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대상 휴대폰시장서 업계 2위로 KT를 제친 LG유플러스 매장. ⓒphoto 조선일보 DB
외국인 대상 휴대폰시장서 업계 2위로 KT를 제친 LG유플러스 매장. ⓒphoto 조선일보 DB

국내 거주 외국인이 140만명을 돌파하면서 이동통신 3사가 외국인 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5300만명에 달하는 국내 휴대폰 가입자 수가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이동통신 3사에 따르면, SK텔레콤은 55만명, LG유플러스는 38만명, KT는 27만명의 외국인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매월 유·무선 가입자 수 현황을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보고한다. 반면 이동통신 3사의 외국인 가입자 수는 방통위에 대한 의무보고 사항이 아니다. 이통사의 외국인 가입자 수는 그동안 각사의 영업비밀로 분류돼 추정치만 나돌았다. 이동통신 3사의 외국인 휴대폰 가입자 수의 정확한 규모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동통신사에 있어 외국인 가입자는 ‘계륵(鷄肋)’ 같은 존재였다. ‘먹기에도 안 내키고, 버리기도 아쉽다’는 뜻이다. 외국인 범죄에 연루되는 일도 많았고, 국내 거주 비자 등이 만료되면 휴대폰 요금을 장기간 체불한 다음 본국으로 돌아가는 일도 일쑤였기 때문이다.

외국인 ‘계륵’에서 ‘황금알’로

휴대폰 회선 개통과 해지 절차도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번거로웠다. 결과적으로 주한 외교관이나 대기업 주재원을 제외하고는 외국인들 역시 불편하지만 회선 개통이 쉬운 비실명의 ‘선불폰’을 선호해 왔다. 현행법상 90일(3개월) 이하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도 매월 일정 금액의 요금을 충전한 뒤 쓰는 선불폰으로만 이용이 제한돼 있다.

반면 이동통신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달하자 선불폰, 후불폰 상관없이 외국인을 잡을 필요가 생긴 것. 실제 일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이미 한계점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 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김희정 의원(새누리당)은 “이동통신 3사가 1명의 가입자를 순증시키는 데 평균 547만원의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이동통신 3사는 단말기 보조금 부당지급 등 과당경쟁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각각 20일 내외 영업정지 제재까지 받은 상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 7일부터 1월 30일까지 영업정지 조치를 당했고, SK텔레콤은 지난 1월 31일부터 오는 2월 21일까지 영업이 정지돼 있다. KT 역시 오는 2월 22일부터 3월 13일까지 영업정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외국인 대상 휴대폰시장은 사실상 유일하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은 2006년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10년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잠시 주춤했으나, 2012년 기준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은 144만명에 달한다는 것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설명이다.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8% 수준이다.

더욱이 업계 1, 2위인 SK텔레콤과 KT 입장에서는 급성장하는 외국인 시장을 놓칠 경우 이동통신시장에서의 기존 순위가 위협받는다는 현실적 필요도 생겼다. 전체 이동통신시장과 달리 외국인 대상 휴대폰시장에서는 2, 3위 간의 시장점유율 역전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가입자 수 기준으로 부동의 1위인 SK텔레콤(2600만명)을 필두로 KT(1600만명)와 LG유플러스(1000만명)가 이를 추격하는 형세다. 반면 140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는 2, 3위 간 순위 역전현상이 벌어진다. 이통사 3위에 불과한 LG유플러스(38만명)가 KT(27만명)를 10만명 이상 따돌리고 있다.

외국인 시장 2, 3위 순위 역전

현재 KT의 외국인 가입자 숫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가입자의 1.6%인 27만명가량이다. 이는 선불폰(45%)과 후불폰(55%)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KT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영업을 할 때 KT나 SK텔레콤은 조금 까다롭게 한 반면, LG유플러스는 신규 시장 개척 차원에서 외국인들이 집중 거주하는 경기도 안산 같은 곳에 빨리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 대상 시장에서 가입자 수 38만명으로 2위에 있는 LG유플러스는 일찍부터 전체 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외국인 고객 유치에 집중했다는 평가다. “8만4000명에 달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가입자의 90%가량이 LG유플러스”란 얘기까지 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LG유플러스는 과거 LG텔레콤 때부터 외국인 가입자에 대해 대대적인 문호개방 정책을 썼다. 예컨대 20만원가량의 가입보증금을 요구하는 SK텔레콤과 신용카드 발급 유무를 확인했던 KT와 달리 외국인등록증과 통장 사본 같은 최소한의 조건만 요구했다. 지난 2008년 9월부터 영문 요금 내역서도 마련했다. 한글로 된 요금청구 내역서를 외국인들이 알기 힘들다는 데 착안한 조치였다. 자연히 국내에 처음 정착한 외국인은 가입이 쉬운 LG유플러스를 선호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LG유플러스의 강신구 홍보부장은 “LG유플러스는 LG텔레콤 초창기 때부터 외국인시장에 관심을 많이 가져왔다”며 “외국인 밀집 지역에 있는 현지 영업조직들이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거점 교회나 모임단체들을 중심으로 각종 협찬을 많이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 시장에서의 순위 역전에 외국인 가입자 유치 필요성을 절감한 KT는 서울 서초구 서초사옥에 별도의 외국인 마케팅 조직을 꾸리고 마케팅 채널을 재정비할 태세다. KT는 지난해 말 중국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홍콩계 증권사를 거친 재중동포 출신의 여성 마케터를 외국인 대상 마케팅에 새로 투입했다. 또 최근엔 외국인등록증과 은행계좌만으로 휴대폰 할부개통이 가능케 하고, 회선 개통이 가능한 체류비자 종류도 16종으로 경쟁사에 비해 최대 3배까지 늘렸다.

KT는 지난 2010년 서울 광화문 사옥에 업계 최초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전문 상담원을 배치한 외국인 전문 매장 ‘글로벌 스토어’도 마련했다. 현재 KT는 광화문, 이태원을 비롯해 서울에 8곳, 인천·경기 등 6곳에서 외국인을 위한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했지만 결과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다.

KT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신문이나 방송광고 등을 통해 휴대폰 구매를 결정하는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들은 국내에 먼저 정착한 주변의 권유로 이동통신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에 KT는 외국인 커뮤니티의 ‘빅 마우스’들을 상대로 외국인 가입자를 점차 늘려간다는 복안이다. 특히 LG유플러스가 장악하고 있는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제법 목소리를 내는 유학생 리더들을 포섭해 우군으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익명을 요구한 KT의 한 관계자는 “중국 유학생들이 대거 활동하는 커뮤니티 등이 주 공략 대상이 될 것”이라며 “외국인 대상 가입자 유치전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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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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