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버스토리
[2315호] 2014.07.14

“9조 없는 일본에서 내 아이들 키울 수 없다”

‘헌법 9조에 노벨평화상을’ 제안한 다카스 나오미 인터뷰

황은순  차장  

일본 헌법 제9조

1.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에 의해 발동되는 전쟁과 무력으로 인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구히 포기한다.

2. 전 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그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나라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지난 6월 17일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 중인 집단자위권 행사 허용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전쟁하는 나라는 절대 싫다’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과 ‘전쟁 반대’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photo 마이니치신문
때론 한 사람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이 기적을 키운다. 일본 가나가와현 자마(座間)시에 사는 평범한 주부 다카스 나오미(37)의 생각이 지금 일본에서 기적을 만들고 있다.
   
   다카스씨는 2012년 10월 TV를 통해 유럽연합(EU)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뉴스를 보다 무릎을 쳤다.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지역공동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것을 보면서 일본 헌법 9조도 노벨평화상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을 전쟁할 수 없는 나라로 규정한 헌법 9조야말로 70년 가까이 세계 평화에 기여해 온 공로가 크지 않은가.’ 다카스씨는 헌법 9조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만일 헌법 9조가 노벨평화상을 받으면 누구도 쉽게 헌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12월 2기 내각을 출범시킨 아베 총리가 ‘강한 일본’을 외치면서 공공연하게 개헌 시도를 하기 시작한 것도 헌법 9조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다카스씨의 의지를 부추겼다.
   
   다카스씨가 주변에 “헌법 9조를 노벨평화상에 추천하자”는 이야기를 하자 처음에 돌아온 것은 “꿈 같은 이야기”라는 반응이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혼자서 시작한 다카스씨의 도전은 2년도 안 돼 기적을 낳기 시작했다. 다카스씨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늘면서 서명 운동은 현재 13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지난 4월 9일에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노벨위원회로부터 ‘헌법 9조’가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는 서명에 참가한 사람들의 국적도 일본뿐만 아니라 48개국에 이른다. 서면 서명과 함께 진행 중인 온라인 서명 사이트는 일본어뿐만 아니라 영어, 한국어 사이트도 개설됐다.
   
   다카스씨가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사이 그의 우려대로 아베 신조 내각은 68년 동안 지켜온 헌법 9조의 대원칙을 불과 25분 만에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지난 7월 1일 아베 내각은 각의 결정을 통해 집단자위권 발동을 용인하도록 헌법 9조의 해석을 변경함으로써 ‘전쟁할 수 있는 일본’으로 가기 위한 위험한 도발을 시작했다.
   
   아베 정권은 각의 결정 이후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은 물론 일본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 6월 29일에는 각의 의결을 앞둔 아베 정권에 항의하는 남성이 분신자살을 시도하는가 하면 도쿄의 총리관저 앞에서는 시민단체들의 반대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헌법 9조 해석 변경에 대한 위헌 논란도 일본 안팎에서 거세다. ‘9조의 전쟁’에 불이 붙으면서 ‘9조 노벨평화상’ 서명운동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 ‘헌법 제9조에 노벨평화상을’ 운동을 제안한 다카스 나오미씨. photo 마이니치신문
지난 7월 4일 주간조선은 다카스씨가 실행위원으로 있는 시민단체 ‘헌법 9조에 노벨평화상을’ 실행위원회 측에 전화를 걸어 다카스씨와 인터뷰를 요청했다. 실행위원회는 다카스씨의 생각에 힘을 보태기 위해 ‘9조 지키기’를 내세운 3개의 모임이 뜻을 같이해 지난해 8월 29일 발족한 단체이다. 다카스씨는 실행위원회 공동대표로 있다 얼마 전 실행위원으로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태이다.
   
   실행위원회의 공동대표 네 명 중 한 명인 오치아이 마사유키(81)씨는 다카스씨와의 접촉을 원하는 주간조선의 요청에 “두 아이의 엄마인 다카스씨를 보호하기 위해 대외활동을 삼가토록 하고 있다. 이상한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와서 가능한 접촉을 막고 있다. 대신 질문을 전해 주겠다”고 대답했다. 우익단체 등 개헌 찬성 세력들로부터 다카스씨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인 듯했다. 9조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한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고 운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다카스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카스씨와 별도로 실행위원회 측과도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아베 내각의 해석 변경에 대한 입장과 대응 전략 등을 물어봤다.
   
   다카스씨는 헌법 9조 지키기에 나선 것은 그의 아이들 때문이라고 했다. 다카스씨는 “나는 한 살과 일곱 살, 두 아이의 엄마다. 내 아이들이 전쟁이 가능한 나라에서 살게 할 수는 없다. 어린 아이들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은 나라를 초월하고 인종을 초월해 세계 만국 공통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어느 나라인가의 아이들이 공포와 슬픔의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 전쟁 안 하는 헌법을 바꾸면 큰일난다. 내 아이들뿐만 아니라 세계의 어린이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다카스씨는 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전쟁의 참혹함을 들으면서 자랐다고 한다. 좀 더 가까이서 전쟁의 비극을 느낀 것은 20대 초반 호주 유학을 떠나서였다. 그곳에서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다카스씨는 다른 사람이 됐다. “평화운동은커녕 놀기에 바빴던 내가 교회모임에서 수단 등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어렸을 때 가족이 몰살당해 난민캠프에서 살아온 친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한 경험을 한 여성들, 범죄의 공포에 떨어야 하는 생활 등. 얼마나 나만 생각하고 살아왔는지 반성했다. 또 전쟁은 한번 시작하면 멈추게 하고 싶어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통감했다.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9조의 결단이 얼마나 큰일인지, 전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전쟁이 그치기를 얼마나 원하는지 실감했다.”
   
   그 후 다카스씨는 헌법 9조를 확산시키기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은 없을까 찾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가 태어나면서 머리 위로 자위대 전투기가 지나갈 때면 세계에서 전쟁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 그에게 ‘노벨평화상’ 아이디어는 오랜 숙제의 열쇠를 찾은 기분이었다. 9조 지키기 운동이 다카스씨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생각한 것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전쟁이 일어나고 나서 후회하는 것보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운동을 시작했다. 혼자서는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서 널리 확산될 수 있었다. 훌륭한 사람들이 훌륭한 일을 하는 것도 아주 좋은 일이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도 평화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합쳐졌을 때 아주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를 염원하는 목소리가 세계 각국에 울려퍼지게 하기 위해서는 나라를 초월해 각자의 정부에 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한 사람이라도 작은 목소리와 힘을 합쳐 세계 평화를 실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카스씨가 자신의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은 지난해 1월이었다. 인터넷에 사이트를 개설하고 동참하는 사람들을 모았다. 1341명의 서명과 함께 ‘헌법 9조에 노벨평화상을 달라’는 편지를 노벨위원회에 보냈다. 그러나 노벨위원회에서 돌아온 답은 ‘노벨평화상은 단체나 개인에게 주는 것으로 대학교수, 국회의원,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저명인사들의 추천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다카스씨의 활동이 가나가와현 지역신문에 보도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악성 댓글을 보면서 두려움에 활동을 포기한 적도 있었지만 지지자들도 생겼다. ‘9조의 회’ 등 헌법 9조를 지키려는 시민단체 3곳이 다카스씨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8월 29일 ‘헌법 9조에 노벨평화상을’ 실행위원회가 발족됐다.
   
   실행위원회가 발족되자 노벨위원회에 제출할 추천인 확보와 서명운동이 날개를 달았다. 문제는 ‘노벨평화상 수상 후보를 누구로 내세울 것이냐’였다. 노벨위원회가 요구한 후보 대상은 특정 개인이나 단체여야 했다. 실행위원회는 고민 끝에 ‘헌법 9조를 수호하는 일본 국민’을 후보로 세우기로 했다. 다카스씨를 비롯해 4명의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한 실행위원회는 올해 초 추천인 48명과 서면 서명, 온라인을 통해 모은 2만4887명의 서명을 노벨위원회에 제출했다. 추천인에는 이와무라 요시오 에라스무스 평화연구소장, 오타 마사노리 바이카여자대학 명예교수, 가수 사와 지에 등 저명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월 9일 실행위원회는 노벨위원회로부터 ‘헌법 9조를 수호하는 일본 국민’이 올 노벨평화상의 278번째 후보로 접수됐다는 공문을 받았다. 노벨평화상 노미네이트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언론은 물론 한국, 홍콩, 스페인 등 해외 언론들도 취재에 나섰다. 노벨평화상 발표일(10월 10일)까지 목표로 했던 10만명 서명 목표는 지난 6월 이미 넘어섰다. 실행위원회 측은 목표치를 아예 100만명으로 높여 잡고 영어·한국어 사이트까지 개설해 전 세계로 이 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 01 헌법 9조가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본 안팎의 신문·방송에서 다카스 나오미씨 취재경쟁이 벌어졌다. 사진은 아사히신문에 보도된 다카스씨 기사.
02 ‘헌법 9조를 수호하는 일본 국민’이 노벨평화상 후보가 됐다는 것을 알리는 노벨위원회의 문서.
03 ‘헌법 9조에 노벨 평화상을’ 실행위원회가 만든 캠페인용 배지.

   특히 아베 내각의 9조 해석변경을 전후로 서명자가 급증했다. 실행위의 공동대표로 서면 서명을 맡고 있는 오치아이 마사유키씨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했다. “6월 이후 우리도 놀랄 만큼 동참자가 늘고 있다. 며칠에 한 번씩 우편국에 도착한 서명용지를 회수하러 간다. 보통 한 번 갈 때 2500장 정도를 회수해 왔는데 6월 중순 이후에는 4000~5000장씩 쌓여 있더라. 각의 결정이 발표된 다음날인 7월 2일에는 1만1282장을 회수해 왔다. 서명용지 무게가 8㎏이 넘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무게감을 느꼈다. 실행위 페이스북 등에도 각의 결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실행위 측은 이번 아베 내각의 해석변경에 대해 “어떤 헌법학자의 말처럼 ‘뒷문입학’이고 ‘하이재킹’ 행위”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헌법 99조에 나와 있는 것처럼 헌법 수호자가 돼야 할 수상이 정식 수속을 밟지 않고 개헌을 하려는 것은 헌법 위반이다. 또 98조에는 이 헌법은 나라의 최고 법규로서 이에 반하는 법률, 명령, 조칙 등은 효력을 발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 비춰봤을 때 이번 각의 결정은 헌법 위반으로 무효이다. 아베 총리는 헌법 위반 행위에 대해 국민의 심판을 받을 입장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실행위 측은 “일본 국민뿐만 아니라 국제여론과 손잡고 9조의 노벨평화상 운동을 통해 정부에 대응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행위 측은 “헌법 개정에는 중의원 3분의 2 이상, 참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 국민투표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베 정권도 내각 내부의 찬성만 가지고 헌법 개정은 절대 무리다”라면서 지난 7월 6일자 아사히신문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아베 내각의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에 대해 “잘했다”는 30%, “잘못했다”가 50%에 달했고 ‘헌법개정이 아닌 해석을 바꾸는 방법’에 대한 조사에는 “적절하다”가 18%인 반면 63%가 “적절치 못하다”고 답했다.
   
   ‘헌법 9조에 노벨평화상을’ 실행위원회처럼 일본 전역에는 9조 관련 단체가 수없이 많다. 실행위원회는 “지난해 초 아베 총리가 헌법에 손을 대려고 하면서 전국에 9조 모임들이 여기저기 생기기 시작했다. ‘매스컴 9조의 회’ ‘영화인 9조의 회’ ‘9조 과학자의 회’를 비롯해 학자들이 중심이 된 ‘리켕 데모크라시’ 등 현재 전국에 7500개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베 총리가 개헌의 권한이 내각이 아닌 국회와 국민에 있다는 헌법 96조를 바꾸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로 관련 모임이 곳곳에서 저지운동을 폈다. 전국에 헌법을 지키려는 모임이 다 연결돼 있다. 내년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이 안 되도록 헌법 개악저지 통일전선을 만들려고 한다”고 전했다.
   
   정치권에도 실행위원회 운동을 지지하는 모임이 있다. 초당적 의원의 모임인 ‘입헌포럼’은 지난 5월 17일 노벨위원회에 “헌법 9조에 대한 노벨평화상 노미네이트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고 이번 10월에 꼭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입헌포럼은 간 나오토 전 총리를 비롯해서 중의원, 참의원 60명이 포함돼 있다. 입헌포럼은 또 도쿄에 있는 노르웨이대사관을 방문해 입헌포럼 의원 60명의 서명과 함께 노벨평화상 수상을 진정하는 문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입헌포럼 모임의 일원인 민주당 다시로 가오루 참의원은 국회 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헌법 9조가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 노벨평화상에 선택되면 정부 측에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행위원회는 노벨평화상 수상이 9조 개정을 저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때문에 올해 수상을 못하더라도 노벨평화상을 받을 때까지 매년 계속해서 도전할 계획이다. “100만명 서명 목표는 일본 국민만으로는 어렵다. 세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 평화헌법을 확대시키고자 하는 뜻을 모은다면 100만명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수상을 못하더라도 세계 속에 이 운동을 확산시켜 일본 헌법을 지킨다면 전쟁을 피할 수 있다. 헌법 9조는 영원불멸이다.”
   
   실행위원회는 “현 정권은 전략적으로 우익단체, 언론 등을 통해 반중·반한 감정을 조장하고 있다. 정권의 속성이 바깥에 적을 만들어 국내 지지를 획득하려고 한다. 반한 감정 조장으로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붐도 점점 식어가고 있는 듯한데 실행위원회가 공유하는 인류애는 그런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 있다. 한국에 있는 여러분도 헌법 9조의 훌륭한 정신을 응원하고 서명운동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거듭 부탁했다.
   
‘헌법 9조에 노벨평화상을!’ 온라인 서명 사이트
   
   한국어판: http://chn.ge/SX9NHa
   일본어판: http://chn.ge/1bNX7Hb
   영어판: http://chn.ge/1bU0p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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