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3~14일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 조선족자치주 주도 옌지에서는 옌볜대와 한국고등교육재단 주최로 두만강 포럼 학술회의가 열렸다. ‘인류운명 공동체 건설과 두만강 유역 국제교류와 협력’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는 북한 학자들과 중국 학자들 사이에 이른바 ‘조·중(朝中) 대화’ 자리가 마련됐다. 10월 14일 오후 옌볜대 과기루(科技樓)에서 열린 조·중 대화에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김경철 역사학부 강좌장, 김창해 외국어문학부 중국어 강좌장, 김홍일 경제학부 무역경제학 강좌장이 참여했고, 중국 측에서는 장위산(張玉山) 지린성 사회과학원 교수, 장둥밍(張東明) 랴오닝(遼寧)대학 교수, 정지융(鄭繼永) 상하이 푸단대학 교수, 박영애(朴英愛) 지린대학 동북아연구원 교수, 왕지에(王傑) 윈난(雲南)대학 교수, 정랴오지(鄭遼吉) 랴오둥대학 교수 등이 참석해 1 대 1 맞토론을 벌였다. 토론 주제는 ‘동북아 평화발전 중의 중·조 협력’이었다. 이 토론에서 나온 발언들이 북한의 속내를 드러낸 듯해서 현장에서 녹취해 전달한다.(중국과 북한이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북한과 중국 학자들의 발언 내용을 실명을 밝히면서 1 대 1로 연결시키지는 않았다.)

“조·중 친선과 관련 우리 김일성 수령님과 김정일 장군님 선대가 마련해놓으신 업적이 있다는 점이 대단히 중요한 관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동북아의 전략적 위치는 중요하고, 동북아가 국제관계의 중심이었다. 냉전 시기 동북아는 국제정세에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냉전시기에 조선반도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대결장이었다. 이후 전략적 중심 지위는 유럽으로 이동해갔다. 동북아는 인구도 많고, 열강들이 동북아 지역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해왔다. 동북아 정세에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많지만,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의사소통과 전략적 협동이 중요하다. 이때까지 역사적으로 보면 조선반도는 육상세력과 해상세력이 적대관계를 이루는 접경지대가 되어왔다. 조선반도를 거쳐야 육상세력과 해상세력이 옮겨다닐 수 있었다. 근대 시기에 일어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도 마찬가지였다. 중국도 조선반도를 대단히 중시해왔다. 우리도 2012년 7월부터 사회주의 경제노선을 추진하기 위해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계를 중시해왔다. 공화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의사소통과 협력을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께서도 첫 대외활동을 무려 세 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하셨다.”

“이 지역에서 두 가지 중요한 문제는 평화와 안전이다. 첫 번째 문제인 안전 문제에는 중·조 간의 협력과 노력이 중요하다. 중국 정부도 안전을 위한 협력을 동북아의 중요한 문제로 판단하고, 새로운 협력 발전관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는 시장경제가 중요 작용을 한다고 보고 정부 주도로 미래 협력발전 기제를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포럼의 주제인 인류운명 공동체 건설은 평화·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국가의 건설과 발전을 위한 새로운 형식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

“동북아의 발전과 평화 발전 문제라면 이 분야를 담당할 인재를 키워야 한다. 그런 인재들을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며, 인재가 준비돼야 그 문제를 담보할 수 있다.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께서도 그에 관해 강령적 지침을 주셨다. 얼마 전 어느 정도 역사가 깊은 항저우(杭州)에 갔댔는데 차를 타고 마오쩌둥 동상을 지나다가 어떤 어린이에게 그 동상이 누구 동상이냐고 물어보았다. 그 동상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본 건데, 놀랍게도 대답은 ‘교통순경 아니냐’는 것이었다. 중국에서 신문·잡지를 봐도 중·조 친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해당 나라(중국을 가리킴)의 조선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해당 나라의 국호는 ‘중화인민공화국’이지만 우리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인데 우리나라를 ‘조선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는 일이 많다.”

“질문에 맞는 대답인지는 모르나 선생께서 시장경제체제 국가 주도의 방식에서 시장 주도 방식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얘기했는데 제 생각에는 중국에는 중국 방식이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우리의 방식이 있다. 우리는 우리 식대로 사회주의를 건설해나갈 것이며, 결코 국가주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동북아 지역의 화평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에 새로운 협력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얄타 체계로는 불가능하다. 앞으로의 중·조 협력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큰 나라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주의를 고수하자는 기치를 들었다. 동북아에는 열강 대국들이 모여 있다. 중국도 일본도 있다. 누가 패권을 쥘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우리 당은 이미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남북 수뇌회담과 조·미 수뇌회담이 전쟁이 없는 역사적 기회를 만드는 데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역할을 했다.”

“나도 한마디 합시다. 동북아 지역 평화와 중·조 협력을 위해 우리 공화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 공화국의 경애하는 지도자께서는 배짱에 의해 평화와 안전을 담보했다. 우리 공화국이 그야말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쟁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중국도 중국식 사회주의로 경제 건설을 하고 있지만, 우리도 우리식 사회주의 노선으로 경제 발전을 시키고 있다.”

“나도 한마디 합시다. 내 개인적 생각에 조·중 친선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선대 수령께서는 1962년에 마오쩌둥 주석과 조약(조·중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했다. 계승 발전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령님께서 만들어놓으신 것을 잘 계승하면 된다. 공동체 문제에 관해 중국은 우리와는 다르다. 유럽공동체에서도 이미 많은 문제점이 있는데 동북아에서 이런 공동체를 만들 필요가 있겠는가? 선대 수령들이 이루어놓은 업적을 계승하면 되는 것이다. 정치·문화·경제 모든 면에서 계승하자. 남북 조선 사이에서는 6·15선언을 계승한 것이 10·4선언이고, 이 정신을 계승한 것이 4·27선언이다. 이번에 우리의 지도자들께서 백두산에 오른 것에는 거대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들께서 오른 백두산 남쪽으로 남조선 모든 사람들이 오를 날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날 이뤄진 북한과 중국 학자들 간의 대화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4·27선언 이후 처음 이뤄진 북한과 중국 지식인들 간의 공개토론이었다. 중국 학자들이 경제발전의 중요성과 개혁개방을 강조했으나, 김일성종합대학 소속의 북한 학자들은 아직 새로운 사고방식을 마련하지 못했는지 “위대한 수령, 위대한 장군님, 위대한 지도자 동지가 마련해놓으신 길을 따라가면 된다”는 말을 주로 반복했다.

박승준 아시아 리스크 모니터 중국전략분석가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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