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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편집장레터
[2493호]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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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그들의 악몽

사람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꿈을 자주 꾸는 사람과 꿈을 거의 꾸지 않는 사람. 꿈을 자주 꾸는 사람은 잠깐의 토막잠 속에서도 다채로운 스토리가 펼쳐진다. 어떤 사람은 꿈속에서 아는 사람들이 등장할 뿐 아니라 그들과 나눈 대화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한국의 성인 남자들이 흔히 꾸는 꿈이 군복무와 관련된 것이다. 지인은 꿈에 재입대 영장이 나와 “군대에 다녀왔는데 무슨 재입대냐”고 버텨 보았지만 결국 군에 끌려가는 악몽을 꾸었다고 했다. 전역한 지 30년이 지났건만 꿈속에서는 아직 전역하지 않았던 것이다.
   
   군복무 못지않게 한국인의 꿈속에 등장하는 게 대학 입시다. 그만큼 대학 입시가 한국인의 생애주기에서 중요한 모멘텀이 된다는 얘기다. 현역으로 대학에 들어간 사람보다는 재수나 삼수를 통해 대학에 들어간 사람들 중에 이런 꿈을 꾸는 사람이 많다.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다가 종이 울렸는데도 답안을 하나도 못 쓰고 백지 상태로 내며 쩔쩔맨다.
   
   인간의 꿈과 무의식을 인류 최초로 탐사한 사람이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다. 그의 기념비적 대작 ‘꿈의 해석’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간된 게 1900년. 117년 전,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꿈을 ‘미실현된 욕망’으로 규정했다. 부분적으로 맞다.
   
   지난 1월 13일자 조선일보 Why의 톱기사는 ‘얼굴 없는 탈북화가 선무’의 인터뷰였다. 마스크를 쓴 얼굴 사진과 그의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아 기사에 빨려들어갔다. 그러다 중간쯤을 읽다가 심장이 쿵 하는 느낌을 받았다.
   
   “북한에도 ‘자유’라는 말은 있지만 정권이 그어놓은 선 안에서의 자유일 뿐이죠. 탈북 초기엔 ‘눈 감으면 북한, 눈 뜨면 남한’이었습니다.”(선무)
   
   - 무슨 뜻인가요?(기자)
   
   “남한에 들어와 5년 동안은 매일 북한에 가 있는 꿈을 꿨어요. 밤마다 김일성·김정일에게 쫓겨요. 눈 뜨면 한숨이 나오죠. 요즘에는 1년에 한 번 정도로 줄었습니다. 육체적인 탈북보다 심리적인 탈북이 훨씬 오래 걸렸어요.”(선무)
   
   휴전선 이남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어도 목숨을 걸고 한국을 탈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운이 나빠 휴전선 이북에 태어난 이들은 빵과 자유를 얻으려면 화가 선무처럼 죽을 각오로 두만강을 건너야 한다. 무사히 건너면 그걸로 끝인가. 중국 공안에 발각되지 않아야 한다. 한국 땅을 밟기 전까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세상에 한 번 나와 제가 태어나 살던 곳을 목숨 걸고 탈출해야 하는 운명처럼 가혹한 운명이 또 있을까. 1970년대 베트남 보트피플이 그랬고, 1990년대 쿠바 보트피플이 그랬고, 2010년대 시리아 난민이 그렇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탈북러시는 30년 가까이 지속돼 현재 한국에 정착한 사람만 3만명이 넘는다. 그들도 화가 선무처럼 비슷한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밤마다 김일성·김정일에게 쫓겨요.’
   
   글로만 읽었는데도 소름이 쫙 끼친다. 이 대목을 읽고 나니 군대에 다시 끌려가는 꿈이나 백지 시험지를 내는 꿈은 악몽 축에도 못 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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