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직원이 두 손을 차량 핸들에서 떼고 자율주행을 시연하고 있다. ⓒphoto 현대차
현대자동차 직원이 두 손을 차량 핸들에서 떼고 자율주행을 시연하고 있다. ⓒphoto 현대차

무인자동차의 기술력은 미국에 비해 5~6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미래자동차공학)는 말했다. 선우 교수는 한국 학계에서 무인자동차 연구의 1인자로 얘기된다. 그에 따르면 한국에서 관련 기술 개발이 본격화한 건 2000년대 중반이다. 이에 비해 미국과 독일은 1990년대 후반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다. 선우 교수는 미국의 60% 수준이라고 한국 무인자동차 기술력을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4월 8일 한양대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자율주행차에서 가장 중요한 게 센서다. 한국은 원천기술이 없기 때문에 센서를 100% 해외에서 사온다. 차량 제어, 프로그래밍 등 일부 기술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자동주차의 경우 국내 기술로도 완벽하게 구현된다”고 말했다.

한국 내 무인자동차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은 자율주행 관련 기술 개발을 2000년대 초반부터 준비해 왔다고 했다. 현대차 홍보실 권용준 차장은 “그동안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 연말 출시되는 고급 세단에는 일부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의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4월 8일 주간조선의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자율주행 기술 자체로는 이미 벤츠, 아우디,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다. 황급히 끼어드는 차량을 인지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기술을 개발한 건 우리가 세계 최초일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차의 기술 발전 단계는 크게 4단계로 분류된다. 현대차 남양연구소가 주간조선에 보내온 자료를 보면, 한국의 기술력은 현재 2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1단계는 특정 기능의 자동화 단계로 운전자는 특정 주행 조건 아래에서 기술적 도움을 받게 된다. 예컨대 일정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유지 지원시스템이 여기에 해당한다. 2단계는 기존 자율주행기술의 통합 단계로, 고속도로 주행 시 주변 차량과 차선을 인식하고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할 수 있다.

3단계부터는 운전자의 핸들 조작 없이도 목적지까지 일정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도심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교차로나 신호등, 횡단보도를 인식해 자동으로 차량을 제어하고 차선 변경과 끼어들기가 가능한 단계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든 트럭이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고, 지난해 12월부터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시작한 도요타도 고속도로에서 진출입과 차선 변경이 가능하다고 기술력을 자랑한 바 있다. 4단계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가 가능한 완전 자율주행 단계다. 차량과 차량은 물론, 차량과 각종 인프라 간 통신이 확보돼 최적의 경로로 무인 주행이 이루어진다. 이 단계까지 진화가 된다면 운전석 자체가 사라지고 리모컨으로 차량 컨트롤이 가능한 무인차가 만들어진다.

남양연구소 측은 “차선유지 지원시스템,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12년 ‘고속도로 주행 지원시스템’을 개발해 현재까지 7만㎞ 이상의 시험주행을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측은 하지만 7만㎞ 시험주행 장소가 어딘지는 밝히지 않았다.

무인차량 내부에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Lidar), GPS, 정밀지도가 장착되고 이를 통제하는 프로그램이 들어간다. 센서 이외의 기술력에 있어서 국내 기업과 일부 대학은 도로주행이 가능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한다.

카메라는 주변 사물의 색상과 형태 정보를 얻는 장치다. 즉 신호등, 표지판, 중앙선 등 인간의 눈이 인식하는 기존 도로체계 정보를 입수하는 통로가 된다. 레이더는 전파를 발사해 돌아오는 전파의 소요시간과 주파수 편이를 측정, 주변 사물과의 거리, 속도를 탐지한다. 레이더는 빛이 아니라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야간이나 악천후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전파에서 파생하는 진동수의 변화로 양측이 움직이는 상태에서도 거리 측정이 가능하다. 라이다는 레이저 빛을 이용하는데, 직진성이 강해 먼 거리까지 정확한 위치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차량용 라이다는 360도로 회전하면서 사방을 탐지하는 게 가능하다. 내비게이션 수준의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닌 고차원의 인공지능 장비도 국내 기술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고차원 인공지능 장비는 전체 경로는 물론 인접한 차선 사이를 이동하는 단기경로까지 자체적으로 판단한다. 이런 장비를 하나로 연결해 프로그래밍하는 기술력도 한국이 가장 앞서가는 분야 중 하나다. 한양대 연구팀도 프로그램 장비를 콤팩트하게 만드는 기술력을 외국계 업체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와 한양대 연구팀은 무인차 시대를 맞아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전문가 그룹을 확대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기술력은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이들에게 기술개발 동기를 부여하는 이른바 경진대회 같은 행사도 필요하다는 것.

현대차는 2010년부터 격년제로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비’를 통해 산학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 주최의 경진대회 우승상금은 총 1억원이며, 한양대팀이 1~2회 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선우 교수는 2001년부터 사비를 들여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국내에서 180팀 이상이 참여하며 큰 호응을 얻었던 이 경진대회는 최근 국제대회로 위상이 더 커졌다. 작년 국내에서 열린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의 메인 스폰서는 모토로라반도체로, 총 6억5000만원을 후원했다. 선우 교수는 올해 이 경진대회를 독일 하노버로 옮겨 개최한다. 그는 “하다 보니까 관심을 갖는 해외 학생들이 늘어 1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14년 만에 이제는 월드대회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자동차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게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 | 국회서 첫 무인차 토론회 여는 서상기 의원

“세계 5대 자동차 강국 지키려면 무인차 관련법 시급”

1976년 미국 드렉셀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서상기 의원은 같은 해 미국 포드자동차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해외 과학자 유치사업의 대상자로 뽑혔다. 그러나 1979년 10·26사건이 발생하면서 그의 귀국은 1년 뒤인 1981년 1월로 늦춰졌다. 서 의원은 “1980년 1월에 귀국하기로 했는데 10·26이 터지는 바람에 1년 더 미국에 체류했다. 이듬해 국내로 들어와 창원의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1990년대 초반 대전 유성구로 옮겨왔다. 그는 한국기계연구원에 들어간 지 12년 만에 최연소 원장으로 발탁됐고 기계, 항공, 선박, 재료 등의 산하연구소를 총괄하는 원장직을 6년간 수행했다. 서 의원이 이번에 자율주행자동차와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미국에서 쌓은 자동차 업계 선후배들과의 인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토론회의 주제발표를 맡은 한양대 선우명호 교수도 미국 자동차 회사 GM의 연구원으로 일할 때부터 알고 지냈다고 한다.

“내가 귀국할 당시 한국은 포니를 연 20만대 정도 생산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이 됐다. 이런 추세를 이어가려면 자율주행자동차(무인차)와 같은 새로운 도전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관련 법의 필요성을 알리는 동시에 법안 발의에도 앞장설 생각이다.”

서 의원은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과학기술특보로 활동하며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대구 북구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내리 3선을 했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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