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전광판에 운항 노선들이 표시되어 있다. ⓒphoto 뉴시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전광판에 운항 노선들이 표시되어 있다. ⓒphoto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합병 후 마일리지 전환 비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2020년 11월 두 회사 합병 결정 이후 마일리지 통합 방안에 큰 관심을 뒀다. 상대적으로 싼값에 적립할 수 있는 아시아나 항공 마일리지를 어떤 비율로 인정해 줄지 여부가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보다 아시아나항공 회원들이 마일리지 전환 비율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본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항공편 이용 실적에 따라 쌓이거나 항공사 제휴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적립하는 방법 등이 있다. 통상 신용카드의 마일리지 혜택은 결제 금액 1000원을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1마일, 아시아나항공은 1.5마일을 적립해준다. 이는 곧 대한항공 마일리지의 시장 가치가 산술적으로 33%가량 높게 평가됨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적립이 가능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그대로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인정해 줄지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주간주선과의 통화에서 “합병 기사를 보고 마일리지 관련 문의가 콜센터를 통해 하루에 2~3건 정도 오는 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마일리지 전환 비율과 언제부터 시행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누적액은 2021년 3분기 기준 3조 5000억원에 이른다. 애초 충성 고객을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항공사 입장에서 미사용 마일리지는 골칫거리로 작용한다. 통상 마일리지는 회계 장부에서 부채로 다뤄진다. 팬데믹 사태로 경영 악화를 겪으며 부채 비율이 높아진 항공사는 미사용 마일리지가 늘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두 항공사는 합병을 앞두고 마일리지 사용처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두 항공사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시대에는 마일리지 사용 기회가 매우 한정적이라 소비자 편익 증대를 모색하고자 기획했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 항공사가 마일리지 소진을 장려하는 이유가 소비자 불만을 불식시키려는 데 있을 것으로보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자사 스카이패스 마일리지로 삼성전자 전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전용 적립 몰을 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네이버와 업무 협약을 체결해 스카이패스 600마일리지를 차감하면 구독형 유료 멤버십인 '네이버플러스' 1개월 이용권을 발행해주며 사용처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지난해부터 기내 면세점 이용 때 가족 마일리지를 합산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워커힐 호텔 등에서도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휴 업체를 확대해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존 마일리지를 손해 보지 않고 쓰는 법을 온라인 상에서 공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3년 4월 1일부터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한다. 예를 들어 인천에서 미국 동부 도시를 프레스티지 왕복으로 발권할 경우 이전에는 12만5000마일이 필요했지만, 개편 후엔 18만마일이 필요하게 된다. 44%나 비싸지는 셈이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소비자 반발로 유예 기간을 2년 두게 됐다. 따라서 마일리지 개편 전 항공권을 발권받는 것이 이익이다. 개편안 시행일은 항공기 탑승일이 아니라 발권일 기준이기 때문에 2023년 3월 31일까지 항공권을 발권받으면 기존 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출발일 361일 전부터 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기 때문에 2024년 3월에 탑승할 항공권까지는 예약만 하면 기존 마일리지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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