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허블 우주망원경 발사 25주년(4월 24일)을 기념해 공개한 사진. 1999년 12월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승무원들이 허블망원경 수리를 위해 우주선외활동(EVA) 중이다. 허블 망원경은 1990년 4월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지구상공 600㎞ 궤도에 진입한 이래 최고(最古) 및 최원거리 은하계 관측을 포함, 100만회 이상의 우주 관측 활동을 수행했다. ⓒphoto 연합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허블 우주망원경 발사 25주년(4월 24일)을 기념해 공개한 사진. 1999년 12월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승무원들이 허블망원경 수리를 위해 우주선외활동(EVA) 중이다. 허블 망원경은 1990년 4월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지구상공 600㎞ 궤도에 진입한 이래 최고(最古) 및 최원거리 은하계 관측을 포함, 100만회 이상의 우주 관측 활동을 수행했다. ⓒphoto 연합

인류의 우주관을 바꿔놓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가동된 지 25주년이 되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망원경을 가지고 우주를 관찰한 건 1609년에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그 작은 천체망원경은 인류의 우주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 이후 천문학자들은 점점 더 큰 망원경을 만들어왔다. 망원경의 구경이 커져야 더 많은 빛을 모을 수 있고, 더 희미한 천체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망원경의 구경이 커지면 더 작은 천체도 자세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망원경 구경이 아무리 커져도 지상 망원경이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우리가 지구의 대기 속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봄에 땅이 햇빛을 받으면 지표면의 공기가 요동을 치며 상승하므로 멀리 있는 풍경이 어른거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아지랑이다. 지구의 대기는 잔주름이 잔뜩 잡힌 치마처럼 이리저리 요동을 치고 있고, 그 결과 별빛은 반짝반짝 하는 것이다. 별빛이 반짝거리는 것은 연인들에게는 좋은 현상일 수 있으나 천문학자에게는 치명적 한계를 준다. 카메라 CCD 칩에 모으려는 별빛이 이리저리 요동치며 흩어지기 때문이다. 천체의 영상은 퍼지고 흐려져서 어두운 천체를 자세히 보기 어렵게 된다. 특히 한반도 상공은 제트기류가 있어서 시상이 좋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하지만 어려운 방법이 있다.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망원경을 쏘아 올리는 것이다. 그 아이디어는 1970년대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라이먼 스피처 교수가 처음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의 기술로는 실현이 어려웠다. 1980년대 기술의 진보를 이루며 우주망원경이 개발되었고, 마침내 1990년 4월 25일 디스커버리 우주왕복선에 화물로 실려서 지구 상공 약 600㎞ 궤도로 올려졌다. 이 우주망원경은 지금도 초속 8㎞의 속도로 약 100분에 한 바퀴씩 지구를 공전하고 있다. 이 우주망원경에는 미국이 낳은 세계적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이 헌정되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구경이 2.4m이고 길이는 13m, 무게는 약 12t인 상당히 큰 망원경이다. 발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원래 3m 구경을 양보하면서까지 무게를 줄였으나 그래 봤자 코끼리 무게만큼이나 되었다. 구경을 따지자면, 현재 한국이 보유한 가장 큰 천체망원경이 한국화폐 1만원권에 있는 보현산 천문대의 망원경인데, 그 구경이 1.8m이다. 2013년 여름에 준공된 태국의 2.4m 구경 망원경이 아시아에서 가장 큰 망원경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단독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이것은 미국 천문학계가 구상한 다파장 우주망원경 계획의 일부였다. 이 계획에 포함된 적외선 우주망원경은 라이먼 스피처의 이름이 헌정되었고, 엑스선 우주망원경은 인도 태생의 천체물리학자 수브라마니언 찬드라세카르의 이름이 헌정되었다. 그리고 감마선 우주망원경은 콤프튼 산란 실험으로 1927년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물리학자 콤프튼에게 헌정되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제작 및 발사에 25억달러가 소요되었고, 운용비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100억달러가 넘는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들었다.

미국은 우주망원경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각각의 우주망원경에 하나씩 연구소를 설립했다. 허블 우주망원경 연구소는 존스홉킨스대학에 설립했고, 찬드라 우주망원경 연구소는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소에, 스피처 우주망원경 연구소는 캘리포니아 과학기술대학(칼텍)에 설립하였다. 그 연구소 중에서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소에만 박사급 천문학자 및 천체물리학자 1000명이 일하고 있다.

허블의 관측 자료를 활용하는 전 세계의 천문학자는 대략 4000명 정도라고 한다. 이들이 지금까지 저술한 논문이 1만2700편에 이른다.

지난 25년 동안 허블 우주망원경은 총 50억㎞를 비행하며 100만장 이상의 천체 사진을 찍었다. 이것은 100테라바이트에 해당하며, 1기가바이트 외장하드 10만개 분량이라고 표현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지금도 매달 평균 830기가바이트의 사진 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NASA가 제작 중인 차세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상상도. photo NASA/Chris Gunn
NASA가 제작 중인 차세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상상도. photo NASA/Chris Gunn

비용 문제로 인해 우여곡절을 몇 번 거쳤지만,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그동안 우주왕복선으로 우주비행사들이 몇 차례 파견되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자이로스코프, 전지, 관측 장비를 수리 교체하면서 25년을 버티고 있다. 하지만 허블 우주망원경은 고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조만간 주어진 수명을 다하고 궤도를 이탈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우주망원경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발사될 즈음 지상에도 구경 8~10m급의 망원경이 여럿 건설되었다. 지금 세계 천문학자들은 지름 30m급의 망원경들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와 보조를 맞추게 될 차세대 우주망원경을 만들고 있다.

차세대 우주망원경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구경은 허블의 2.5배인 6.5m다. 하지만 무게는 허블의 절반 정도다. 주반사경은 18개의 조각으로 만들어 접어두었다가 망원경이 제 위치를 잡으면 펼쳐지게 되어 있다. 이 망원경의 주요 임무는 빅뱅 이후 우주에서 처음 생겨난 별과 은하들을 연구하고 은하의 형성과 진화, 별과 행성의 탄생, 외계 행성계와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것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는 햇빛을 반사해주는 차단막이 있다. 망원경이 햇빛에 달궈지게 되면 적외선이 엄청나게 나와 우주 적외선 관측을 방해한다.(우리가 사는 우주 공간은 팽창하기 때문에 적색이동이 일어나 매우 멀리 있는 은하는 우리 눈에는 적외선으로 잘 보인다. 또한 별들이 태어나고 있는 영역은 적외선을 많이 내뿜을 뿐만 아니라 별 탄생이 일어나는 성운의 깊숙한 부분을 보기 위해서도 적외선 관측이 필요하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햇빛 차단막은 접혀 있다가 우주의 제 위치로 간 다음에 펼쳐지게 되어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처럼 지구 궤도를 돌지 않는다. 그것은 지구를 떠나 지구에서 약 150만km 떨어진 L2-라그랑주 점에 위치하게 된다. 이 지점은 지구에서 보면 항상 한밤중에 보이는 곳이라서 통신에 유리한 점도 있고 지구가 내뿜는 적외선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너무 멀어서 고장이 나면 그리로 우주왕복선을 보내서 수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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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천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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