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최다 시청자를 거느린 인기 채널 퓨디파이 운영자인 게임 해설가 첼베르그. 그가 방송 중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유튜브 최다 시청자를 거느린 인기 채널 퓨디파이 운영자인 게임 해설가 첼베르그. 그가 방송 중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YouTube(유튜브), YouTuber(유튜버), YouTube Celebrities(유튜브 셀리브리티)’.

세 영어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유튜브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듯하다. 유튜브는 구글이 운영하는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이다. ‘유튜버’는 유튜브에 자신의 계좌를 갖고 있는 개인이나 집단을 의미한다. 이메일 주소나 비밀번호 같은 개인 계좌를 갖고 있으면 유튜버가 될 수 있다. 구글의 계좌를 갖고 있어도 유튜버가 된다. ‘유튜브 셀리브리티’는 유튜브를 통해 유명해진 사람이나 집단을 의미한다. 유명세의 근거는 유튜버들의 지지에 달렸다. 얼마나 많은 유튜버들을 고정 시청자로 거느리고 있으며 얼마나 지속적인 시청률을 올리는지가 유튜브 셀리브리티 탄생의 조건이다.

동영상을 보려는 유튜버와, 뭔가 보여주려는 유튜브 셀리브리티와의 관계는 본래 인터넷 동영상 공짜 거래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공짜 문화가 어느날 미다스의 손으로 변신한다.

출발점은 2013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인공은 유튜브 내 채널인 어섬니스TV(www.youtube.com/user/AwesomenessTV).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할리우드 영화사인 드림워크 애니메이션(www.dreamworksanimation.com)이 3300만달러를 투자해 어섬니스TV의 주식 일부를 사들였다. 어섬니스TV의 당시 시세는 1억1700만달러 정도로 추정됐다. 2년이 흐른 지금 시장가격은 거의 2배로 올랐다.

어섬니스TV는 2012년 6월 탄생한 유튜브 내 채널이다. 2015년 5월 23일 기준, 어섬니스TV라는 간판 아래 9만1989개의 하부 채널이 있다. MCN(Multi Channel Network) 구도로 보면, 유튜브가 부모에 해당하며, 어섬니스TV는 대형(大兄), 9만1989개의 채널은 어섬니스TV 전속 엔터테이너라 볼 수 있다. 이들이 창조해낸 동영상은 전부 177만건에 달한다. 개국 이래 79억명이 어섬니스TV를 찾았다. MCN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정 시청자이다. 어섬니스TV를 아예 고정채널로 잡아둔 시청자는 8000만명이 넘는다. 애니메이션 ‘쿵푸 판다’ 제작사인 드림워크가 3300만달러를 투자한 것은 바로 8000만명의 고정 시청자가 창출해 낼 가능성 때문이다.

어섬니스TV는 10대, 혹은 10대 이전의 소년소녀를 타깃으로 한 10대 문화와 코믹 채널이다. 10대가 좋아하는 가수인 케티 페리, 브루노 마스, 테일러 스위프트, 저스틴 비버의 노래나 가십을 쏟아내는 채널이 이 중 최고 인기다. 어섬니스TV는 산하 모든 채널에 10살 전후 소년소녀에 맞는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 브루노 마스가 즐겨 쓰는 모자라는 이유만으로 판매량이 급증한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스포츠 용품과 같은 10대 취향에 맞는 스폰서 광고도 모든 채널에 게재된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타깃을 확실히 한 광고로, 일반 광고에 비해 한층 더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다.

어섬니스TV에서 시작된 MCN 열풍은 지난해 이뤄진 두 개의 대형 투자를 통해 강렬해진다. 먼저 지난해 3월 월트디즈니가 발표한 MCN 매입 소식이다. 2009년 설립된 ‘토털 컬처 MCN’인 메이커스튜디오(www.makerstudios.com)가 매물이었다. 한 달 평균 70억건에 달하는 동영상을 세계에 뿌리는 곳이다. 월트디즈니가 100% 주식을 매입하면서 제시한 금액은 5억달러. 다른 기업이 11억달러까지 제시했지만 기존 직원들이 계속 근무한다는 조건하에 월트디즈니에 흡수된다. 기업가치는 할리우드 영화사로 넘어가는 즉시 두 배 가까운 9억5000만달러 규모로 치솟는다. 메이커스튜디오의 4만개에 달하는 채널은 월트디즈니의 콘텐츠도 제공한다.

메이커스튜디오에 이어 풀스크린(www.youtube.com/user/Fullscreen)도 MCN 열풍을 가속화한다. 2011년 1월 캘리포니아주가 직원 150명으로 출발한 유튜브 내 MCN이다. 채널 가입자가 4억5000만명, 한 달간 동영상 시청 건수가 40억건에 달하는 초대형 MCN이다. 산하 채널 수도 5만개에 달한다. 양적인 규모로 볼 때 전 세계 최대 규모다. 투자에 나선 회사는 미국 최대 통신사인 AT&T다. 정확한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고 경영권을 확보하는 수준의 금액이 지불됐다고 한다. 풀스크린의 당시 시세는 2억~3억달러 정도로 추정됐다. 50% 정도의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할 때 1억5000만달러 정도가 투자됐다고 볼 수 있다.

풀스크린은 음악·코미디·게임·애니메이션 채널과 더불어, 기존의 TV나 영화제작사가 만든 콘텐츠도 적극 내보낸다.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는 3000곳의 비즈니스 파트너를 거느리고 있다. 주된 시청자는 10~20대다. 고유 기술을 통해 시청자의 성향을 분석해 기업이나 시장에 판매하는 경영 컨설턴트 업체로도 유명하다. 유튜브는 물론 풀스크린 같은 MCN과 비교해도 AT&T는 중후장대형 기업에 해당한다. 이런 중후장대형 기업이 젊은이들 중심의 시장을 정확히 파악해 미래를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투자한 것이다.

MCN이 억달러 단위의 투자 대상이 된 것은 여러 각도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한국어로 덕후, 영어로 매니아, 일본어로 오타쿠(オタク)로 불리는 문화의 일반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이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위한 맞춤형 동호인 채널이 생기면서 시장이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먹은 인스턴트 라면 시식기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다른 유튜버들과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 인스턴트 라면 시식 동화를 따라다니는 고정 시청자가 100만을 넘어설 경우 앞뒤에 광고를 붙이면 수익형 콘텐츠로 진화한다.

2~3년 전 일반화된 신조어지만, 자신의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올리는 사람을 크리에이터(Creator)라 부른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동영상 도우미 플랫폼이라 볼 수 있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나아가 법률적인 측면의 보호도 제공한다. 유튜브에 올린 크리에이터의 동영상, 사진, 노래가 법적으로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실제 그 같은 보호를 받기 위한 절차와 시간을 크리에이터 개개인이 전부 감당하기는 어렵다. 법률 상식과 더불어 수많은 관련 서류나 증거들이 제공돼야 하기 때문이다. MCN은 그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AT&T에 팔린 풀스크린은 음악에 주력하는 MCN이다. 채널에 올려진 수많은 음악들의 저작권을 세심하게 관리 보장하는 곳이 풀스크린이다. 음악 관련 크리에이터가 모일 수밖에 없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볼 때 MCN은 경제적 도움을 주는 매니저에 해당한다.

거대 자본이 투자한 MCN들. 왼쪽부터 드림워크 애니메이션이 투자한 어섬니스TV, AT&T가 투자한 풀스크린, 월트디즈니가 투자한 메이커스튜디오.
거대 자본이 투자한 MCN들. 왼쪽부터 드림워크 애니메이션이 투자한 어섬니스TV, AT&T가 투자한 풀스크린, 월트디즈니가 투자한 메이커스튜디오.

자신의 동영상을 찾는 고정 시청자가 하루 평균 100만명이라고 가정해 보자. 동영상 내용에 어울리는 광고를 띄울 경우 그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광고를 어떤 식으로 올리는지에 대한 노하우는 크리에이터의 영역 밖이다. MCN은 그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해 준다. 인기 절정의 유튜브 셀리브리티를 위해 어떤 광고를, 어떤 식으로 붙여서, 얼마의 비율로 수익을 나눌지에 대한 법률적·기술적 도움을 MCN이 전부 제공한다. 내용이나 인기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유튜브 같은 플랫폼, MCN,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3:4:3의 비율로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CN은 한국인이 꿈꾸는 ‘대박 드림’의 결정판에 해당한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린 뒤 단 하루 만에 글로벌 유튜브 셀리브리티로 ‘승천’할 수도 있다. MCN은 하룻밤 만의 승천을 일확천금으로 연결해 주는 도우미다. 그러나 아무리 승천이 높다 해도 단발로 끝날 경우는 일확천금이 아니라 일장춘몽에 그칠 것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전략 전술이 필요하다. 그냥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는 취미 수준이 아니라 시청자의 심중을 꿰뚫어보면서 제작되는 동영상이 필요하다. 동영상 제작 요령도 중요하다. 일방이 아니라 쌍방인 동시에 입체적 관점의 감각이 필요하다. MCN은 그 같은 고난도의 목적을 실현해 줄 개인교사 역할도 담당한다. 물론 MCN을 통해 자신의 영역과 수익을 확신시켜 나가는 유튜브도 크리에이터 양성에 엄청 주목한다.

MCN 스스로가 나서서 ‘유능한’ 크리에이터의 지름길에 관한 동영상 강의를 제작해 공급하고 있지만 ‘특출한’ 크리에이터의 도움을 통한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協業) 작업도 빼놓을 수 없다. 풀스크린의 경우 멤버로 가입하는 즉시 자신의 거주지 주변 어디에 어떤 크리에이터가 사는지 알 수 있다. 자신과 비슷한 콘텐츠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가 있다면 풀 스크린 자체 내 SNS를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직접 만나 동영상을 함께 만들어 유튜브에 띄울 수도 있다.

MCN의 최초 타깃은 Y세대라고도 불리는 밀레니엄 세대다. 1990년대 초 태어난 현재 20대 젊은이다. 4C는 이들을 특징 지우는 키워드다. 인터넷을 통한 커넥션(connection), SNS를 통한 커뮤니티(community) 구축, 스스로의 세계를 기술적 도움을 받아 표현하는 크리에이션(creation), 함께 만들어 남에게 공평하게 알리는 큐레이션(curation)이 4C의 내용이다. MCN은 밀레니엄 세대가 창조해낸 4C의 최종 결정판에 해당한다. 돈을 언급하는 것은 싫어하지만, 돈에 특히 민감한 밀레니엄 세대의 캐릭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현실적 비즈니스 공간이 바로 MCN이다.

유튜브 최고의 크리에이터는

스웨덴 출신 게임 비평가의 퓨디파이 고정 시청자 3600만명

퓨디파이 로고
퓨디파이 로고

2015년 4월 29일 기준 ‘전 세계 최고의 인터넷 1인 방송’(고정 시청자 수 기준)은 퓨디파이(www.pewdiepie.com)다. 1989년생 펠릭스 첼베르그(Felix Arvid Ulf Kjellberg)가 유튜브에서 단독으로 운영하는 채널이다. 스웨덴 출신으로, 스웨덴에서는 영화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이나 볼보자동차보다 더 유명한 국보급 존재다. 퓨디파이의 고정 시청자는 3600만명에 달한다. 풀스크린이나 메이커스튜디오의 경우 만 단위의 크리에이터 채널을 기반으로 억 단위의 고정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각각의 채널로 나눌 경우 아무리 많아도 100만 정도에 그친다. 이와 비교하면 첼베르그는 개인 차원의 세계 최고 유튜브 셀리브리티에 해당한다.

퓨디파이는 올해 5월 한 달 동안만 87억건의 동영상을 전 세계에 뿌렸다. 콘텐츠는 간단하다. 게임이다. 비디오게임을 하면서 특유의 말장난을 이어가는 것이 전부다. ‘F’로 시작하는 욕은 물론 입에 담기도 어려운 지저분한 말들이 동영상 곳곳에 울려퍼진다. 중간에 영화나 각종 패러디를 게임과 연결해 나름대로의 각색도 한다. 게임 내용보다 첼베르그의 캐릭터가 돋보이는 채널이다.

따라서 고정 시청자의 대부분은 10대이거나 그 이하의 어린이들이다. 전 세계 청소년이 알고 있는 게임의 절대지존인 셈이다. 기성세대가 본다면 한심하게 생각할 만한 콘텐츠지만 첼베르그의 말 한마디에 따라 전 세계 게임 판매량이 출렁거릴 정도다. 일단 세상에 나오는 새로운 비디오게임은 전부 그의 손을 거친다. 게임업체들이 앞을 다투어 퓨디파이의 스폰서로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북구 특유의 강한 악센트가 섞인 첼베르그의 영어가 오히려 시청자들로부터 한층 더 환영받는다.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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