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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명 다한 수도권정비계획법 정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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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피니언
[2564호] 2019.07.01

수명 다한 수도권정비계획법 정비하자

김원중  부동산학 박사·건국대 겸임교수 

▲ 수도권의 대표적 공업단지인 안산 반월공업단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과 수도권대기환경청 미세먼지 감시팀이 드론을 이용해 미세먼지 배출 사업장을 단속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얼마 전 경기도 여주시와 이천시는 자신들을 “수도권에서 빼달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만든 뒤 약 40년간 계속되고 있는 수도권 규제 탓에 4년제 대학이 단 한 곳도 없고 초·중·고교가 사라지는 등 지역이 낙후됐다는 게 이유였다.
   
   여주·이천시의 수도권 제외 요구는 최근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할 때 김포, 파주, 연천, 양주, 동두천, 포천, 양평, 가평 등 경기도 동북부 8개 시·군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규정한 ‘수도권’에서 제외하자마자 잇따랐다. 예비타당성조사는 나랏돈을 대거 투입하는 투자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이다. 이 조사는 기획재정부 산하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담당한다. 정부는 올해 초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비수도권 지역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면제했다. 수도권 지역은 예타조사 면제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번에 수도권에 속했던 8개 시·군이 비수도권으로 분류되어 과거에는 경제성이 없어서 못 했던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자 여주·이천시가 ‘탈수도권’ 요구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특히 이천시는 수도권 규제에 대한 불만이 아주 오래되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시를 ‘전원휴양벨트(자연보전권역)’로 분류한다. 전원휴양벨트는 말 그대로 산업 활동을 할 수 없는 곳이다. 그 때문에 이천시는 올 초에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신설 유치에 실패했다. 이것이 바로 이천시가 “차라리 지방으로 편입시켜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이유다. 반면 경쟁자였던 용인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가 확정되자 길거리 곳곳에 환영 현수막을 걸고 시 청사에 대형 플래카드를 설치하는 등 축제 분위기다. 반도체 공장과 협력회사가 창출할 고용과 각종 세수를 생각하면 대박이 터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 2020년까지 이어질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 고시안. 50쪽 분량에 각종 규제책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여주·이천이 ‘수도권서 빼달라’는 이유
   
   정부의 수도권 규제는 1960년대 산업화·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어 서울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인구 집중이 수도권의 과밀과 혼잡을 낳고 비수도권의 발전 잠재력을 떨어뜨린다고 판단했다.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만들어진 유래다. 현행 수도권 규제 현황을 살펴보면 수도권 전체를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나눠 규제하며, 인구 집중 유발시설의 유입과 허용 총량을 억제한다. 서울과 인천이 속한 과밀억제권역은 과밀화 방지가 목표이므로 공업지역 지정은 불가능하다. 또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에서의 공장 신설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외국인 투자기업이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신규 투자를 할 수 없는 이유도 영종도, 강화도, 옹진군을 포함한 인천 전체가 과밀억제권역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LG그룹이 성장관리권역인 파주에서 디스플레이 공장을 어렵사리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서서 인허가를 받아낸 덕분에 가능했다. 대통령 정도로 ‘계급’ 높은 사람이 목소리를 높여야 공장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수도권 규제법은 ‘지존’인 것이다. 수도권 규제는 공장 설립을 엄격히 제한하여 건축면적 500㎡이 넘는 공장(아파트형 공장 포함)의 신증설과 이전 및 업종변경을 할 수 없게 해놨다. 또한 공장총량제에 따라 공장 신증축, 용도변경은 매년 시도별로 설정된 공장 건축 총량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대기업 공장에 대한 규제는 더 심하다. 용인시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유치한 뒤 싱글벙글하는 이유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가 40년 동안 인구 분산과 기업의 지방 이전을 목표로 삼았던 수도권 규제 정책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임종성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은 2018년 현재 정책 목표 9개 중 7개가 미달해 목표 달성에 실패할 전망이다. 예컨대 정부는 수도권 인구를 2004년 전체의 47.9%에서 2020년 47.5%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통계청은 2020년 수도권 인구 비중을 전체 인구의 52.3%로 예상한다. 인구가 2004년보다 줄지 않고 오히려 4.4% 증가할 전망이다. 집값도 정부의 목표치를 벗어났다. 정부는 소득대비 주택가격 수준(PIR)을 2001년 5.7배에서 2020년 3.5배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정했지만, 2017년 기준 6.7배로 늘었다. 수도권 기업들의 지방 이전 계획도 헛수고로 끝났다.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는 대신 해외로 탈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가 전년 대비 31.5% 증가한 100억달러인 반면 국내 투자가 24.6% 감소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국토 균형발전은 어느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훌륭한 대의명분이다. 그러나 중앙대 산업경영연구소는 ‘수도권 규제를 통한 지방 발전의 효과는 6.4%만 있고, 나머지 93.5%는 수도권 기업의 해외 탈출을 부추겨 수도권의 산업공동화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수도권 규제 정책은 인구 감소, 기업의 지방 이전이라는 목표 달성에 모두 실패한 셈이다. 실패한 이유는 간단하다. 2014년 기준 수도권은 우리나라 인구의 49.5%, ICT사업체의 약 72.8%, ICT 종사자의 약 68.1%가 몰려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보다 먼저 수도권 규제를 시행했던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50년대 일본 경제의 고속성장은 도쿄의 인구 밀집을 초래했다. 그 결과 생활환경, 교통여건이 악화되고 지방의 인구 이탈로 지역 불균형 문제가 불거졌다. 일본 정부는 도쿄의 인구 증가를 막으려고 인구 유발시설인 공장과 대학의 신증설을 제한했다. 그 결과물이 ‘수도권정비법’(1956)과 ‘공업 등 제한법’(1959)의 제정이다.
   
   일본 경제는 1980년대 초까지는 아주 잘나갔기 때문에 수도권 인구 집중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규제강화 정책을 굳세게 밀고 나갔다. 1972년에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총리는 ‘일본 열도 개조론’을 역설하기도 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의 ‘지방 균형발전론’의 원조다. 그러나 일본 열도 개조론 역시 실패했다. 일본 총무성(우리의 행안부) 장관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増田寛也)는 그의 저서 ‘지방소멸’에서 “일본 정부가 시행한 지역 정책은 공공시설 배치처럼 하드웨어적 측면을 치중해서 지방의 자율적인 고용 확대, 인구 유지로 연결되지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한국이 모방한 일본은 수도권 규제 폐기
   
   일본 정부는 1990년대 들어서 경제 상황이 나빠지자 지속되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수도권을 반경 300㎞까지 확장했다. 1958년 제1차 수도권기본계획에서 반경 100㎞ 이내였던 수도권을 3배로 키워서 경제를 회복시키려고 안간힘을 쓴 것이다. 그 뒤 제5차 수도권기본계획(1999~2015)에서는 ‘수도권 기능의 강화 및 재편’으로 수도권 정책 방향을 급선회한 뒤, 2002년 수도권 규제의 완전 철폐와 개발규제의 대폭 완화를 단행했다. 요약하면 일본의 수도권 규제 폐지는 더 이상 공장·대학의 신증설이 수도권 인구와 산업의 과밀 원인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가능했다. 이런 판단은 경제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출산율 하락으로 대학 학령인구가 줄고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의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일본의 ‘수도권정비법’ ‘공업 등 제한법’을 모방했다. 그런데 우리의 수도권 규제와 일본의 수도권 규제 사이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은 수도권 전체 면적의 2.5%(959㎢)인 기존 시가지만을 규제하고, 시가지의 외곽에는 규제가 없는 도시개발구역과 ‘근교정비지대’를 만들어 시가지의 과밀을 해소했다. 그래서 일본의 수도권은 중심에서 20㎞ 이내의 주거지 비율이 23.3%이고, 20~50㎞ 외곽의 주택은 64.8%를 차지하는 다핵 분산형 공간구조이다.
   
   반면에 한국은 수도권 전체를 뭉뚱그려 규제한 탓에 광화문 중심에서 20㎞ 이내의 주거지 비율은 64.8%를 차지하지만 20~50㎞ 외곽에 있는 주택은 33.5%에 불과하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수도권은 ‘일극(一極) 집중식’ 공간구조가 되어 서울의 인구밀도가 도쿄, 런던, 뉴욕보다 2배가 넘게 된 것이다. 서울의 바깥 지역으로 숨통을 틔우지 않고 촘촘히 규제하다 보니 서울이 과밀화된 셈이다. 결국 일본보다 더욱 강력하고 센 우리의 수도권 규제가 서울의 고밀화를 자초한 꼴이다. 물론 지금은 ‘접속(connectivity)’이 시대의 화두이고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간주되는 시대이므로 높은 인구밀도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는 산업 기능 및 행정서비스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미국에서 ‘시골’은 1980년대 중반까지 국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1992~1996년의 경제 회복기에 인구 10만명 미만의 카운티(county)는 미국 전체 창업의 3분의 1인 13만5000개 기업의 터전이었고 250만명의 고용을 책임졌다. 이 수치는 당시 인구 100만명이 넘는 대형 카운티에서 일하는 전체 근로자의 수보다 2배가 많았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인구 10만명 미만의 소형 카운티에서 1만7500개의 사업체가 사라지는 동안 인구 100만명이 넘는 대형 카운티에서는 9만9000개의 사업체가 증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시기와 2017년을 비교하면 뉴욕 등의 대도시는 일자리가 10% 이상 증가했으나 지방은 감소했다.
   
   무엇이 지방의 고용률을 빼앗아가고 대도시의 취업률을 늘렸을까. 그 해답은 엔리코 모레티(Enrico Moretti) 버클리대학 교수가 언급한 “첨단(hi-tech) 기업을 인디애나(Indiana)주 시골에 가져다놓으면 생산성이 놀랄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는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 체제는 지식 기반 산업이 중심이다. 지방의 단순노동자는 필요 없는 대신 대도시에 몰려 있는 숙련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지금까지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행했던 ‘지역 기반 정책(place-based policies)’을 폐기하고 지방 주민들이 인근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취업을 지원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배경이다. 그와 더불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주거난 해결을 위해 대도시와 도시 외곽의 건축 규제를 완화해서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보완책도 제시되었다.
   
   
▲ 미국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시 전경. 세인트폴과 쌍둥이 도시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가 세금을 나눠쓰는 ‘재정 평등화’ 정책을 통해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중 19개 기업 본사를 유치하고 인구 유입을 이끌었다. photo 유튜브

   세금 공유를 통해 균형발전 이룬 미네소타주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세금공유(tax-sharing)제도를 시행해 균형발전을 이뤄낸 미네소타주의 사례다.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Minneapolis-St. Paul)시는 미네소타주에 위치한 인접도시다. 미니애폴리스는 미네소타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이고 세인트폴은 미네소타주의 주도이다. 이 쌍둥이 도시는 뉴욕, LA 같은 메트로폴리탄 옆에 있지 않아 대도시의 후광 효과가 없고 인재 유치도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포춘(Fortune)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19개 기업의 본사가 이 쌍둥이 도시에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0년간 이 도시에서 성장한 40개 기업이 포춘지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미니애폴리스의 기적’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다. 놀라운 사실은 또 있다. 미니애폴리스는 미국의 25개 대도시 중에서 두 번째로 전출인구가 적다. 대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두 번째로 전출 비율이 적다. 그래서 ‘미니애폴리스로 이사하는 것은 어렵지만, 미니애폴리스를 떠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속담이 생겨났다.
   
   이런 기적이 일어난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1971년 미네소타주는 모든 도시와 카운티의 비즈니스 세수 증가분의 절반을 주정부가 지정한 기금(pool)에 예치토록 하는 법령을 통과시켰다. 예치된 기금은 세수가 부족해 생활의 질이 떨어지는 동네의 주택 공급, 학교 시설 개선 등의 생활 인프라에 투자했다. 부자 동네에서 거두어들인 세금을 가난한 동네의 시설 개선에 쓴 것이다. 미국 대도시에서 처음으로 세금을 나눠 쓴 ‘재정 평등화(fiscal equalization)’ 정책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참으로 놀라웠다. 두 쌍둥이 도시의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주거·학교 시설에 별 차이가 없어지다 보니 소득이 늘어도 이사를 가지 않고 증가한 소득을 온전히 저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거비가 줄어들자 기업 성장의 핵심층인 30·40대 장기근속자가 늘었다. 또한 주거환경이 좋다는 소문을 들은 젊은 청년가구들의 유입이 이어졌다. 이렇게 증가한 인구와 소비는 가난한 동네에 경제적인 플러스 효과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이들이 중산층으로 상승하는 사다리를 탈 수 있는 확률을 높였다.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법
   
   OECD는 2005년 “수도권 억제로 지방이 발전한 사례는 없으며 수도권의 경쟁력 강화는 타 도시를 소외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경기연구원도 2013년 수도권의 제조업 활성화는 전국의 고용 및 부가가치 증가율을 견인한다는 사실을 분석해냈다. 당시 분석에서 경기연구원은 수도권의 기업 성장이 지방의 공장 증설과 하청업체의 생산 증가를 유도한다는 해설도 덧붙였다.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의 성공 사례는 비수도권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해준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해 기업과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한 세금을 지방에 골고루 분배한다면 고용창출과 경제 활성화, 지방의 세수 확보로 이어져 지방이 자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권한과 세원(稅源)을 대거 이양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비수도권은 수도권 규제를 해제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만약 정부가 선진국에서는 이미 용도폐기한 수도권 규제를 ‘나 홀로’ 유지하기를 고집한다면 산토끼(외국 기업)는 물론이고 집토끼(국내 기업)마저 놓칠 수 있다. 법은 국민의 상식이어야 한다. 이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시대의 흐름에 걸맞은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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