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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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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의 최전선]지구 온도의 비밀 추적하는 과학자

최준석  선임기자 jschoi@chosun.com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대 자연과학대 건물(25-1동) 102호 빙하시료보관실. 지난 2월 17일 안진호 교수(지구환경과학부)를 따라 들어가는데 방 안의 냉기가 훅 얼굴에 끼쳐온다. 바닥에는 얼음 창고에 들어갈 때 신는 검은색 고무장화가 몇 개 보인다. 보관실 안에 또 방이 있는데 그 안은 영하 20도다. 거기에 대형 냉동고가 있고 그 안에 남극대륙과 북극권 그린란드에서 가져온 빙하코어(ice core) 샘플이 있었다. 빙하 샘플은 가로·세로 20~30㎝ 크기의 비닐봉지에 담겨 있다. 빙하 샘플 비닐봉지 하나를 안 교수가 보여주는데 ‘Styx, 110.01m’라고 쓰여 있다. 그는 “남극의 스틱스라는 데서 시추한 빙하코어의 일부이다. 지하 110.01m 깊이에서 나온 샘플이다. 한국 극지연구소가 5년 전에 시추했다”라고 했다.
   
   
   수십만 년 전 빙하에 들어 있는 비밀들
   
   빙하코어는 많은 나라가 연구를 위해 극지방에서 캐고 있다. 미국을 보면 국립과학재단(NSF)이 극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빙하코어 시추에는 많은 비용이 드는데 깊이 파내려 갈수록 오래된 얼음, 즉 수만 년, 수십만 년 전에 만들어진 얼음을 캐낼 수 있다. NSF 극지 프로그램 빙하 시추에는 현재 50여명의 연구그룹 책임자들이 참여 중이고, 이들은 빙하코어로 무얼 연구할지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과학자들이 빙하코어에서 보려는 건 다양하다. 미생물, 온실기체, 과거 미세먼지, 얼음(H2O)의 산소 수소 동위원소, 우주선(cosmic ray) 흔적 등 무척 많다.
   
   안진호 교수는 빙하코어에서 뭘 연구 중일까. 그는 “빙하 시료를 갖고 온실기체 농도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고(古) 기후를 연구한다”라고 말했다. 빙하코어에는 얼음이 만들어질 때의 대기 정보가 들어 있다. 과거의 공기가 얼음 속에 공기방울로 갇혀 있는 셈이다. 이걸 끄집어내 과거 특정 시기에 대기 중 온실기체가 얼마나 들어 있었는지 알아내려는 것이다. 그러면 온실기체 농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 수 있고 이것이 대기온도, 해류순환, 육상 식생 변화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안진호 교수가 작은 빙하코어 샘플 하나를 봉지에서 꺼내 보여줬다. 얼음 안에 공기방울이 수백, 수천 개 갇혀 있는 게 보인다. 만져 보라며 내게 하나를 건네줬다. 40만년 전 빙하를 만진다는 게 짜릿하다. 손의 온기 때문에 빙하 얼음 조각이 녹는다. ‘귀한’ 얼음 조각이 녹아내리는 게 아닐까 싶어 순간 당황했다.
   
   안진호 교수가 ‘빙하 시료보관실’을 나서면서 말했다. “최근 관심 분야 중 하나는 그린란드 빙하 시료 안에 있는 황산염이다. 황산염에 들어 있는 황의 동위원소를 측정하면 1000년 전 백두산 화산 분출을 연구할 수 있다. 백두산 화산 분출 때 대기로 올라갔던 황산염이 그린란드 빙하에 들어 있다.”
   
   진짜 놀라운 얘기다. 백두산에서 나온 황산염이 어떻게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대서양 북쪽 북극권 그린란드 빙하에 남아 있을까? “큰 화산 분출 때는 화산가스가 대류권은 물론 더 높은 성층권까지 올라간다. 그린란드 빙하에 실재 화산재 조각이 들어 있는데 얼음 속 조각의 성분을 분석해 백두산 화산암과 비교하면, 그린란드 빙하 속 화산재가 백두산에서 온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 안진호 교수가 보관 중인 그린란드 빙하 샘플.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화산 폭발마다 다른 화산재 성분
   
   백두산 화산이 남긴 ‘지문’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 안 교수에 따르면, 화산 폭발마다 화산재의 성분 비율이 다르다. 함유 광물을 분석하면 다르게 나온다는 것이다. 백두산에서 강력한 화산 분출이 있던 때는 946년이었다. 지난 1000년 사이 지구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 중 최대 규모급이다. 최대 화산 분출은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이고, 백두산 분출은 그 다음쯤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탐보라 화산 분출 때는 그 다음해 북반부 대부분 지역에서 여름이 없었다. 여름에 서리가 내리는 등 기후변화가 있었다. 946년 백두산 화산 폭발과 관련해서는 그런 기후변화 보고가 별로 없다. 비슷한 규모의 화산 폭발인데 백두산 폭발은 왜 기후에 변화를 주지 않은 건지, 아니면 그 증거를 과학자가 아직 못 찾은 것인지 미지수다. 그걸 알아야 백두산 화산이 또 폭발했을 때 기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알 수 있다. 안 교수는 “내가 946년에 만들어진 그린란드 빙하를 얻는다면 그 작업을 할 것이다. 연구비를 신청하려고 기획서를 쓰고 있다”라면서 “빙하로 할 수 있는 게 참 많다”라고 말했다.
   
   안진호 교수 연구실은 같은 건물 6층에 있다. 연구실 바로 옆방이 그의 실험실 중 하나다. 방 안에는 온실기체 농도를 측정하는 온갖 실험장치들이 놓여 있다. 주요 온실기체에는 CO2(이산화탄소), CH4(메탄가스), N2O(산화이질소)가 있는데 이들은 대기온도를 끌어올려 온실효과를, 그 결과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안 교수는 “우리가 만든 N2O 농도측정기는 세계 최고다. 실험 정확도가 가장 좋다. CO2, CH4도 측정하는데, 이것도 세계 정상급이지만, N2O 연구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장비가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안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인도에서 온 박사후연구원이 가스 크로마토그래피(Gas Chromatography)라는 장비로 N2O 농도를 측정하며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그는 빙하 얼음에서 옛날 공기를 뽑아 그 속의 N2O 농도를 측정, 과거 1만년 동안의 N2O 농도 변화를 20년 간격으로 측정하고 있다고 했다. 대기 중 비율은 적지만 N2O는 CO2에 비해 약 300배 정도 강력한 온실기체다. 문제는 N2O 농도가 현재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점이다. 오존층 파괴의 원인으로 지목되어온 프레온가스(CFC) 배출량은 줄어들었으나, N2O 농도가 증가해서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 인간 활동, 특히 농가의 비료 사용과 축산에 의한 가축분뇨 배출이 N2O 농도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는 게 안진호 교수의 설명이다.
   
   “N2O 관련해서는 과학적으로 잘 연구되어 있지 않다. N2O가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 기후변화가 어떤 피드백을 N2O 농도에 주는지 잘 모른다. CO2나 CH4 관련 연구가 세계적으로 많이 되어 있는 것과는 좀 다르다. 나는 과거 대기 중 N2O 농도와 기후변화의 관계를 알아내려고 한다. 일단 현재는 해상도가 높은 N2O 농도 자료가 없다. 오차가 커서 현재 자료로는 농도 변화를 정확히 알아내기 어렵다. 우리는 그걸 정확히 재고 있다.”
   
   
▲ 안진호 교수 연구실의 한상영 연구원이 남극(Tourmaline Plateau)에서 2018년 12월 극지연구소와 함께 시추해 얻은 빙하코어. photo 한상영

   1만년 동안의 N2O 농도 변화 측정 중
   
   서울대 24동 3층의 다른 실험실로 갔다. ‘온실기체 분석실’이다. 인도에서 온 다른 박사후연구원이 혼자서 N2O 질량분석을 하고 있었다. “N2O는 N(질소) 2개와 O(산소) 1개로 되어 있다. 질소, 산소 원자는 각각 한 종류가 아니라 자연에 여러 종류가 있다. 질량이 서로 다른 것들이다. 질소 원자는 원자량 14·15인 두 종류가 있고, 산소는 원자량이 16·17·18인 세 종류가 존재한다. 원자번호는 같지만 원자량이 다른 입자를 동위원소라고 한다. 이 동위원소들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를 측정하는 게 질량분석이다. 빙하 시료 속에 들어 있는 공기를 꺼내 그 속의 N2O를 골라내고, N2O들에 들어 있는 N(질소)과 산소(O)의 동위원소 비율이 각각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내는 작업이다. 동위원소 비율을 알아내면 N2O가 어디서 온 것인지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CO2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워 생긴 CO2인지 아닌지, 땅에서 온 것인지 바다에서 나온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CO2의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하면 된다.”
   
   안진호 교수는 서울대 지질학과 1991년 학번이다. 석사 과정에서는 암석을 화학적 방법으로 연구했고, 박사 때는 해양학을 공부했다. 2000년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스크립스해양연구소로 갔다. 스크립스해양연구소는 미국 동부의 우즈홀해양연구소와 함께 미국의 양대 해양연구기관으로 꼽힌다. 스크립스해양연구소에서의 지도교수는 스위스계 미국인인 마틴 월른(Martin Wahlen)이었다. 월른 교수는 C D 킬링 교수와의 공동연구로 유명하다. 킬링 교수는 1950년대부터 하와이 마우나로아 산 정상에서 대기 중 CO2 농도를 측정한 것으로 명성이 높으며, 월른 교수는 동위원소 질량 측정을 했다.
   
   “월른 교수의 랩(LAB)은 현재의 대기를 주로 연구하는 곳인데 교수님이 갑자기 내게 빙하를 연구해 보라고 하셨다. CO2 농도가 빙하기와 간빙기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보라는 지시였다. 그러면서 남극의 사이플 돔(Siple Dome)이라는 곳의 1000m 이상 깊이에서 미국이 시추한 빙하코어를 줬다. 그걸 갖고 과거 4만년의 대기 중 CO2 농도 변화를 정확히 분석했다.”
   
   
▲ 2014년 알래스카 동토에서 양지웅 연구원(현재는 박사)이 동토를 시추하고 있다. photo 안진호

   마지막 빙기 CO2 농도·남극 온도로 학위
   
   그는 2005년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1만8000년 전 현재의 간빙기(interglacial period)가 시작할 때 대기 중 CO2 농도와 남극대륙 온도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CO2 농도가 먼저 변하고 남극 온도가 변했을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하는 시기적 상관관계를 기존 연구보다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2005년 미국 오리건주립대학(코발리스 소재)에 가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스크립스해양연구소의 은사는 나이가 너무 들어 연구를 접는 상태였고 오리건주립대학에 새로 부임한 젊은 교수(에드워드 브룩)가 빙하코어연구실을 새로 꾸리고 있었다. 안 교수는 오리건주립대학에서 5년간 일하면서 에드워드 부룩 그룹이 지금도 사용하는 CO2 농도 측정기를 만들었다. 안 교수는 “스크립스에서 농도측정기를 계속 다뤘기에 만들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측정법이 나의 경쟁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리고 2008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제1저자인 논문을 썼다. 안 교수는 “이 논문 덕분에 2010년 서울대 교수가 되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당시 논문 제목은 ‘천년 단위로 본, 마지막 빙기 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기후’. 박사 과정 때의 연구에 해류순환이 추가된 논문이었다. 박사 과정 때는 급격한 기온변화와 CO2 농도 간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보았다면, 사이언스 논문에서는 해류순환이란 변수를 함께 보았다.
   
   “유학 갈 때만 해도 한국에는 돌아오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유학 기간 중 한국의 극지연구가 급성장했다. 2004년 극지연구소가 설립되었고, 남극과 그린란드 연구를 시작했다. 지금은 남극기지 2곳, 북극기지 1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과학자가 빙하를 갖고 고기후를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나는 서울대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서울대에 온 뒤 랩을 꾸리며 연구를 계속했다. 온실기체 3종인 CO2, CH4, N2O를 측정하는 장치를 다 만들었다. 안 교수는 “빙하코어 온실기체를 측정하는 곳이 세계적으로 몇 안 된다”라고 말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 그룹,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일본 극지연구소, 스위스 베른대학,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CIC(빙하와 기후센터), 호주 CSIRO(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 프랑스 LGGE(빙하환경지질연구소) 정도가 빙하코어 온실기체를 측정할 수 있다. 이 중 오리건주립대학 그룹은 안진호 교수가 5년 머문 곳이고, 일본 극지연구소 팀을 이끄는 빙하연구자 가와무라 겐지 박사는 안 교수와 스크립스해양연구소에서 같이 지낸 바 있다. 코펜하겐대학 그룹은 빙하코어를 이용한 고기후 연구 분야를 개척한 빌리 단스고르 박사(1922~2011)가 일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안 교수가 단스고르 박사 이야기를 하다가 연구실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왔다. ‘얼음의 나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인 과학자가 쓴 책인데 여기에 단스고르 박사의 빙하코어 연구가 나와 있다. 안 교수를 만나기 전 나도 집에서 이 책을 다시 꺼내 보았고 이날 인터뷰 장소에 갖고 갔는데 안 교수가 이 책 이야기를 하니 반가웠다.
   
   
▲ 시베리아 동토층의 얼음쐐기(ice wedge). 2015년 여름에 러시아 사하공화국 수도 야쿠츠크 주변 동토지역에서 얼음쐐기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전설의 빙하학자 단스고르의 업적
   
   안진호 교수는 책을 넘기며 이렇게 말했다. “냉전시기 미국은 그린란드 빙하 속에 기지를 만들어 놓았다. 캠프 센추리라는 이름으로 빙하 내부를 파고 들어가 그 안에 병원과 숙소도 만들고 차량도 다닐 수 있게 했다. 단스고르 박사는 미군이 기지를 세우기 전 지질 검사를 위해 빙하를 시추했다는 걸 알고 연구를 위해 빙하코어를 확보했다. 이게 1960년대다. 단스고르 박사는 캠프 센추리의 빙하코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과거에 급격한 기후변화가 있었음을 알아냈다. 마지막 빙기(11만년 전~1만2000년 전)에 약한 온난기(아간빙기)와 약한 빙하기(아빙기)가 수십 번 반복해서 발생했다는 걸 확인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린란드의 다른 곳에서 확보한 빙하코어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고, 다른 방법으로 나온 고(古)기온 측정 결과도 단스고르의 연구를 뒷받침했다. 그중에서 중국의 동굴 석순에 기록된 과거 강수량 변화 자료는 급격한 기후변화가 있었음을 알리는 강력한 증거이다.”
   
   안진호 교수는 영화 ‘투모로우’(2004) 얘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대서양의 깊은 바다 심층수의 대순환이 정지하면서 미국 뉴욕이 얼어붙는다는 내용의 영화다. 안 교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빙하학자라고 했다. 영화 첫 부분에 주인공인 과학자가 빙하코어를 들고 뛰는 장면이 나온다고 했다.
   
   안 교수는 2010년 서울대에 온 뒤에도 온실기체 연구를 계속했다. 특히 마지막 빙기가 시작된 11만년 전부터 빙기가 끝나는 2만년 전 사이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정밀 측정하는 작업을 했다. 이 시기에 급격한 기후변화가 24회 있었는데 이를 ‘단스고르 사건’이라고 한다. 그는 또 이 시기 남극대륙 온도와 북극권 그린란드의 온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의 상관관계도 더 정밀하게 들여다봤다. 이 연구는 오리건주립대학의 에드워드 브룩 교수와 같이했고, 연구 결과는 2014년에 나왔다. 그는 과거 1000년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동위원소 측정 연구에도 참여했다.
   
   지금은 한국도 남극에 가서 빙하코어를 시추하지만 아직도 안진호 교수와 같은 연구자에게는 빙하코어를 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의 빙하연구그룹에 매년 쫓아가서 빙하 시료를 달라고 매달려야 하는데 빙하 시료가 아예 몇 년간 없던 적도 있었다. 각국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는 한, 자신들이 비용을 들여 확보한 빙하 시료를 외국 연구자에게 주지 않는다.
   
   안 교수는 “마냥 시료를 기다리고 있을 수 없어 5년 전쯤 시작한 연구가 동토 연구”라고 말했다.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동토에서의 온실기체 발생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토에 얼어 있는 유기물은 여름에 날이 따뜻해지면 썩기 시작해 온실가스를 대기 속으로 뿜어낸다. 지구온난화로 동토가 녹고, 이 과정에서 온실기체가 추가로 대기 중에 방출되면 지구온난화가 가속될 것으로 학자들은 예상한다. 안 교수는 이 연구를 위해 러시아 야쿠츠크에 있는 멜니코프 동토연구소(Melnikov Permafrost Institute)의 알렉산더 페도르프(고려인) 박사와 협업하고 있다.
   
   안 교수는 “동토(Ice Wedge)에서 온실기체 형성 과정은 앞으로 나의 두 가지 주요 연구 중 하나”라고 했다. 그가 집중하는 두 가지 연구 중 또 다른 하나는 100만년 이상 된 빙하코어를 구해 100만년 전에 대기 중 온실기체 농도가 어떻게 변했는가를 알아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 그는 남극에 가서 청빙(Blue Ice)을 찾아볼 예정이라고 했다. 청빙은 오래된 빙하이나 빙하 표면 가까이에 노출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확보하기가 쉽다. 위치만 알아내면 된다. 안 교수는 “청빙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되는 곳이 있지만 위치를 말해줄 수는 없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현재 서울대가 짓고 있는 시흥캠퍼스에는 안 교수를 위한 ‘빙권과학교육연구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며 2년 후 입주한다. 센터가 완공되면 앞으로 관련 연구가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 얼음쐐기는 지표에서 2m 깊이에서 잘 발견된다. 특히 호수 가장자리 경사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토가 녹으면서 작은 호수가 많이 생기며, 이런 호수를 열카르스트호수(thermokarst lake)라고 한다. photo 안진호

   100만년 된 남극 청빙 구하러 갈 것
   
   안진호 교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한국이 온실기체 배출 감축에 소극적이다”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CO2 배출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위나 된다. 2016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에서 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1인당 배출량 역시 2018년 기준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캐나다 다음으로 4위여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기 중 온실기체 측정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특히 동위원소 측정이 정확히 이루어져야 온실기체 배출 원인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데, 이 연구기술 수준이 낮아서 온실기체 출처에 대한 모니터링이 매우 미흡한 상황이라고 한다. 결국 연구의 질을 높이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보완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해외 학술지에 한국의 온실기체 연구 관련 논문이 잘 나오지 않는 것만 봐도 연구가 미약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미세먼지 이슈 때문에 온실기체 배출 문제가 가려진 측면도 있다고 한다. 안진호 교수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진짜 많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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