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와 그들의 최대주주 ‘무디스(Moody’s)’. ⓒphoto 조선일보 DB
‘한국신용평가’와 그들의 최대주주 ‘무디스(Moody’s)’. ⓒphoto 조선일보 DB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로 대표되는 국내 신용평가 시장이 외국계 대주주에 의한 자본 침탈로 멍들고 있다. 두 국내 신용평가사는 지난 10년간 1년 순이익의 최소 50%에서 최대 184%가 넘는 상식 이하의 황당한 초고(超高)배당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황당한 초고배당은 2001년과 2007년 미국의 ‘무디스(Moody’s Singapore Pte Ltd, 이하 무디스)’와 영국의 ‘피치(Fitch Ratings Ltd, 이하 피치)’가 각각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의 최대주주가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최대 184%가 넘는 초고배당을 동원해 최근 5년간 두 신용평가사로부터 현금만 최소 380억원(피치·무디스 합계)을 빼갔다. 무디스와 피치로 빠져나간 돈은, 그 일부조차 한국 사회와 금융·신용평가 산업에 재투자되지 않았다. 대신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그리고 두 외국계 자본에 의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됐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두 국내 신용평가사와 이들의 최대주주 무디스·피치가 벌이고 있는 비상식적 자본 유출 행각이 알려진 것은 최근이다. 한국기업평가는 11월 2일 ‘현금배당’ 공시를 공개했다. ‘2011년에는 1주당 1726원, 총 76억9946만원을 배당하겠다’는 내용이었다. 1주(株) 액면가 5000원, 공시당일 주가 1만9000원, 시가 배당률만 9%에 이르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주식회사’의 통상적 주주배당처럼 꾸며져 있다. 오히려 ‘주주 친화적 기업’으로 보이는 내용이다. 그런데 9일 후인 11월 11일 ‘한국기업평가 감사보고서’가 공개되며 이들이 감행한 고배당에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순이익 전부를 현금배당에

한국기업평가의 2011년(회계기간 2010년 10월~2011년 9월) 당기순이익이 약 118억4700만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말대로라면 한국기업평가의 경영진은 ‘1년 동안 한국기업평가가 번 돈의 64.2%를 배당을 주기 위해 쓰겠다’는 결정을 했다는 말이 된다. 배당성향만 무려 64.2%의 초고배당이었다. 60%대의 고배당으로 ‘황당하다, 비윤리적이다, ‘자본 침탈이다’ 등의 비난을 받았던 론스타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이런 60%가 넘는 초고배당은 단지 2011년 한 해만의 특별한 사건(?)이 아니었다.

한국기업평가의 2010년 당기순이익은 100억2100만원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1주당 1460원의 현금을 배당했다. 총 65억1300만원이나 됐다. 배당성향 65%였다. 이 정도는 애교였다. 2009년엔 당기순이익 50억3300만원에 불과했지만 현금 배당에 쓴 돈만 무려 50억1800만원(주당 1125원)에 이른다. 1년 동안 번 돈의 99.7%다. 사실상 수익의 거의 전부를 배당이란 이름으로 대주주 등에게 현금을 챙겨 준 것이다.

이런 고배당 정책은 2009년 이전에도 있었다. 2002년엔 1년 동안 번 당기순이익의 85.4%를 현금 배당에 썼다. 한국기업평가의 대주주와 경영진은 2000년 이후 단 한 해도 예외 없이 1년 수익의 최소 52%, 최대 99% 이상의 현금 배당을 결의, 실제 이를 현금으로 챙겨 갔다.

피치가 한국기업평가의 주인이 된 것이 2007년이다. 현재 지분율이 73.55%다. 이를 통해 피치는 다른 주주들의 동의 없이 대표이사 등 경영진 인사와 배당 같은 회사 밖으로의 자금 유출 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다. 한국기업평가 주식의 액면가는 주당 5000원이다. 이 액면가로 환산한 피치의 한국기업평가 지분가치는 약 166억9695만원이다. 이런 피치가 2007년 이후 5년 동안 매년 최소 18억8876만원(2008년)에서 최대 56억6261만원(2011년) 등 총 194억8266만원의 현금을 배당으로 챙겨 갔다. 그리고 이 돈을 고스란히 해외로 빼간 것이다. 이 정도면 ‘론스타’를 먹튀로 부르는 게 어색할 정도다.

그런데 국내 신용평가 시장에서 초고배당을 이용해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감행한 것은 한국기업평가와 피치만이 아니다. 한국기업평가와 국내 신용평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한국신용평가’ 역시 상식 이하의 노골적 초고배당 행각을 수년째 지속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해외 자본에 점령된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자본 유출 실태가 어떠한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1년 수익의 99.7%를 현금배당했던 한국기업평가와 피치의 초고배당조차 한국신용평가와 무디스가 벌이고 있는 초고배당 앞에선 그저 장난처럼 보인다.

100만원 벌어 184만원 배당

2011년 한국신용평가는 73억7100만원의 현금을 배당했다. 그런데 당기순이익(회계기간 2010년 1~12월)이 불과 81억9000만원이었다. 배당성향이 무려 90%다. 지난해에는 어땠을까?

한국신용평가는 2010년(회계기간 2009년 1~12월) 당기순이익 88억3400만원에 현금 배당만 79억5100만원을 했다. 배당성향이 역시 무려 90%다. 100만원을 버는 회사가 대주주에게 90만원을 현금으로 챙겨준 것이다. 배당률(주식 1주가 액면가에 대비 배당받는 비율·배당금/주식 액면가)로 따지면 더욱 황당하다. 한국신용평가 1주(株) 액면가는 5000원이다. 그런데 5000원짜리 1주에 7371원이 넘는 배당을 했으니 배당률만 무려 159%다.

2010년과 2011년의 배당 파티는 사실 애교다. 2009년(회계기간 2008년 1~12월)의 당기순이익은 불과 73억700만원이었다. 그런 2009년 한 해에만 중간과 기말, 두 번에 걸쳐 총 134억9100만원(중간배당 61억900만원, 기말배당 73억원)의 현금을 배당금이라며 회사 밖으로 유출시킨 것이다. 배당성향만 무려 184.6%. 1년 동안 달랑 100만원밖에 못 번 회사 대주주와 경영진이 184만원의 현금을 주주배당이라며 빼간 것이다.

2008년을 보자. 당기순이익은 고작 58억39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8년 역시 중간(배당금 40억원)과 기말(35억300만원) 두 번에 걸쳐 총 75억300만원의 현금배당이 이루어졌다. 배당성향 역시 무려 128.5%다.

2007년은 달랐을까. 다르긴 달랐다. 2008년보다 훨씬 더 심했으니까. 2007년 순이익은 불과 59억2800만원. 하지만 중간과 기말 각각 60억원과 35억5600만원씩, 두 차례 배당을 감행해 총 95억5600만원의 현금을 빼갔다. 배당성향만 161.21%다. 역시 1년 동안 달랑 100만원밖에 못 번 회사의 대주주와 경영인이 무디스 등 대주주에게 161만원의 배당을 현금으로 줘야 한다는 황당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를 통해 무디스 등 대주주는 현금으로 배당을 챙겨 갔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2006년 이전만 해도 황당한 초고배당과는 거리가 있는 기업이었다. 2006년 순이익 대비 배당성향은 50%였다. 2004년과 2005년엔 순이익 대비 30%를 배당했다. 2003년과 2002년 역시 각각 30%와 50%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사실 30~50% 이내의 배당성향은 국내 상장사와 10대 그룹에 비해선 높지만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과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7년부터 ‘최소 90%, 최대 184%’를 넘는 비상식적 초고배당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의 비상식적 초고배당이 시작된 2007년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석연찮은 시점이다. 묘하게도 2006년에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최대주주가 됐고, 2007년부터 외환은행과 론스타의 비상식적인 고배당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렇게 챙긴 현금, 즉 국내 자본을 해외로 유출시킨 자본 침탈의 시작 역시 2007년이었다.

‘한국신용평가-무디스’, 그리고 ‘외환은행-론스타’의 비상식적 초고배당과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이 시작된 때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기업평가-피치’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신용평가 경영진과 무디스가 고배당을 이용한 론스타의 천문학적 현금 챙기기와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 과정과 방법을 그대로 학습한 것으로 추론되는 대목이다. 아마도 한국신용평가 경영진과 무디스는 론스타 앞에 무기력했던 금융당국의 모습까지 확인했을 것이다.

무디스는 2001년 한국신용평가 지분 ‘50%+1주’를 소유하며 최대주주가 됐다.(또 다른 주주는 50%-1주의 NICE홀딩스다).

무디스가 한국신용평가를 통해 지금까지 챙겨간 현금은 얼마나 될까. 무디스는 2002년 이후 10년간 배당으로 약 230억6850만원의 현금을 챙겼다. 이 중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가져간 현금 배당만 192억5000만원이 넘는다. 192억원이 넘는 현금을 챙겨 갔지만 무디스가 국내 금융(신용평가)산업과 경제계에 재투자한 흔적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피치와 무디스가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에서 초고배당을 동원한 막가파식 자본 유출행각을 수년째 마음 놓고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절대적 지분율에 있다.

한신평 “먹튀 비난 알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와 그들의 최대주주 ‘피치(Fitch)’. ⓒphoto 조선일보 DB
‘한국기업평가’와 그들의 최대주주 ‘피치(Fitch)’. ⓒphoto 조선일보 DB

피치의 한국기업평가 지분은 73.55%고, 무디스의 한국신용평가 지분은 50%+1주다. 이는 두 외국계 자본 모두 경영진 임명과 배당 등 기업자금의 외부 유출 등의 내용을 다른 주주 동의 없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신용평가 기획 책임자인 정승옥 위원에게 “한국신용평가의 대표이사를 ‘무디스’가 선임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정 위원에 따르면 대표이사를 제외한 4명의 이사 중 2명이 무디스 측 사람이고, 나머지 2명은 나이스홀딩스 측 사람이라고 한다. 즉 총 5명의 이사진 중 과반이 넘는 3명의 이사가 무디스가 임명한 사람이다. 이는 어떤 내용이든 무디스 측 의지대로 한국신용평가의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피치가 임명한다. 한국기업평가의 이사진은 총 4명(사외이사 제외)이다. 이 중 피치가 임명한 대표이사를 빼면 이사진은 3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3명의 이사 중 2명이 피치의 현직 임원으로 채워져 있다. 에반 해일(48·Evan Hale)씨와 베르나르 드 라트르(63·Bernar De Lattre)씨가 그들이다. 이들은 피치의 매니징 디렉터인 동시에 한국기업평가의 업무 전반을 책임지는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피치와 한국기업평가의 임원을 겸직하는 것이다. 철저히 피치에 충성할 수 있는 인물로 한국기업평가의 경영진이 구성된 것이다.

피치와 무디스에 의해 임명된 대표이사와 이사들이 이사회를 소집, 최저 52%에서 최대 184%가 넘는 비상식적인 초고배당을 결의해 왔다. 이런 단순한 방법으로 피치와 무디스가 수년째 국내 두 신용평가사에서 반복적인 자본 유출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은행 경영진을 장악한 후 이사회를 통해 ‘합법적’이란 이름으로 초고배당을 실시, 천문학적 현금을 챙긴 론스타의 자본 침탈과 완전히 동일한 방식이다.

한국기업평가의 언론홍보 담당 한재준 과장은 “고배당을 대외적으로 한 적은 없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런 한재준 과장에게 “1년 순이익의 50%를 넘어 99% 이상, 사실상 수익 전부를 배당하는 것이 ‘고배당’ 아니냐”고 묻자 “주주우대, 주주가치 상향을 위해 과거부터 (배당이) 높은 것 뿐”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기업평가의 경우 설비투자가 필요한 제조업도 아니고, 부동산 같은 투자도, 대규모 인력채용도 하지 않는다”며 “유보금이 많으니 당연히 (현금)배당을 하는 것”이라며 뭐가 문제냐는 투의 답변을 내놓았다.

한 과장에게 수차례 “수년간 초고배당을 실시하는 이유”를 물었지만 그는 초고배당을 실시하는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한재준 과장은 “이사회 의결을 거친 합법적인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가 말한 ‘주주’의 73.55%가 외국계 자본 ‘피치’ 단 하나다. 그리고 한국기업평가 이사회 이사들은 ‘피치’의 현직 임원을 포함해 피치가 임명한 사람들이다. 즉 한 과장의 말대로라면, 피치의 현직 임원과 피치가 임명한 사람들이 이사회를 열고, 그들이 직접 이사회에 참여해, 자신들에게 급여를 주는 ‘대주주인 피치를 우대하기 위해 한국기업평가 1년 수익 중 최대 99.7%를 현금으로 배당했다’는 황당한 결정을 한 셈이다.

한국신용평가 정승옥 위원은 “이런 (1년 순이익의 최소 90%, 최대 184%가 넘는 현금)배당성향 때문에 (한국신용평가와 최대주주 피치를) ‘먹튀’로 보는 시각이 있음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대주주 역시 배당을 받는데 왜 이것은 말하지 않는지 억울하다”고 했다.

론스타식 자본 침탈, 막을 방법이 없다

정 위원에게 2006년 이전 30~50%이던 배당이 2007년 162.2%를 시작으로 최대 184.6%까지 급등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말하기도 설명하기도 어렵다”란 말을 반복했다. 또 한국기업평가 한재준 과장이 그랬던 것처럼 “이사회 의결을 거친 합법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초고배당 문제는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에게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정 위원에게 ‘대표이사 및 이사회 참석 이사들에게 초고배당에 대한 공식 입장’을 요청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이사회 참석 이사들에게 직접 확인해야 한다”던 그가 “대표이사 등 이사들의 공식입장은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유가 가관이었다. 정 위원은 “한국신용평가에서 이런 내용(수년간 최고 184%가 넘는 초고배당을 반복한 이유와 이에 대한 입장)을 대표이사에게 묻게 되면 대표이사가 ‘너 뭐하는 놈이야’란 답을 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며 이사들의 공식입장을 묻는 주간조선의 요청을 거부했다.

당기순이익과 지난 회기에서 이월된 이익잉여금을 합친 범위 내에서 주주에게 기업의 수익을 배분하는 것을 배당이라 한다. 기업이 자신에게 투자한 주주에게 수익을 적절히 나누어 줌으로써, 향후 원활한 투자를 이끌어내는 경영의 한 방법이 배당이다.

통상 주주 친화적이면서 기업성장을 위한 정상적인 고(高)배당의 수준은 30%대로 알려져 있다. 제조업의 경우 회사가 보유한 돈으로 설비투자나 기술 개발을 해야 하고, 서비스나 금융업의 경우 전문 인력보충과 금융기법 및 상품, 시장 분석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1년 수익의 100%에 육박하거나 이를 훨씬 넘는 초고배당이 정상적인 경영이냐는 따져봐야 한다. 시장 및 경영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것이며 기업을 벗겨 먹는 자본 침탈일 뿐”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1년에 100만원 버는 회사의 지분 70%를 가진 대주주가 180만원을 배당하라고 한다는 건 비상식을 넘어 기업 건전성을 해치는 비윤리적인 것”이라고 했다.

“100만원 버는 회사에서 180만원을 배당하면 지분 70%를 가진 대주주가 챙기는 돈만 126만원입니다. 회사의 1년 수익보다 많은 돈을 대주주 단 하나가 빼가는 겁니다. 이 정도면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대주주만을 위한 결정을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지요.”

그는 외국계 자본에 의한 대표이사 및 이사 등 경영진 구성, 이들에 의한 이해 불가능한 초고배당 실시, 배당금의 국내 재투자 전무(全無)와 해외 유출 등은 전형적인 ‘론스타식’ 자본 침탈의 구조라고 했다.

한국 금융시장은 외국자본의 봉?

고려대 경영대 박경서 교수는 “한국 기업을 장악한 외국계 자본은 철저히 돈 놓고 돈 먹기 원칙에 충실할 뿐”이라며 “그들의 경영상 판단 근거는 투자한 것 이상을 받아갈 수 있느냐뿐”이라고 했다.

신용평가산업은 전형적인 정부의 특혜산업이다. 기업이 회사채, 기업어음 등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에서 신용평가를 받아야 한다. 또 금융당국은 ‘신용정보업법’과 ‘자본시장법’으로 신용평가 기업의 신규 설립을 규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기존 신용평가사들은 과점을 형성해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이 급한 기업을 상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쉽게 돈을 챙기고 있다.

정부가 이런 특혜를 주는 것은 신용평가 시장이 한국 금융과 경제의 중추이자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에 대한 의무가 주어지는 산업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특혜와 보호 아래 돈을 벌고 있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에서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기업평가와 피치, 한국신용평가와 무디스가 벌이는 비상식·비윤리적 초고배당과 한국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외국자본의 눈엔 한국 금융과 경제의 공공재마저도 건강한 투자처이기보다 한 방에 한몫 잡을 수 있는 좋은 먹잇감에 불과한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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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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