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편집장레터
[2469호]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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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아! 덩케르크

조성관  편집장 maple@chosun.com 

두 달 전부터 영화가 개봉되기를 고대했다. 특정 영화의 상영을 손꼽아 기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Dunkirk)’. 이미 그는 두 편의 전작(前作)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던 터였다. ‘인셉션’과 ‘인터스텔라’.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이다. 그런 놀란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덩케르크’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영화 ‘덩케르크’를 기다린 이유는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사실 말고도 또 있다. 지난해 우연히 덩케르크 철수작전에 대해 쓴 책을 읽어서다. 솔직히 고백하면, 이때까지 덩케르크 철수작전에 대해 알지 못했다. 덩케르크 철수작전의 스토리가 생생히 남아 있는데 때마침 동명의 영화가 나온다니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결과는 명불허전! 일주일 사이에 ‘덩케르크’를 두 번 봤다. 두 번 모두 마지막 엔딩 크레딧까지 확인했다.
   
   나치 독일이 1939년 9월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대전이 발발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즉각 독일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다. 윈스턴 처칠은 프랑스 방어를 위해 영국원정부대(BEF)를 파견한다.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함락한 나치 독일이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유린하고 프랑스를 침공한 것은 1940년 5월 10일. 독일군은 BEF, 프랑스군, 벨기에군, 네덜란드군을 포위하는 데 성공한다. 그곳이 벨기에와 인접한 항구도시 덩케르크. 처칠은 전원 철수를 명한다. 선박이 모자라자 구축함 외에도 민간 선박을 징발한다. 요트, 어선 등 800척 이상이 징발에 응했다.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열흘간 영국군을 포함한 33만8226명이 천신만고 끝에 영국 땅을 밟는다.
   
   이 영화에 독일군은 등장하지 않는다. 철수작전을 저지하려는 독일 공군과 U보트만이 등장한다. 감독은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크게 보면 병사, 사령관, 전투기 조종사, 징발된 요트의 선장 4인이다. 그 누구도 영웅적인 행동을 하진 않는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만을 성실하게 수행할 뿐이다. 전투기 조종사는 귀대할 기름이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철수작전을 방해하는 독일 전투기를 두고 차마 돌아갈 수 없어 전투를 벌인다. 그러다 한 대는 추락하고 두 대는 비상착륙한다. 징발된 요트의 선장은 덩케르크로 가던 중 표류 중인 해군 장교를 구조한다. 장교는 요트가 덩케르크로 간다는 말에 “거기 가면 죽는다”며 집으로 가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선장은 한마디 던진다. “독일군이 영국해협을 건너면 집도 없어져.”
   
   영화는 바다의 실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병사들을 가득 태운 병원선(船)이 한밤중 U보트의 어뢰 공격을 받고 탑승객 대부분이 순식간에 수장(水葬)되는 광경에서는 가슴이 답답하다. 2010년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아 두 동강 나며 승조원 46명이 사망한 장면이 연상돼서다.
   
   덩케르크 철수작전 10년 뒤 한반도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1950년 12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흥남부두. 철수하는 UN군을 무작정 따라나온 적국(敵國) 주민들이 몰려들어 흥남부두는 아비규환을 이뤘다. 이들을 무시하고 유엔군만 태우고 철수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미군은 가련한 북한 주민을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려 공간을 차지하는 무기를 바다에 버렸다. 미국인의 인도주의가 북한 주민 10만명을 살렸다. 세계 전쟁사에 전무후무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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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삼  ( 2017-08-07 )    수정   삭제 찬성 : 반대 :
아메리칸 리더쉽의 위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꽤 되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은 늘 불안하기만 하다. 외신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지금 미국 정치가 국내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얼마나 엉망 진창인지 감 잡으실 것이다. 지난 주 트럼프 미 행정부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다고 유엔에 공식 통보했다.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 무엇인가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본인의 임기 중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업적이라고 했던 것이며 미국이 이 협약을 주도하여 이루어 낸 것이었다.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손바닥이 뒤집힌 것이다. 약 두 달 전 트럼프는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하여 사우디 정부로부터 엄청난 금액의 무기구입에 대하여 약속을 받더니, 곧이어 사우디 정무는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하고 중동이 혼란 속에 빠졌었다. 미 정부의 묵인 하에 사우디의 단교 선언이 이루어진 것임을 추정할 수 있는데 미국은 뒤늦게 중재에 나서며 뒷북을 치고 있다. 한마디로 앞 뒤가 안 맞는 외교를 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는 그야말로 좌충우돌, 점입가경이다. 대선 주요 이슈로 들고 나왔던 소위 오바마 케어 의료보장제도의 폐기는 자당인 공화당 조차 반대하는 모양새다. 대선기간 중 힐러리의 결정적 약점을 잡으려고 트럼프 아들이 러시아 정보기관 인사를 만나 관련 기관이 수사 중인가 하면 그 처남은 트럼프의 권력을 사업에 이용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며칠 전에는 백악관 공보담당 책임관을 바꾼지 열흘 만에 또 해임시켜 버렸다. 트럼프는 주변 누구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갈아치워 왔는데 아이러니칼하게도 김정은의 행태와 비슷한 점이 많다.
이 모든 것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최소한 현재 미국의 리더쉽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이 아메리칸 리터쉽의 위기가 우리나라 안보와 직결되어 있다는데 있다. 미국은 우리와 혈맹이 맞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들이 어떤 결정을 할 지에 대해 우리는 항상 물음표를 남겨 놓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미국은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또 대한민국이 미국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자국민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어떤 출혈이라고 감수할지는 몰라도 우리 국민 수만 명이 죽는 것은 그들의 마지막 결정 순간에서는 배제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우리의 안보는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 미전략 핵무기를 재배치 하던, 핵 잠수함을 구입하던, 자체 핵무장을 하건, 자체 방어력과 공격력을 극도로 강화 시켜야 한다. 그것도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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