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보도한 이유남 교장선생님과 두 자녀 이야기는 반전 드라마의 끝판왕이었습니다. 자녀를 공부기계로 만들려는 완벽주의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은 흔하디 흔하지만 이 가족의 스토리는 너무 드라마틱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유행어를 빌리자면 “이게 실화냐?” 반응이 절로 나오더군요.

두 자녀는 엄마의 자랑거리에서 숨기고 싶은 치부 같은 존재로 전락합니다. 전교 1등을 도맡아하던 엄친아 남매가 나란히 자퇴를 선언하더니 순둥이였던 아이들이 폭군처럼 변하고, 삶을 포기한 듯 폐인이 됩니다. 자해소동과 응급실행, 교통사고와 수술 등 역대급 드라마 뺨치는 사건과 사고가 수없이 일어납니다. 그러다 신기하게도 서서히 변해갑니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던 일을 찾아가더니 지금은 그 누구보다 충만한 삶을 꾸리고 있습니다. 계기는 엄마입니다. 아이들은 엄마 때문에 아팠던 겁니다. 지시하고 명령하고 확인하고 재촉하는 ‘독재형 엄마’ 때문에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던 아이들은 ‘코치형 엄마’로 바뀌자 서서히 변해갑니다. 그 변화 과정이 하도 신기해 마법 같더군요.

“엄마 목소리만 들어도 소름 끼쳐”라며 죽일 듯 엄마를 밀쳐내던 아이들은 이제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가 제 엄마라는 게 정말 행복하고 감사해요.”

지난주 이유남 교장 인터뷰를 하면서 여러 번 울컥했습니다. 그의 고백은 진솔하고 절절하더군요. “나는 부모가 아니라 감시자였다. 엄마가 아니라 원수였다”라고까지 말합니다. 어느 부모인들 자식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요. 각자의 방식대로 자녀들에게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지요. 부모로서 자신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내가 너를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데!”라며 원망하기 십상이지요. 하지만 그는 달랐습니다. 울화통이 치밀 때가 많았지만 자신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피 토하는 심정으로 고쳐나갔습니다. 엄마의 반성으로 아이들에게 기적이 일어난 셈입니다. 기사가 나가고 이유남 교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국에서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기사 잘 읽었다면서요. 다들 자기 얘기 같대요. 우리 집 같아서 깜짝 놀랐다, CCTV 틀어놓은 줄 알았다, 눈물이 났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각종 특강과 방송국 출연 요청도 쇄도했다고 합니다. 제 주변에서도 기사에 대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역시 “내 얘기 같다”는 피드백이 많더군요.

이유남 교장은 코칭 전도사가 됐습니다. 전국 곳곳을 누비며 “코치형 부모가 되어야 아이가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는 깨우침을 전파합니다. 이제 교육계에서 그는 꽤 유명합니다. 경험을 녹인 절절한 특강은 감동과 가르침이 남다릅니다. 그는 “문제아는 없다, 문제부모만 있을 뿐”이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최고의 코칭 기본은 내려놓음이고, 가장 훌륭한 코칭 스킬은 믿음과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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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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