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케이블방송 산업을 뒤흔든 넷플릭스가 한국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월 7일부터 한국에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NETFLIX)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넷플릭스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적 분석을 통해 고객들의 성향에 맞춘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하는 세계 최대 스트리밍(파일을 내려받지 않고 접속해서 동영상을 보는 형태) 서비스이자 회사다. 월정액만 내면 컴퓨터, 스마트폰, 텔레비전, DVD플레이어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 시청이 가능해 이용자의 편리성 면에서 압도적이다.

넷플릭스는 사용자의 취향을 철저히 분석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단순히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을 보고 나니 ‘왔다 장보리’를 추천하거나, 영화 ‘왕의 남자’를 봤더니 영화 ‘사도’를 추천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더 세분화해서 드라마의 장르와 스토리, 배우 등을 파악해서 비슷하거나 같은 형태의 드라마를 추천해 준다.

넷플릭스의 시작은 단순하다. 1997년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DVD를 반납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고 고액의 연체료를 냈던 불편함을 없앨 수 없을까?’를 고민했고, 그 결과 온라인 DVD 대여 서비스를 고안했다. 이것이 넷플릭스의 출발이다. 월정액을 낸 사용자가 온라인으로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만 하면 우편으로 해당 DVD를 배달해 주고, 영화를 본 후에는 배달된 봉투에 DVD를 담아 가까운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된다. 반납만 하면 바로 다른 영화를 대여할 수 있고, 비디오를 빌리기 위해 매장을 가지 않아도 되고, 일정 금액으로 더 많은 영화를 볼 기회를 제공받게 되는 서비스. 이 서비스로 넷플릭스는 론칭 6년(2003) 만에 가입자 15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익이 나는 흑자회사로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는 2007년 또 한 번의 혁신을 시도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영상 등을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되자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당시 온라인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강했기에 ‘훌루’를 비롯한 스트리밍 회사들은 광고를 넣으면서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달랐다. 철저하게 광고를 배제하고 유료 회원제로 고객이 원하는 영상 콘텐츠를 제공했다. 기존 온라인 비디오 대여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에게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여 우편 배송 고객과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고객이 겹치는 시기를 거쳤다. 이것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대적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예정된 성공

당시 ‘블록버스터’(2013년 서비스 종료)나 ‘아마존’ 등에서는 다수의 영화를 확보해 서비스했지만 넷플릭스는 다른 길을 걸었다. 적은 수의 영화를 최적화해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영화 추천 시스템을 도입했다. 초기부터 축적된 영화 대여 및 평가 데이터가 든든한 기반이 됐다.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시스템인 시네매치(CineMatch)는 한 번 더 진화한다. 더 정교한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 정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의 성별, 나이의 기본 정보와 수천만 가지의 영화 장르, 영화 속성의 태그(tag), 영상 평점, 사용자의 선호도 사이의 패턴 등이 그것. 수집한 정보는 매우 정교하다.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보는 동안 사용자가 어떤 장면에서 멈추는지, 또 어떤 장면에서 빨리감기를 하고 어느 부분을 다시 돌려서 보는지 등 행동 패턴까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시네매치의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한 대회까지 열었는데, 이 대회에 내건 상금이 무려 10억원이 넘는다.

결국 넷플릭스는 시네매치를 풀가동해 고객의 선호와 시청 패턴을 파악해 좋아할 만한 작품을 추천하고, 비슷한 선호를 가진 다른 고객들이 선호하는 다른 장르의 작품들을 새롭게 추천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보는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더더욱 개인화된 추천과 분석이 가능하게 됐다. 이런 시스템을 바탕으로 스트리밍 회사에서는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게 됐고, 콘텐츠 제작사는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는 시네매치로 수집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스트리밍 회사로는 처음으로 드라마 제작을 시도했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2013)’가 바로 그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1990년대 영국 드라마(BBC)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드라마의 기획, 주인공 선정, 스토리 전개 등부터 시네매치가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의 선호 정보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분석해 제작된 작품이다. 결과적으로 ‘하우스 오브 카드’는 그해 최우수감독상 등 3개 부문에서 에미(EMMY)상을 받기도 했다. 이것은 결국 콘텐츠를 보여주는 플랫폼을 가진 회사가 사용자들의 성향을 파악한 정보를 가지고 또다시 사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TV 정규방송 20년 이내 사라질 것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지난해 5월 독일에서 있었던 ‘리:퍼블리카(Re:publica) 콘퍼런스’ 연설에서 “정규방송 편성을 기본으로 하는 TV 방송은 향후 20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다. 이제 모든 텔레비전이 인터넷과 연결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기존 TV 시청의 종말을 선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런 현상은 최근 국내에서도 볼 수 있다. ‘본방 사수’라는 실시간 TV 시청 대신 젊은층을 중심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 시청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서 드라마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사용자들의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고, 이런 사용자들을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의 서비스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세계시장에 진출해 있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들의 패러다임이 자국의 콘텐츠뿐 아니라 세계화된 콘텐츠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 중심의 콘텐츠에서는 한류의 중심인 한국의 드라마, 영화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한국에서의 서비스는 단순히 사용자를 늘리려는 목적이 아니다. 아시아시장을 내다보고 콘텐츠 수급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1월 7일 ‘CES 2016’ 기조발표에서 한국 서비스를 개시하며 넷플릭스의 글로벌 사업총괄 책임자 그레그 피터스는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등을 세계로 공급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것은 한국시장의 사용자들뿐 아니라 국내 영상 콘텐츠 제작사들을 향한 넷플릭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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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란 디지털조선일보 콘텐츠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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