와 결정권을 국회로 넘기라고 하지만 여론은 선출된 이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대의민주주의는 흔들리고 있고, 광장의 지지를 받아 탄생한 정부는 직접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아테네의 시민이 될 수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는 그런 이상향을 우리에게 선물할 수 있을까요. 그리스 아테네에서 민회가 열릴 때, 시민들이 광장에 모일 때 노예들은 그들을 위해 일해야 했습니다. 선진국들이 대의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한 것은 왜일까요? 우리는 지금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한 2017년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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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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