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6일 8시15분,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열린 원폭 70년 위령제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물론 100여개국의 대표 등 5만5000여명이 참석해 피폭 피해자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참석자 규모가 사상 최대였다고 NHK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하루 앞선 8월 5일, 합천에서도 ‘원폭 70년’을 맞아 ‘비핵·평화대회’가 열렸습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기리는 이날 행사에는 합천 평화의 집,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등 행사 관계자와 한·일 시민단체 인사 300여명만이 모였을 뿐입니다.

70년 전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는 70만명에 달했고 사망자는 30만명에 이릅니다. 이 중 한국인 피해자가 7만여명이고 4만여명이 사망했습니다. 생존자 3만명 중 2만3000명이 종전 이후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현재 생존자는 2584명, 합천에 650여분이 살고 있습니다. 지난주 주간조선은 합천을 다녀와 ‘한국의 히로시마, 합천의 눈물’이라는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소개했습니다.

사실 한국인 피해자 숫자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70년이 지나도록 정부 차원에서 원폭 피해자에 대한 실태조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처참한 피폭의 현장에서 살아남아 고향을 찾았지만 그들을 반겨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피폭의 상처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전염병자 취급을 당했고, 후유증으로 고통을 당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후유증은 1세에 그친 것이 아니라 2세, 3세로 이어졌습니다. 피해자들은 차별과 소외, 가난과 싸우며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지만 가해자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일본도 미국도 우리 정부도 무책임과 무관심으로 70년을 보냈습니다. 이들을 위한 추모관 하나 없고 피해자 1세와 2세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17대 국회에서부터 발의만 된 채 번번이 폐기되고 말았습니다.

합천에 있는 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는 생존자 101분이 생활하고 계십니다. 세 분으로부터 당시의 참상을 전해들었습니다. 이들은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조차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고령인 탓에 그나마 증언을 들을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이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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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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