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노형오거리에 들어서는 제주드림타워 공사 현장.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제주시 노형오거리에 들어서는 제주드림타워 공사 현장.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1월 25일 찾아간 제주시 노형오거리 제주드림타워 공사 현장. 2만3300㎡에 달하는 부지 전체를 어른 키 높이의 펜스가 돌아가며 쳐져 있었다. 펜스 안으로 들여다보니 바닥 다지기 공사만 끝나 있는 상태였다. 공사 현장 주위로는 불법주차된 차량들만 늘어서 있을 뿐, 공사 현장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제주드림타워는 롯데관광개발(회장 김기병) 계열의 동화투자개발과 중국 상하이(上海)의 녹지(綠地)그룹이 주관하는 한·중합작 프로젝트다. 사업비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제주 최고층 호텔과 콘도미니엄을 짓는 부동산 개발 사업이다. 최고층이라 해봤자 218m, 56층밖에 안 된다. 중국의 전주(錢主)를 만나 본격 추진되는 듯하던 프로젝트는 하지만 지난 6·4 지방선거 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원희룡 지사가 취임 직후 “지상 56층의 초고층 빌딩은 제주도의 스카이라인과 맞지 않다며 고도를 최대한 낮춰 달라”고 녹지그룹 측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 옆 이비사호텔 1층에는 녹지그룹이 마련해둔 홍보센터가 있었지만, 이날 오후 직원도, 찾는 손님도 안 보였다. 녹지그룹 한국지사인 녹지한국투자개발(녹지코리아) 강민휘 부사장은 주간조선에 “분양사무소는 개점휴업 상태다. 팸플릿 정도 나눠 주는 홍보센터로 쓰고 있다. 당초 계획한 56층에서 38층으로 층고를 낮추면서 (제주도와) 공감대는 좀 형성된 것 같은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드림타워가 들어설 제주 노형오거리는 제주시의 최고 번화가다. 제주공항과 차로 15분 거리로, 박정희 정권 때인 1970년대 조성한 신도시다. 인근 연동과 함께 ‘신제주’로 불린다. ‘흘천’이란 소(小)하천을 경계로 동쪽은 연동, 서쪽은 노형동으로 나뉜다. 연동에는 도청 등 관공서와 호텔·모텔 등 숙박시설, 면세점 등 상업시설이 포진해 있고, 노형동에는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아파트촌이 있다.

신제주는 제주도를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반드시 거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10월까지 올 들어 제주도를 찾은 중국 관광객은 253만8538명.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290만7081명)의 87.3%에 달하는 이들 중국 관광객을 맞이하는 태도는 흘천을 경계로 동서로 확연히 나뉜다.

제주드림타워 공사 현장 바로 옆 6층 높이의 한 모텔. 자신을 제주토박이라고 밝힌 모텔 주인은 노형오거리에서 26실 규모의 모텔을 15년째 운영 중이다. 그는 “드림타워에 절대 반대”라고 말했다. 바로 옆 드림타워가 들어서면 이마트, 롯데마트, 신라면세점으로 인해 가뜩이나 막히는 교통사정이 악화되고, 모텔 영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30대 여성인 모텔 주인은 “바로 옆 이마트에서도 중국인 관광객에 의한 도난과 절도 문제가 빈번히 일어난다”며 최근 중국 자본이 연동 일대의 중소형 호텔과 모텔을 속속 매입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중국인들이 연동 일대 한 블록을 통째로 매입해 차이나타운을 조성할 것이란 소문도 파다하다”며 “우리 모텔에도 한국인을 앞세워 모텔을 사고 싶다는 중국인들이 찾아왔었다”고 말했다.

제주드림타워에 들어설 예정인 카지노를 놓고서도 노형동 주민들은 우려가 크다. 노형오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제주도에는 경마 등으로 패가망신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외국인 전용 카지노라고 해도 지난해에는 카지노에서 돈을 날린 중국인 관광객이 주거지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서 칼을 들고 자살하겠다며 난동을 부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흘천 동쪽의 연동 주민들은 입장이 조금 다른 듯했다. “교통체증 등 문제가 생긴다”(강학찬 연동주민센터 동장)는 입장도 있지만, 대체로 중국 자본 유입을 못내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寶健)거리 상점은 중국 관광객이 없으면 생업을 접어야 할 정도다. 바오젠거리는 2011년 중국 건강용품 기업인 바오젠그룹의 대규모 인센티브관광객을 맞이하는 것을 계기로 명명된 보행전용거리다. 450m 길이의 거리를 중심으로 20곳 이상의 화장품점이 도열해 있는 ‘제주도의 명동’이다.

바오젠거리에 있는 화장품전문점 토니모리의 한 관계자는 “일본 손님은 100명 중 3명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없으면 매출이 아예 안 나온다”고 말했다. 더페이스샵 등 다른 점포들에는 조선족 동포 점원만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바오젠거리의 대형약국인 에이스팜약국의 관계자도 “중국 관광객들이 전체 매출에 확실히 영향을 준다”며 “저녁에는 중국 유학생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중국 손님들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연동 일대는 중국인 관광객, 중국 자본의 유입과 함께 급속히 ‘차이나타운화(化)’하고 있었다. 미국 자본이 투자했다는 더호텔(구 크라운프라자호텔)의 엘베가스카지노는 ‘황금(黃金)오락성’이란 붉은 한자 간판이 더 컸다. 바로 옆 굿모닝관광호텔은 중국 자본이 매입한 후 금룡(金龍·골드드래곤)호텔로 이름이 바뀌었다. 대륙에서 쓰는 간체자 간판을 단 환전소, 중식당, 발마사지, 유흥주점 등도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있었다.

지난 11월 10일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타결로 제주도의 차이나타운화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에 따른 제주도민들의 이질감도 크다. 제주도의회가 지난 11월 20일부터 25일까지 제주도민 10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68%가량의 도민들이 중국 관광객 증가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긍정적으로 답한 사람은 32%에 불과했다. 이에 중국 자본과 애써 무관함을 강조하는 일도 있다. 연동 초입의 4성급 마리나 호텔은 ‘마리나호텔 (중국 자본에) 안 팔았수다. 헛소문 내지 맙써’ 같은 현수막까지 내걸고 있었다.

그렇다고 전체 산업에서 관광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 제주도 입장에서 무턱대고 중국 자본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감귤 등 농림어업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중국 관광객은 최근 엔(円)화 약세와 한·일 관계 악화로 썰물처럼 빠져나간 일본 관광객의 빈자리를 메울 유일한 구세주다. 노형오거리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씨는 “중국 관광객들이 돈은 서울 사람들이 하는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에서 쓰고 제주도에는 똥과 오줌만 싸고 간다지만, 벌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홍수성 기획금융팀 과장에 따르면, 제주도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06년 이후 8조6680억원(도착액 기준 7822억원)에 달한다. 이 중 중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38.8%에 달하는 3조3610억원(도착액 2691억원)이다. 지난 2010년 투자자 영주권 제도가 도입된 후에는 4년간 콘도미니엄 1242가구, 총 8263억원의 분양계약이 이뤄졌고, 624명에게 거주(F-2)비자가 발급됐다.

일례로, 녹지그룹이 서귀포시 토평동, 동홍동 일대 153만9013㎡ 부지 위에 조성 중인 ‘제주헬스케어타운’은 400채 가운데 20채를 제외하고 분양을 끝마친 상태다. 제주헬스케어타운은 녹지그룹이 7720억원을 투입해 콘도미니엄 위주의 의료휴양시설을 세우는 프로젝트다.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별에서 온 마트’ 관계자는 “헬스케어타운 입주자는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별에서 온 마트’ 역시 중국인을 겨냥한 작명이라고 했다.

중국 자본 유입에 따른 제주도 내 경기부양 효과도 엄청나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중국 자본의 제주 투자가 본격화된 2010년을 기점으로, 2012년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는 전년 대비 1.15배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 전국 증가율(1.09배)보다 높다. 또 2010~2013년 연평균 지가상승률이 1.17%로 전국 평균(1.08%)보다 높다. 카지노납부금과 출국납부금 등으로 충당하는 제주관광진흥기금도 2007년 41억원에서 2013년 197억원으로 5배가량 급증했다. 제주도 내 환전업자의 지난해 외화매입(환전) 실적은 5억9800만달러로 2012년(4억400만달러)에 비해 48%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제주 지역의 화폐환수액은 8140억원으로 화폐발행액 2497억원을 월등히 초과했다. 환수초과액은 5643억원으로 2012년(5104억원)에 비해 10.6% 증가했다. 이는 제주에서 쓰인 현금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뜻이다. “제주에서 중국 자본이 빠지면 ‘악’ 소리가 날 것”이란 얘기는 이 때문에 나온다.

반면 중국 자본을 대하는 제주도민들의 모순된 태도는 제주도정(道政)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원희룡 지사는 스카이라인, 교통문제를 들어 ‘직권취소’ 운운하며 드림타워에 제동을 걸었다. 급기야 한국 측 시행사인 동화투자개발의 박시환 대표가 지난 11월 11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38층으로 낮추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했다. 제주드림타워는 지난 2009년 63층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상태였지만 층고가 63층, 56층으로 계속 줄며 콘도 객실 수는 1170실에서 850실로, 호텔 객실 수도 908실에서 776실로 대폭 줄었다.

이는 전임 우근민 제주지사 때와는 180도 다른 움직임이다. 우근민 지사는 ‘중국 세일즈 실리(實利)’를 표방하며 중국 관광객 유치와 중국 자본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우근민 지사 재임 때인 2010년 40만6164명에 불과하던 중국 관광객은 2013년 181만2172명으로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원희룡 지사의 지역여론 중시 움직임으로, 지난 6월 이후부터는 중국 언론에서조차 제주도의 반중정서가 회자될 정도다. ‘원희룡’이란 이름 석자와 함께다. 지난 7월 9일에는 제주 주재 장신(張欣) 중국총영사가 원희룡 지사를 찾아 ‘풍우무조(風雨無阻)’란 사자성어로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비바람이 불어닥치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나가자’는 뜻이다. 또 지난 7월 10일에는 홍콩 란딩(藍鼎)그룹의 양즈후이(仰智慧) 회장과 말레이시아 화교(華僑) 리조트재벌인 겐팅(雲頂)그룹의 탄히텍 사장도 원희룡 지사를 차례로 찾았다. 지난 8월 18일에는 제주도 최대 외국인 투자기업인 녹지그룹의 장위량(張玉良) 회장이 원희룡 지사를 찾아, 제주시의 ‘제주드림타워’와 서귀포의 ‘제주헬스케어타운’에 대한 협조를 재차 당부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 소재 부동산 개발회사 관계자는 “원희룡 지사가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라는 것을 잊어버린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언론에서도 제주드림타워를 ‘몽탑(梦塔)’이라 부르며 중국 자본에 대한 제주도의 태도를 가늠하는 잣대로 삼는 분위기다. 사실 제주드림타워는 제주에서 처음으로 1000실 이상 규모로 지어지는 특급호텔이었다. 제주도 관광업은 최대 경쟁지인 홍콩, 마카오에 비해 영세하기 그지없다. 홍콩, 마카오는 중국 관광객의 여행목적지 중 1, 2위를 차지하는 곳. 한국이 태국과 엎치락뒤치락하며 그 뒤를 따르는데, 기존 제주도의 최대 호텔은 대림산업 소유의 512실 제주 그랜드호텔이다. 2000~3000실 규모의 호텔이 수두룩한 마카오에 비해 구멍가게 수준이다.

13억 중국 관광객을 상대하려면 단일 호텔로 적어도 1000실 이상 객실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이다. 지난 2011년 바오젠그룹 관광단 1만1000명, 지난 5월 중국암웨이 관광단 1만7000명이 제주를 방문했을 때도 객실 섭외에 적지 않은 난항을 겪었다. 더욱이 힐튼, 메리어트 등 글로벌 호텔은 고사하고, 중국 부호(富豪)들이 선호하는 샹그릴라, 만다린오리엔탈, 페닌술라 호텔도 아직 제주도에는 없다.

특히 연동, 노형동 일대의 허름한 관광호텔과 모텔은 제주 관광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주범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싸구려 패키지 단체관광객들만 몰려들고, 이들의 교양 없는 단체행동이 제주도민들의 반중(反中)감정을 조장하는 악순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2008년 중국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실시한 후 중국 관광객은 직업, 재산, 소득, 전과에 상관없이 제주도를 드나든다. 연동 바오젠거리에서 만난 상하이에서 온 중국인 여성 관광객 천(陳)모씨는 “제주도 상점들의 서비스 태도가 중국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한국말을 못하니까 손님을 무시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카지노도 마카오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카지노는 중국 자본이 가장 중시하는 사업이다. 지난 4월에는 홍콩의 란딩그룹이 서귀포 하얏트리젠시호텔 내의 카지노 ‘벨루가 오션’을 1200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란딩그룹은 말레이시아의 겐팅그룹과 함께 서귀포시 안덕면 일원 398만6000㎡ 부지에 1조9811억원 규모의 제주신화역사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주체다.

제주도에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모두 8곳. 하지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위원장 이병진)에 따르면, 제주도 내 외국인 카지노 8곳의 지난해 입장객은 5만명 내외에 불과하다. 제주 연동의 더호텔 내 엘베가스카지노가 6만87명으로 가장 많다. 이는 한국관광공사 산하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운영하는 세븐럭카지노 서울힐튼점을 찾은 98만1195명의 6% 수준이다. 엘베가스카지노의 게임시설도 5종 52대로, 세븐럭카지노 서울힐튼점의 8종 215대에 비해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이에 “카지노를 도박시설이 아닌 관광기반시설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용복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관광과 경영경제연구소장)는 “중국 자본이 제주도 땅을 실제 소유하고 있는 면적은 592만㎡ 전체 토지의 0.3%에 불과한데, 체감하는 것은 10% 이상으로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일부 진보성향 언론과 학자가 이를 통해 불안감을 조성하는데, 투명성 제고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식으로 일반인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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