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일 부동산악법저지 국민행동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부동산 대책 관련 정부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8월 8일 부동산악법저지 국민행동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부동산 대책 관련 정부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의견을 절대시하거나 감정에 치우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조심하려고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더 이상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싫어하는 대통령·정권·정당이 있어도 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민주적 시민의 태도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문재인 정권에 대해 비토(veto) 의견을 제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 정권은 유사 파시즘(fascism) 정권이다. 노재봉 전 총리의 말처럼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내 ‘보수 대 진보’의 대립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세력 대 전체주의 세력’ 간 대결구도다.

전체주의 국가란 무엇인가. 독일 나치즘, 일본 군국주의, 소련 스탈린주의, 중국 마오쩌둥 시대, 북한 공산주의 체제처럼 개인보다 집단의 이익을 강조하며 집권자의 이념과 정치권력이 국민의 전 영역에 걸쳐 절대적인 통제를 가하는 체제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부분적으로 개인 인권이 제한되고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 노선을 견지해왔다. 도중에 불법과 독재가 자행됐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뜻에 따르는 순리의 역사로 이어졌으며, ‘한강의 기적’도 이런 상황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지금 문재인 정권은 어떤가. 청와대가 행정·입법 체제 위에 군림하며 이젠 사법부까지 장악하려고 든다. ‘3권 분립’이 아니라 ‘3권 통합’으로 가고 있다.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으면 국가시스템, 법, 사람, 심지어 역사도 다 바꿔버린다.

이렇게 되면 없는 죄는 만들고, 있는 죄는 감춰버릴 수 있다. 실제 대부분 우국충정에서 나온 ‘8·15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을 집단 범죄세력으로 모는 반면, 대통령의 친구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관련 청와대의 조직적 개입사건 의혹, 조국 일가 비리, 라임 펀드 사태 등 현 정권에서 벌어진 온갖 권력형 비리 수사나 재판이 흐지부지되고 있는 현실이 그렇다.

이 과정에 언론과 사이비언론 세력, ‘문빠’가 동원된다. 이들은 현 정권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보도는 거짓으로 치부한 채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조작해 거짓이 득세하는 세상으로 만든다. 12년 전 광우병 사태, 10년 전 천안함 침몰사건, 6년 전 박근혜의 세월호 ‘고의’ 침몰 주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무오류’ 대통령을 비판하면 ‘문빠’들의 집중공격을 받는다. 마치 1960년대 중국의 홍위병, 1930년대 독일 히틀러 시대의 갈색셔츠단이 연상된다.

대통령뿐 아니라 집권세력이 하는 모든 일들이 ‘무오류’다. 경제가 나쁘다는 통계가 나타나면 통계청장을 날리고 계산방식을 바꾼다. 부동산으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났는데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 나와 “정부 부동산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으며, 국민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고 발언한다.(지난 8월 25일) 마치 1980년대 초 모든 국가 경제상태 지표들이 ‘성장’ ‘호황’ ‘목표 초과달성’으로 발표되던 붕괴 직전의 구소련 상황이 연상된다.

두 번째는 이 정권의 전술·전략이다. 전체주의 세력들의 정치기술은 적을 설정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증오와 복수심을 유발시키며 이를 위해 사회 분열과 혼란을 부추기고 여기에 인간의 본능인 시기심을 이용한다. 경제는 더 나빠지고 서민생활이 더 팍팍해질수록 ‘가진 자’에 대한 미움은 더 커진다. 국민이 더 가난해져야 정부 곳간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더욱 늘어난다.

따라서 지금 비판받는 대부분 경제정책도 그들에겐 실패가 아니라 성공일 수 있다. 부동산정책이 잘못돼 난리가 나면 ‘가진 자와 안 가진 자’의 갈등대립 구도는 더 커진다. 재벌·부자는 물론 아파트 한 채 가진 중산층에 대한 시기심·증오심도 무럭무럭 자란다. 그럴수록 체제에 대한 불신은 커져 타도 대상이 된다. 여기에 한국적 상황인 ‘친일파 편 가르기’까지 가세한다. 지금 기세로는 남의 집 조상묘도 파헤치고 규장각 역사 기록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셋째는 이 정권이 사실상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정권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건국일(1948년 8월 15일)도, 이승만·박정희 등 역대 대통령도 인정하지 않으며,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 데 기여한 정부와 기업, 사회 각계 인사들의 노력도 부정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6·25전쟁 70주년 특별전’을 비롯, 지난 3년간 현 정권하에서 보인 한국 현대사는 지난 70여년 이 풍진 세상을 살아오면서 대한민국 땅에서 벌어진 온갖 우여곡절에 대해 이해와 치유보다는 부정과 단죄의 관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결국 이들의 목적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고 고려연방제든 뭐든 북한과 한 나라로 가자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들이 가자는 길은 기존의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가 아닌 전체주의 및 사회주의 체제일 테고….

그러나 대한민국을 태생적으로 좋아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대통령과 정권하에 있는데도 대통령 지지도는 여전하다. 그토록 많은 실책이 일어나도 여론은 별로 움직이지 않는다. 민주 사회에선 여론을 잡아야 이긴다. 그러려면 고도의 계산에 바탕을 둔 전술과 전략, 홍보, 민심 결집능력, 통합력, 정치력 등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기 위해 열린 지난 8·15 광화문 집회는 명백히 전술·전략의 미스였다. 오히려 나라 위기도 아랑곳 않고 당파성에 몰두된 세력이요, 코로나19 사태 확산 원흉으로 몰리게 됐다. 덕분에 막 떨어져 가던 대통령 지지율의 반등을 초래했다. 현 정권은 지금까지 정권에 가장 격렬하게 맞서온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일부 교회 세력과 태극기부대를 이 기회에 잡아버리겠다고 어금니를 꽉 물었다.

전 목사의 언동이나 일부 추종세력의 행태에 공감할 수 없는 점도 많지만 적어도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대한민국 정체성을 인정하는 점에서는 동질감을 느낀다. 그들의 행동이 때로 수구꼴통이고 거칠게 보일지라도 적어도 그들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사실상 부인하고 있는 이 정권 세력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렇다면 그들을 내치면 안 된다. 잘못을 설득하고 꾸짖더라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형제자매, 자식이 미운 행동을 하더라도 포용하는 것이 인간적 도리인 것같이. 전광훈 목사 측도 실수했지만 미래통합당 주호영 대표도 전략적 실수를 범했다. 그들을 껴안아라. 그게 큰 정치지도자의 길이다. 대한민국 존립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편 흠만 탓해서는 안 된다. 야당의 사정권 안에 있게 만들라.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 국체를 부정하는 정권에 맞서 총연대해 궐기하도록 해라. 그러면 국민들도 다 따라간다.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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