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보다 더 심한 중독이 바로 도박이다.”

지난주 보도한 ‘도박의 덫에 걸린 청소년들’ 기사에 달린 300개가 넘는 댓글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입니다. 도박의 위험성을 알리는 댓글이 대다수였습니다. 반면 기사에 도박의 종류와 방법이 너무 자세하게 나와 있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기사를 통해 몰랐던 도박의 종류를 알게 될 청소년들을 걱정하는 목소리였습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도박을 상세하게 다룬 이유가 있습니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이 초기에 벗어나지 못하고 중독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주변의 무관심이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들이 이 기사를 보고 자신의 자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했습니다. 취재를 하며 만난 전문가들은 “전두엽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기에는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모는 항상 자녀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부모가 도박 게임을 하는 자녀에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한국 도박문제관리센터 상담소를 찾아온 부모들은 자녀가 도박중독에 빠진 한참 뒤에야 알아챈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취재하며 만난 청소년들도 “처음엔 그냥 게임이라고만 생각했다”면서 “부모가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인지 청소년들은 도박에 대한 위험성이나 문제의식도 거의 없었습니다.

청소년기는 도박에 쉽게 빠질 수 있지만 또 얼마든지 빠져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자녀에게 관심을 갖고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녀가 도박에 빠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용돈을 자주 달라고 하거나 비인기 운동경기를 빼놓지 않고 챙겨 보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면 자녀의 통장 계좌를 확인해 보는 게 좋다고 합니다. 비인기 운동경기 결과를 바탕으로 불법 스포츠 도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기사에 나온 도박 은어를 알아두면 자녀를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가정과 학교에서 도박예방교육은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지난해 학교 차원에서 도박예방교육을 진행한 중·고등학교는 전체 5500여곳 가운데 390여곳에 불과했습니다. 청소년 도박예방교육 실시율이 10% 미만이라는 점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건강하게 자라나야 할 청소년들을 위해 가정과 학교가 달라져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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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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