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아이들은 걷기 시작하면서 두 가지 운동을 접한다. 남자아이들은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여자아이들은 컬링을 배운다. 캐나다인 가정에 가 보면 이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남자아이가 있는 집에 가 보면 현관 옆이나 아이 방에 스틱 같은 아이스하키 장비를 따로 두는 공간이 있을 정도다.

2003년에 캐나다 정부 초청으로 캐나다 북극의 누나부트 테러토리를 보름간 취재한 적이 있다. 캐나다는 북극권에 접한 3개의 지역에 준주(準州·territory)라는 자격을 부여해 자치주로 운영한다. 누나부트·노스웨스트·유콘 테러토리. 누나부트의 주도이자 제1의 도시는 이캘루이트. 팽너퉁은 인구수에서 8~9번째 되는 마을이다. 이캘루이트에서는 호텔에, 팽너퉁에서는 이누이트인 가정집에서 머물렀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매를 두고 있는 팽너퉁 가정집에서 일주일간 지내면서 이누이트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했다. 엄마의 일과 중 하나는 아들을 스노모빌에 태워 아이스링크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이었다. 인구 1300명이 조금 넘는 팽너퉁 마을에도 실내경기장(아레나)이 있었고, 그곳에는 아이스하키 링크와 컬링 링크가 있었다. 이캘루이트의 실내경기장에서 누나부트 아이스하키 주니어리그전을 관전하기도 했다. 누나부트 인구는 3만5000여명. 주니어 리그전에는 10여개 마을이 대표팀을 출전시켰다. 인구 1000명 넘는 마을에 아이스링크가 하나씩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여기서 우승하는 팀이 캐나다 전국 주니어리그 대회에 진출한다.

아이스링크가 없는 작은 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어떻게 기나긴 겨울을 날까. 캐나다는 호수가 많은 나라다. 땅덩어리의 9%가 호수고, 그 숫자는 자그마치 3만개가 넘는다. 이 호수들은 6개월 동안 꽝꽝 얼어 있다. 아이들은 스틱과 스케이트를 들고 호수로 나가 아이스하키를 한다. 6개월이 겨울인 캐나다에서는 아이스하키가 아니면 달리 할 게 없다. 아이스하키는 그들의 생존 방식이다.

한국의 국기(國技)가 축구라면 캐나다 국기는 아이스하키다. 캐나다는 NHL(북미하키리그)에 7개팀이 참여하고 있다. 오타와 세네터스, 토론토 메이플립스, 에드몬튼 오일러스, 캘거리 플레임스, 밴쿠버 카눅스 등. 캐나다인에게 동계올림픽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미국과 맞붙는 것이다. 캐나다인은 아이스하키에서 미국을 이기면 동계올림픽에서 우승했다고 생각한다. 캐나다 남자 아이스하키팀은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에서 2연패 했다. 현재 세계 랭킹 1위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로 전지훈련을 간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연습 상대를 구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지역사회인 아이스하키팀과 경기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사회인팀에 곤욕을 치렀다. 2017년 4월,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세계 16강(1부리그) 안에 들어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도자 한 명을 바꿨을 뿐인데. 백지선 감독은 한 살 때 캐나다로 이민 가 선수로 NHL오타와 세네터스에서 뛰기도 했다. 백지선 감독은 대표팀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외국인 선수 7명을 귀화시켰다. 대표팀의 기적을, 막강한 경쟁자의 출현이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메기 효과(Catfish Effect)로 설명하기도 한다.

한국인은 순혈주의를 깰 때, 세계와 경쟁할 때 위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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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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