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축복’ 미디어 작품. 삼성 QLED TV. 3min. 2019
‘진달래-축복’ 미디어 작품. 삼성 QLED TV. 3min. 2019

벽걸이 TV의 대형 화면 속, 진달래 꽃잎이 떨어져 내린다. 하늘하늘 떨어진 꽃잎이 소쿠리에 쌓이기 시작한다. 고봉밥처럼 꽃 밥이 수북이 쌓이면 그림이 완성된다. ‘진달래 작가’로 유명한 김정수 작가의 ‘진달래-축복’ 시리즈이다. 진달래 피는 봄이면 더 바빠지는 김정수 작가가 올봄 새로운 작업을 들고 나타났다. 자신의 유화 작품을 디지털화해 ‘TV 작품’으로 만들었다. 캔버스가 아닌 TV 패널에, 움직이는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하면 쉽다. 한 작품이 들어가는 TV는 딱 한 대, 즉 TV 자체가 작품이 되는 셈이다.

애니메이션 작품처럼 움직이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 장이 필요하다. 꽃잎이 떨어지는 모양도 다르고 각도에 따라 그림자도 달라진다. 2년 전부터 이번 미디어아트 작업을 준비해온 김정수 작가는 “디지털 기술이 뛰어나 작업 과정을 많이 단축했다. 디지털 시대에 캔버스만 붙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 혁신은 예술가의 의무다”라고 말했다.

TV에 진달래꽃을 피우기 위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유화 작품과 마찬가지로 꽃잎의 색깔이었다고 한다. 그는 20여년 전 벚꽃과 철쭉 사이 투명한 분홍빛의 진달래 색을 헤맨 끝에 가장 한국적인 진달래색을 찾아냈다. 그 색을 TV 패널에 그대로 구현해내기 위해 수없는 실험을 거쳤다고 한다.

2년간 작업의 결과물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4월 10일부터 30일까지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진달래-축복’전. 유화 작품 20여점과 함께 ‘TV 작품’ 10점이 걸린다. 이번 작업은 삼성전자가 협찬했다. 작품용 TV는 삼성전자의 ‘더 프레임’ ‘QLED’ 모델로 55~75인치 크기이다. 작품이 든 메모리칩을 삽입한 TV의 가격은 같은 크기의 유화 작품과 같다. 그는 ‘USB 작품’도 계획하고 있다. 판화처럼 TV와 호환되는 USB에 작품을 넣어 한정된 개수만 만들어 파는 방식이다.

그의 새로운 실험에 컬렉터들이 지갑을 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미디어아트가 상업적 성공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기기가 노후되거나 기계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서비스는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 복제에 대한 보안장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가 많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미디어아트의 대중화와 상업적 가능성에 대해 점쳐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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