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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 알퍼의 글로벌 다문화 한국을 위한 조언] 비한국인 노조 설립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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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363호]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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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알퍼의 글로벌 다문화 한국을 위한 조언]비한국인 노조 설립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팀 알퍼  칼럼니스트 

▲ 지난 4월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린 ‘이주 노조 합법화 촉구를 위한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지난 6월 25일 대법원은 서울ㆍ경기ㆍ인천 이주노동자조합이 “불법 체류 근로자의 노조 설립을 인정해 달라”며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노조 설립 신고서를 반려한 것은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결,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photo 연합
한국의 국제적 평판을 훼손한 것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뿐만이 아니다. 국제노동조합연맹(ITUC·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deration)은 한국의 노동자 권리가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보고서를 지난해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서 국제노조연맹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광범위한 학대로 악명 높은 카타르와 같은 수준으로 한국을 평가했다. 국제노조연맹은 한국을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를 전혀 보장하지 않는’ 나라로 분류했다.
   
   한국에서 비한국인에 대한 권리는 사실 이보다 더 심각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법상 비한국인이 노조를 구성하는 것은 금지돼 왔고, 국내 최대 규모 비한국인 노동조합인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조합(이하 MTU)은 합법성을 인정받지 못했다.(필자가 이 칼럼을 쓴 이후인 지난 6월 25일, 대법원은 MTU가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도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편집자주)
   
   여기서 잠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추정치를 살펴보자. 한국은 극도로 낮은 출산율로 인해 2010년 4.5명이었던 은퇴인구 1인당 노동자 수가, 2050년엔 1.2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방법은 이민자를 빨리, 많이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한국 무역 전문가들은 21세기 중반까지 최대 1500만명의 비한국인 노동자가 필요해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현재의 법이 바뀌지 않는 한, 2050년에 한국 인구 4300만명 중 1500만명 이상의 인구가 순전히 인종 및 국적으로 인해 노조를 결성하거나 심지어 노조에 가입할 자격도 없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비한국인에게 노조 결성권을 줘야 하는가에 대해선 생각이 복잡하다. 나는 과거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영국의 탄광을 폐쇄하고 해외로부터 에너지원을 수입하려는 정책을 펴면서 산업 노조와 정부의 충돌이 있었던 1980년대 영국에서 자라났다. 암울한 시기였다. 노조는 모든 산업에 대한 파업을 선언함으로써 영국 경제를 마비시키겠다고 위협했고, 이는 1970년대 임금 협상 분쟁 과정에서 어느 정도 현실화되었다. 1979년 겨울, 환경미화원부터 의사까지 모두가 파업에 나서자 영국 전체가 휴업상태에 빠졌다. 묘지 매장을 위해 땅을 팔 사람도 없었다.
   
   1980년대 초, 탄광업자들이 다시 파업에 돌입했을 때 대처 총리는 더 이상 가만 있을 수 없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남은 총리 임기 동안 강력했던 노조를 해체시키면서 자신의 경제 정책을 추진해갔다. 나는 TV 화면에서 경찰들이 시위대의 피켓 라인을 거세게 밀어붙이는 장면과 아이 키울 길이 막막하다며 우는 광부 아내들의 인터뷰를 보며 자라났다. 나에게 ‘노조’란 슬픈 단어다.
   
   한국에서 잠재적으로 1500만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비한국인 노조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언젠가 한국 경찰이 이들의 파업을 진압하고, 이들의 아내들이 울먹이는 TV 영상을 보게 될 거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1500만 비한국인 노동자 노조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질 것이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선가 정부와 폭력적인 충돌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최근 한국국가인권위원회 대표가 채널뉴스아시아(Channel News Asia)에 한국 농촌에서 일하는 비한국인의 “노예와도 같은” 상황을 비판했다. 지난해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역시 “한국의 농업 부문에서의 이민 농업 노동자에 대한 착취는 한국에 오점이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분명한 사실은 농업에 종사하려는 한국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한국의 농업 노동력의 거의 대부분을 인건비가 싼 이주노동자들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한국의 오점’이 될 정도의 ‘노예 같은’ 노동 조건 속에서 일한다면, 이주농업노동자조합이 얼마나 분노하게 될지 상상해 보라. 만약 그런 노조가 허용된다면 말이지만. 국제사면위원회가 말하듯이 이민 노동자들이 착취를 당하고 있다면,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애로사항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 노조 설립이 허용되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결과를 충분히 숙고하지 않고 노조 설립을 허용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의 비한국인 이주노동자의 대부분은 최대 4년10개월 동안 한국 체류가 가능한 고용허가제(EPS)에 의한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그렇다면 EPS 노동자에게 어떤 희망이 있는가? 노조 대표 역시 노동자의 한 사람이다. 좋은 노조 대표가 나타났다 하더라도 EPS 비자가 만료되는 4년10개월 후에 떠나야 한다면 어떻게 노조가 리더십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리더십의 연속성이 없다면 EPS 노동자가 주축이 되는 노조는 잠재적으로 불안정한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전직 MTU 대표들을 강제출국시킨 바 있다. MTU 전 노조위원장이었던 필리핀인 미셸 카투이라(Michel Catuira)는 그중의 한 명이다. 그는 추방 판결에 맞서 항소심을 진행하던 중 가족을 보러 필리핀을 방문했다가 인천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됐다. 그가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영국노동조합회의(Britain’s Trade Union Congress), 국제사면위원회 등의 지지를 받은 국제적인 캠페인이 펼쳐졌지만 그의 입국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카투이라 사건은 한국이 비한국인 노조 결성에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사실 한국은 한국인이 설립한 것이든 비한국인이 설립한 것이든 노조라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한국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ILO’s fundamental convention)에 가입하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다. 이 협약은 해당 국가의 시민에게 모든 노조의 존재 근거가 되는 기본권인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한다. 중국과 이란이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거부했다.
   
   MTU는 10여년 전에 설립된 이래 수많은 법적 장애물을 만났다. 첫 시도는 조합원 중 일부가 불법이민자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좌절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항소 법원에서는 MTU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는 불법 이주노동자도 노조를 설립할 권리를 갖는다.” 고용노동부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법원 판결은 이주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줬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불법 이민자들이 정말 많고, 이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게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불법 이민자들이 법을 어긴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사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불법 이민자를 기꺼이 채용하는 한국인 고용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분명한 건 이들이 이미 한국 경제의 아주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데 더 이상 이들의 존재를 모른 체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합법적인 채널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면서 계속해서 이들의 노동으로 이득을 얻는 것이 정당하다고 할 수 있는가?
   
   노조는 압력단체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고용주와의 분쟁에 있어 법적 지원도 제공할 수 있다. 비한국인들이 노조를 만들고 싶은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체납 임금 등 여러 문제들 때문이다. 아마 이 부분이 비한국인 노조에 가장 절실한 부분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비한국인인데 제때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구에게 의논을 해야 하나? 필리핀어, 캄보디아어, 중국어, 태국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 변호사들을 만날 수 있나? 변호사를 만난다 하더라도 EPS 노동자 월급으로 그들을 선임할 수 있을까? 조합원들이 조합비를 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자금을 모아서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했을 때 도움을 받기 위함이다.
   
   이주노동자 수는 매년 증가하는데 비한국인 노동자의 조합 설립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주의는 모든 직업을 망라해 비(非)남아공인들이 결성한 남아공 외국인노조연합(SAUFTU)을 낳았다. 현재 남아프리카에는 약 500만명의 이주 노동자가 살고 있다. 짐바브웨 출신 노동자만 해도 남아공 노동력의 23%를 차지한다. 남아공 외국인노조연합은 지난 5월에 설립된 신생 조합이지만, 조합원 수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이미 남아공 경제 대부분을 마비시킬 만한 힘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은 이주노동자의 조합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선 노조가 이주노동자들을 가입시키기 위해 적극적이다. 이처럼 여러 산업에 걸친 이주노동자들의 거대 조합을 만들기보다는 한국의 노조에 비한국인을 가입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농부나 공장 노동자 조합에 비한국인을 참여시키고 이들을 적극 지원한다면 그 힘은 훨씬 강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 노조들이 정부의 지원을 요청한다면 정부는 모든 지원을 해줘야 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문화적·언어적 이유 때문에 한국인과 비한국인이 같은 노조에서 일해 나가는 게 쉽지 않겠지만, 남아공에서처럼 모든 비한국인을 위한 거대 노조를 만드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그 힘이 너무 강해져서 1980년대 대처 시대의 영국에서처럼, 결국 경찰과 부딪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이주노동자의 거대 노조를 만드는 대신 비한국인들이 한국의 노조 안에서 정당한 목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한국인’과 ‘타자’ 사이의 흑백논리적 구분을 피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이주 농업 노동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한국의 농업노동자조합과 농림부가 조율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비한국인 전체와 한국 정부 전체가 대치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비한국인의 거대 조합은 비한국인과 한국인 모두에게 불편한 상황을 가져온다. 함께 일하는 것만이 답이다.
   
   앞으로 어떻게 되든 간에 조합 결성권은 보장돼야 한다. 국제연합 세계인권선언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조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 국제연합도 완벽한 건 아니지만,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국으로 오는 이주노동자의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당신이라면 세계인권선언 조항조차 지키지 않는 나라로 일하러 가겠는가? 이들에게 아무런 보장도 해주지 않고, 임금이 체불되어도 법적 대응을 할 수단이 없다면, 한국에 자발적으로 오는 사람들은 정말 세계에서 가장 절박한 사람들뿐일 것이다.
   
   비한국인에 대한 노조권을 보장해 주는 것은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한국으로 일하러 오세요. 당신의 권리를 보호해 드립니다.” 이런 메시지 이외의 다른 어떤 말도 한국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팀 알퍼
   
   1977년 영국 출생. ‘런던 스쿨 오브 저널리즘’, 켄터베리 소재 켄트대학 졸업(철학·영화 전공). 런던에서 프리랜서 번역가, 스포츠 기자로 일함. 서울에서 ‘korea IT’ 편집자, 교통방송 영어 FM 프로듀서,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영문판 편집자 등으로 일했음. 조선일보에 칼럼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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