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
[2147호] 20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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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왜 다시 빅뱅인가

새 음반 판매 1주일 만에 10만장 돌파 2년3개월 공백 무색 아이돌 그룹 새 모델 개척

이종민  팝칼럼니스트  

자작곡 실력 음반제작 참여 타 아이돌과 차별화
영화·드라마·예능 ‘팔방미인’ 개인 활동으로 공백 메워
▲ 빅뱅의 멤버들. 왼쪽부터 승리, 지드래곤, 태양, 대성, 탑.
2년3개월의 공백은 숫자에 불과했다. 앨범의 전곡은 발표 당일 음원 사이트 순위에 올라 ‘Tonight’ ‘Cafe’ 등 수록곡끼리 1위 경쟁을 했고, 음반 판매량은 1주일 만에 10만장을 넘어섰다. 한 공중파 방송사는 복귀에 맞춘 프로그램까지 제작하여 전파를 내보냈다. 지금 한국 대중음악에서 빅뱅(BigBang)의 인기는 절대적이다.
   
   열풍은 한반도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이번 컴백 전까지 활동을 펼친 일본에서도 다섯 청년에 대한 호감이 피어나고 있다. 일본의 대표 의류 브랜드 중 하나인 유니클로(Uniqlo)는 빅뱅 티셔츠를 제작하여 한·일 양국 매장에서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아시아뿐인가. 신보 ‘빅뱅 미니앨범 4집’은 ‘Tonight’이란 이름으로 빌보드 월드 차트 3위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 대해선 별도의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얻어낸 성과다. 한국을 넘어 지구촌에 한류를 전파하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데뷔 5년차. 아이돌(Idol)이라는 울타리에선 어느덧 중견으로 대우받는 빅뱅의 인기는 무언가 남다르다. 현 가요계에서 군림하고 있는 거대 기획사 소속 팀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대중이 그들의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 음악계의 평가 분위기, 멤버들의 다양한 활동 여파 등 기존 보이(boy) 그룹들과 뚜렷이 비교될 정도다. 지드래곤(G-Dragon), 탑(T.O.P), 태양, 대성, 승리. 이렇게 이루어진 다섯 남자에게 우리는 왜 열광하고 있을까.
   
   
   데뷔 5년… 더 견고해지다
   
   빅뱅의 탄생은 매번 시장의 빈틈을 공략 포인트로 삼았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 대표의 머리에서 나오게 됐다. 가수의 가창력이 논란에 올랐던 2000년대 초 휘성·거미·빅마마(Bigmama)를 등장시키며 대중의 욕구를 채워준 그는 5년 전, 아티스트 색깔이 부족한 한국 아이돌 그룹의 구조에 주목하며 ‘뮤지션 이미지’를 강조하는 다섯 명을 만들어낸 것이다.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4개월 사이 3장의 싱글을 냈지만 힙합과 R&B에 비중을 둔 음악 스타일은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다. 곧바로 타이틀 곡을 팝으로 돌려 정규 1집을 내놓지만 그마저도 흥행을 이끌진 못했던 상황. 비주얼에 중심이 가있는 아이돌 판도에서 음악적 자세를 앞세운 보이그룹을 내놓겠다던 목표는 그렇게 멀어져 가는 듯했다.
   
   반전이 이루어진 건 데뷔 1년 후 미니앨범 1집 ‘Always’(2007)를 발표하면서부터다. 타이틀 곡 ‘거짓말’이 단숨에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고 공중파 순위를 석권하며 빅뱅 열풍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마지막 인사’ ‘붉은 노을’ ‘하루하루’ 그리고 이번에 공개된 ‘Tonight’까지, 팀이 발표한 앨범들은 실패를 모른 채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번 타기 시작한 흐름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성공의 물꼬를 튼 뒤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분명히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 이 부분에서 주목해야 하는 건 빅뱅 대세를 이루는 시기가 장기간으로 들어섰음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아이돌 그룹이 5년에 접어들면 복잡한 내부 사정에 얽히며 해체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었던 다른 소속사들과는 달리 신기할 만큼 견고한 행보다.
   
   
   싱어송라이터… 실력으로 승부
   
   뮤지션을 키워내겠다던 의지에 걸맞게, 빅뱅이 아이돌 그룹에서 선두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음악의 힘이 크다. 2007년 전세계적으로 유행을 일으켰던 전자음악을 과감히 흡수, 힙합 리듬을 사용하면서도 사운드 디자인은 일렉트로닉에 맞추어 젊은 세대들의 구미를 당겼다. 지금이야 전자음악이 가요계에서 보편화됐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SG워너비를 필두로 한 소몰이 창법과 소녀시대, 원더걸스 같은 걸그룹이 전자음악에서 지분을 갖고 있는 정도였다. 신선한 최신 장르를 수입하여 선명한 후렴까지 갖춘 보이그룹이 나타나니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전자음악의 든든한 지원은 빅뱅의 인기를 지속할 수 있는 핵심이다. 최근 다시 불어오는 가창력 논란에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과 실력을 갖춘 보컬들이 조명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나, 여전히 빌보드부터 가요까지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은 일렉트로닉이다. 그만큼 2000년대 후반을 지배하는 인기 장르에 제대로 발을 맞췄다.
   
   이런 기반에서 음악 소비자에게 좀 더 다르게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멤버들의 자작곡 능력이다. 대표곡 ‘거짓말’의 경우 작곡에 리더 지드래곤이 참여했으며 그의 음악적 역량은 점차 성장하여 신보에서는 전곡을 작곡했다. 유명 작곡가에게 기댔던 그룹들과는 제작부터 구별되는 모양새를 지닌다. 덕분에 빅뱅이 등장할 때마다 사운드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했고 결과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것은 의상과 안무 얘기부터 나왔던 기존의 아이돌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빅뱅이란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음악을 얘기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언론과 평론가들도 빅뱅을 더는 기존의 아이돌 그룹처럼 대할 수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창작곡에 대한 평가를 다루었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게 됐다. 가수가 롱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음악, 빅뱅은 그 골자를 놓치지 않았다.
   
   
   빅뱅이 입으면 유행이 된다
   

   물론 음악만이 이 엄청난 바람을 몰고 오진 않았다. 싱어송라이터란 명칭이 오르내리며 아이돌 그룹에 대해 대중이 갖고 있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복귀 때마다 작업 업적만을 거론해서는 다른 팀들과의 경쟁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운드에 걸맞은 비주얼도 큰 축을 담당하는 게 현대 대중음악의 현상이다.
   
   빅뱅은 패션에서도 뒤처지지 않았다. ‘거짓말’과 ‘마지막 인사’가 폭발적 인기를 누릴 때 노래만큼이나 그들의 의상도 세간의 관심 대상이었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던 신발 브랜드는 물론이고 유명 의류업체의 최신 상품들을 무대 위에서 가장 빠르게 입고 나오며 패션을 선도했다. 남성 쇼핑몰들은 앞다투어 ‘빅뱅 스타일’이란 홍보문구를 쓰며 유사 제품들을 팔기 바빴다.
   
   이는 중요한 부분이다. SM이나 DSP, JYP 같은 회사에서 나왔던 보이 그룹들은 무대에서 모두 음악에 어울리는 옷들을 자체 제작, 혹은 단체 주문하여 입고 나왔다. 그러다 보니 의상에서 유행을 가져오기는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 당장 소비할 수 있는 옷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빅뱅의 옷들은 노래와 들어맞으면서도 당장 밖에서도 입을 수 있을 만큼 실용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것은 흑인 음악을 지향하는 소속사의 고집에서 나온 특색이다. 힙합 매니아들에게 친숙한 스트리트 패션을 최신 유행 아이템들과 접목했다. 일상의 소품들을 혼합하면서 만들어낸 캐릭터는 기존의 그룹들과는 차별화된 ‘멋진 오빠’를 그려냈고 여기에 10대들이 반응한 것이다. 아이돌 인기의 원천은 10대 팬들이 쥐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며 거리에서도 빅뱅의 흔적을 만날 수 있으니 평소 이들에 대한 친밀감이 더 높아질 수 있는 건 어색하지 않은 일이다.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열풍 유지의 결정타는 멤버들의 끊임없는 개인 활동이다. 이것은 디지털 음원이 보편화되면서 달라진 음악 시장의 흐름이기도 하다. 음반을 내서 활동한 뒤 얼마간의 공백기를 갖는, 과거의 방식으로 활동하는 가수들은 흔치 않다. 그룹의 멤버들을 솔로 혹은 2인조 같은 유닛으로 별도 데뷔를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재능만 있다면 영화, 드라마, 예능에 투입시키는 일은 다반사다. 365일 매체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것이다.
   
   빅뱅 역시 이 방식을 채택했다. 이들이 빅뱅이란 이름으로 한국에서 다시 모인 건 2년3개월이지만 오랜만의 등장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그간 5명은 모두 솔로로서 싱글앨범 등을 발표했으며 대성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탑은 영화에서, 승리는 뮤지컬에서 얼굴을 알렸다.
   
   그뿐인가. 컴백 시기에 맞춰 소속사는 작년 12월부터 멤버들의 연속적인 홍보 작전을 펼쳤다. 12월엔 지드래곤과 탑의 유닛앨범을, 1월엔 승리의 미니앨범을, 그리고 2월엔 빅뱅의 4집 미니앨범까지, 빈틈없는 물량 공세를 펼친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개별 활동은 다르면서도 같아 보이는 효과를 냈고, 멤버들의 출현은 익숙하게 다가왔다.
   
   3장의 싱글, 4장의 미니앨범, 2장의 정규앨범을 낸 빅뱅의 인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격동에 가까운 변화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이들은 매번 능숙히 대처 방안을 마련했고 놀라운 속도로 실행에 옮겼다. 대중음악이란 전쟁터에서의 성공이 결코 음악 하나만으로는 열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산증인들이기도 하다. 더욱이 아직 정상 정복에 다가서지 않은 일본 진출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이들이 펼쳐나갈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식어가는 전자음악의 하강 곡선이 어떤 위기를 가져다 줄지는 섣불리 예상할 수 없으나 축적된 실력을 기반으로 순항을 펼치는 이들에게 당분간 두려움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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