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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2525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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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人] 보사노바 가수 나희경

음반 30장 들고 날아가 브라질을 매혹시키다

황은순  기자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8년 전, 나희경(31)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줄기차게 음악을 하고 싶어했지만 부모는 외동딸이 계속 공부하길 바랐다. 그나마 대학에서 음악인지심리학을 전공한 것은 그와 부모가 한발씩 양보한 결과였다. 유학을 결정한 후 그는 부모를 모셔놓고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유학을 가서 석·박사를 마칠 경우 비용과 기간이 얼마나 드는지를 표, 관련자료 등을 동원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었다. 그리고 부모를 설득했다. “유학 가면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전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딱 1년만 하게 해달라.” 간절함이 통했다. 부모는 결국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라”며 두 손을 들었다.
   
   나희경은 바로 브라질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브라질 음악 보사노바(bossa nova)를 직접 경험하고 배우고 싶어서였다. 어린 시절부터 10년 넘게 간직한 꿈이었다. 11살 때 음악 잡지에 실린 가수 윤상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보사노바를 알게 된 후, 먼 나라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보싸다방’이라는 이름으로 듀오 활동을 하던 그는 작사, 작곡, 연주, 프로듀싱까지 직접 한 음반 ‘찾아가기’ 30장을 여행가방에 담고 무작정 브라질로 날아갔다. 2010년 말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보사노바는 나희경’으로 통한다. 귀에 대고 속삭이듯, 나른한 휴식 같은 목소리는 본고장인 브라질도 매혹시켰다. 오히려 한국보다 브라질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호베르토 메네스카우 등 보사노바의 거장들과 함께 무대에 서고 음반 작업을 하는 싱어송라이터 가수가 됐다. 브라질에서는 ‘희나(Hee N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브라질 음악 하면 열정적인 삼바를 떠올리겠지만 감미로운 보사노바도 빼놓을 수 없다. 보사노바는 삼바에서 진화, 모던재즈를 가미한 음악으로 1958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동했다. ‘새로운 트렌드’를 뜻하는 포르투갈어로 엘리트들이 듣던 지적인 음악이다. 보사노바가 생소하다? ‘더 걸 프롬 이파네마(The Girl From Ipanema)’라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보사노바의 대표곡으로 빌보드차트에서 비틀스와 경쟁하며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보사노바의 창시자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1927~1994)에게 그래미상을 안겨준 노래이자, 보사노바를 세계에 알린 노래이다.
   
   보사노바는 정작 브라질보다 미국에서 붐을 일으켰다. 우스갯소리로 원자재만 수출하던 브라질의 완제품 1호가 보사노바라는 이야기도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국제공항은 조빔의 이름을 따서 ‘갈레앙-안토니오 카를루스 조빔’으로 바꿨다.
   
   “보사노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외유내강’ 음악입니다. 듣기 쉽고 편한 음악이지만 내용은 탄탄합니다. 음악 용어로 싱코페이션이라고 하죠. 밀고 당기기, 그걸 잘해야 하기 때문에 부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용어는 몰라도 사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음악입니다.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 윤상이 작곡한 ‘흩어진 나날들’이 보사노바의 소울이 들어있는 노래들입니다. 재즈의 하위 장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재즈와는 다릅니다.”
   
   나희경의 설명이다. 브라질에서 9월 초 귀국한 나희경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작은 음악서점에서 만났다. 그는 브라질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보다 브라질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 그는 말하는 것도 노래하듯 나긋나긋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낯선 나라에서 맨 몸으로 부딪친 것을 보면 보사노바처럼 ‘외유내강’으로 보였다.
   
   
   보사노바 거장들과의 만남
   
   다시 8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그는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해 보사노바 전문 라이브클럽인 ‘비니시우스 바’에 갔다. 공연을 본 후 무대에 선 뮤지션에게 가서 자신의 음반을 내밀었다. “나는 한국인이야.” “보사노바를 사랑해.” 브라질 언어는 겨우 몇 마디 떠듬거리는 수준이었다. 1주일 후 그 클럽에 다시 갔다. 음반을 받았던 뮤지션이 그를 보더니 기다렸다는 듯 “노래가 멋지더라. 게스트로 무대에 서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날 그는 무대에 올라 두 곡을 불렀다. 놀랍게도 시끌벅적하던 바가 조용해지더니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무대가 그의 삶을 바꿨다. 많은 뮤지션들을 만날 기회로 연결됐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가 뮤지션들에게 선물로 줬던 자신의 음반 30장 중 하나가 건너건너 호베르투 메네스카우에게까지 전해졌다. 조빔과 함께 보사노바 선구자로 꼽히는 브라질 음악계의 대부이다. 수많은 음반이 간택되길 기대하며 그에게 전해졌을 텐데 운 좋게 장거리 여행에 나선 메네스카우가 집은 것 중에 나희경의 음반이 있었다. 메네스카우 측에서 어렵게 그의 연락처를 알아내 연락이 왔다. 그는 나희경을 만나 극찬을 하고 신곡을 선물했다. 나희경이라는 이름으로 낸 첫 번째 앨범에 들어간 ‘Um Amor’란 곡이다. 메네스카우 외에도 셀소 폰세카, 이반 린스, 브라질 대표 타악기 주자인 세자 마샤두 등 브라질에서 손꼽히는 뮤지션들이 그와 함께 음반 작업을 하고 공연을 했다. ‘보사노바를 위해 태어난 목소리’. 브라질에서의 그에 대한 평가이다. 브라질 여성 보컬의 음색들이 거친 데 반해 그의 목소리는 섬세하고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보사노바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브라질에 발을 디뎠을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었다. 그는 환경을 극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극적인 성장도 없다고 생각한다. 머리가 아닌 경험을 통해 ‘진짜 음악’을 받아들인 덕분에 그는 브라질에 뿌리를 내렸다. 방송 출연, 문화 강연 등 음악 외 활동도 늘고 있다. BTS 등 K팝 덕분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인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강연에서 한국의 음악, 문화 등을 소개하면 굉장히 흥미로워한단다. 한번은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딸이 K팝 팬이다. 한국어도 공부하고 있다. 평생 소원이 한국인하고 말해보는 것이다. 영상통화를 해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하더란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브라질 하면 삼바와 축구만 떠올리는데 저를 통해 다양한 브라질을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한국엔 브라질을, 브라질엔 한국을 알리는 통로가 되고 싶어요.”
   
   오랜만에 한국에 오다 보니 9월 말 싱글음반 ‘좋은 하루(Bom Dia)’에 이어 10월 4집 정규 앨범 발표, 콘서트, 서울숲재즈페스티벌 등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 ‘나에게 가까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사람’ ‘봄, 사랑’ 등이 그가 만든 대표곡이다. 그는 “꾸준히, 음악가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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