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6월 17일 조별 예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를 아르헨티나는 명실상부한 우승 후보다. 아르헨티나를 꺾는다면 이번 월드컵 최대 이변 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남미 지역 예선을 치를 때만 해도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었다. 대표팀 지휘봉을 맡은 마라도나 감독은 무려 100여명의 선수를 대표팀에 불러들이는 ‘실험’을 거듭했고 팀 내 불화와 마찰도 밖으로 노출됐다. 예선도 4위로 간신히 통과했다. 그러나 본선을 앞둔 아르헨티나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남미 명문다운 면모를 회복하고 있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같은 유럽 리그를 휘어잡고 있는 주축 공격수들이 몸이 풀리면서 팀의 조직력이 급상승했다. 통산 세 번째 월드컵 우승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격수들 유럽 빅3 무대 휘저어

아르헨티나의 희망 ‘메시’ / photo AP
아르헨티나의 희망 ‘메시’ / photo AP

공격력만 따진다면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강이다. 간판 선수는 리오넬 메시이다. 메시는 2009~2010 시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유럽 챔피언스 리그를 포함해 총 53경기에 나서 47골을 넣는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메시는 스페인 정규 리그와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 모두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마라도나의 재림’이라 할 정도로 현란한 드리블 실력을 갖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벼락 슈팅도 탑재하고 있다. 메시의 활약도에 따라 아르헨티나의 우승 여부가 판가름 날 정도로 그의 비중은 지대하다.

또다른 주전 공격수로는 한때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동료이기도 했던 테베스와 ‘영 건(young gun)’ 곤살로 이과인이 있다. 테베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첫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23골을 집어넣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탱크 같은 저돌성과 억척스러움이 상대 수비를 피곤하게 한다. 이과인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호날두와 짝을 이뤄 스페인 정규리그에서 27골을 넣어 팀의 간판이던 라울을 벤치로 보냈다.

아르헨티나는 보조 공격수들도 가공할 득점력을 자랑한다. 베테랑 스트라이커 디에고 밀리토(인터 밀란)가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선수. 밀리토는 지난 5월 23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혼자 두 골을 넣어 팀이 바이에른 뮌헨을 2 대 0으로 꺾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밀리토는 단 두 차례의 찬스를 모두 골로 연결시키는 원 샷 원 킬(one shot one kill) 능력을 보이며 인터 밀란의 트레블(정규리그 우승·컵대회 우승·챔피언스리그 석권)에 최대 공로를 세웠다.

‘마라도나의 사위’ 세르히오 아게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팀이 유로파 리그(전 UEFA컵) 정상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아게로는 결승전에서 2도움을 기록해 잉글랜드의 풀럼을 2 대 1로 꺾었다. 37세의 노장이면서도 월드컵에 처음 얼굴을 내미는 아르헨티나 ‘국내파 대부’ 마르틴 팔레르모도 소속팀 보카 주니어스에서 팀 사상 최다인 222골을 터뜨린 기록의 사나이다.

미드필드진도 만만찮다. 세계 최고의 왼쪽 날개로 평가받고 있는 앙헬 디 마리아(벤피카), 어느새 백전 노장이 된 후안 베론(에스투디안테스), 골 넣는 미드필더 막시 로드리게스(리버풀), 수비형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 오른쪽 날개 호나스 구티에레스(뉴캐슬)가 포진하고 있다. 수비 라인엔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 월터 사무엘(인터 밀란), 마르틴 데미첼리스(바이에른 뮌헨), 니콜라스 오타멘디(벨레스 사르스필드)가 버티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5월 25일(한국시각)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캐나다와의 평가전에서 메시와 밀리토가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5 대 0 대승을 거둬 공격의 팀다운 면모를 보였다. 아르헨티나는 당시 테베스와 이과인이 최전방에 섰고 메시의 대체 요원인 공격형 미드필더 하비에르 파스토레(팔레르모)가 뒤를 받쳤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로드리게스가 두 골, 테베스와 디 마리아가 한 골씩 넣었고 마라도나의 사위 아게로가 후반 교체멤버로 들어가자마자 현란한 개인기를 발휘하며 한 골을 추가했다.

대표팀선 죽 쑤는 메시… 전술 활용 과제

아르헨티나에도 고민은 있다. 바로 그 주인공은 메시. 메시는 4-3-3을 쓰는 바르셀로나에선 펄펄 날다가도 주로 4-4-2전술을 쓰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선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마라도나 감독은 “메시에게 포지션의 자유를 준다”고 공언도 했지만 본선 무대에서 메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

한국이 아르헨티나와 최소한 무승부를 기록하려면 메시를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1 대 1 대인 마크보다는 철저한 협력 수비로 메시에게 전달되는 공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 챔피언스 리그 4강전에서 인터 밀란이 협력 수비로 메시를 꽁꽁 묶었던 것에 해답이 있을 수 있다. 메시만 막는다고 테베스나 이과인, 밀리토 같은 선수들이 무력화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한국팀 수비의 집중도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아르헨티나가 조별 리그에서 몸 풀듯 경기를 할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르헨티나는 약체 캐나다와의 평가전에서도 시종일관 상대를 압박했다. 4년 전 독일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도 세 경기에서 여덟 골을 집어 넣으며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또 아르헨티나는 조 1위를 하게 되면 16강전에서 A조 1위가 유력한 강호 프랑스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설렁설렁 경기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월드컵 우승을 꿈꾸는 아르헨티나와 이변을 노리는 한국이 과연 어떤 경기를 펼칠지 관심이다.

photo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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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대표팀 23명 최종 명단

GK 세르히오 로메로(AZ알크마르), 마리아노 안두하르(카타니아), 디에고 포소(콜론)

DF 니콜라스 오타멘디(벨레스 사르스필드), 마르틴 데미첼리스(바이에른 뮌헨), 월터 사무엘, 니콜라스 부르디소(이상 인터 밀란),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 아리엘 가르세(콜론), 클레멘테 로드리게스(에스투디안테스)

MF 호나스 구티에레스(뉴캐슬),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에스투디안테스), 막시 로드리게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이상 리버풀), 앙헬 디 마리아(벤피카), 하비에르 파스토레(팔레르모), 마리오 볼라티(피오렌티나)

FW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디에고 밀리토(인터 밀란), 세르히오 아게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마르틴 팔레르모(보카 주니어스)

정재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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