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교연 건양대병원 수간호사
신교연 건양대병원 수간호사

주간조선은 지난 12월 2일 전체 회의를 통해 ‘올해의 인물’로 ‘메르스와 싸운 백의의 천사들’을 선정했다. ‘메르스와 싸운 백의의 천사들’은 지난 5월부터 두 달간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최일선에서 사투한 간호사들을 말한다. “메르스와 분투하며 고생한 의료진들이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메르스와 싸운 백의의 천사들’은 “당시 고생했던 의료진에게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라는 점에서 주간조선 2387호의 커버스토리로 선정됐다. 특히 송년호 표지를 장식할 인물인 만큼 “올 한 해 한국 사회에 희망을 던져준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기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메르스가 한창 진행되던 시점에서 6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간다는 점도 고려됐다.

‘메르스와 싸운 백의의 천사들’을 기사화하기 위한 실제 인터뷰 대상자로는 대전 건양대병원의 신교연 수간호사를 골랐다. 신씨는 메르스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본인도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점에서 “의료진의 살신성인 정신을 보여준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다. 다만 본인이 인터뷰를 한사코 거부해 당시 함께 일한 건양대병원 간호사 9명을 인터뷰했다. 모두 메르스가 창궐하던 지난 5~6월, 일선에서 메르스와 사투한 간호사들이다. 의사들도 간호사 못지않게 고생했지만 24시간 환자 곁을 떠나지 않은 이가 바로 간호사라는 점도 고려했다.

간호사들과 함께 ‘올해의 인물’ 최종 후보에 올랐던 인물은 육군 김정원(23) 하사와 하재헌(21) 하사다. 두 하사는 지난 8월 초 북한이 설치한 목함지뢰로 각각 오른쪽 발목과 양쪽 다리를 잃었다. “북한의 호전성을 온몸으로 알리고, 북한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애국 청년의 시대를 알린 인물들”이라는 점이 추천 이유다. 다만 김정원 하사와 하재헌 하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면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데, 언론 인터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아쉽게 2위로 밀렸다.

주간조선 기자들은 지난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올해의 인물 세 명씩을 선정해 각각의 이유를 제출했다. 기자들이 낸 자료를 종합한 결과,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은 지난 10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2015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1)이었다. 조씨는 4명의 기자로부터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올해의 인물 1·2·3위를 모두 조성진으로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조성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한 기자는 “‘무슨 일이든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며 믿고 지지해준 그의 부모가 우리 교육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조성진을 선정했을 경우 “기사화했을 때 재미와 감동은 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아 ‘올해의 인물’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메르스와 싸운 백의의 천사들’과 ‘목함지뢰로 다리 잃은 군인들’은 각각 2표와 1표를 얻었다. 선정 시점이 11월 말이라 이들을 이미 잊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른 사람을 ‘올해의 인물’로 추천한 기자 대부분이 “이 사람을 놓쳤구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외식경영자 백종원(49)씨, 삼성그룹 이재용(47) 부회장, 야구 국가대표팀의 김인식(68) 감독, 김영삼(88·사망) 전 대통령 등도 올해의 인물 후보군에 들었다. 해외 인물은 시리아의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3·사망)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외식경영자 백종원씨는 2015년 한 해 동안 여러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집밥(집에서 만들어 먹는 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일반인에게 요리를 친숙하게 했다는 점에서 ‘올해의 인물’ 후보에 올랐다. ‘백다방’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등 다양한 대중음식점으로 유통업과 제조업, 미디어 업계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만큼 ‘올해의 인물’로 부족함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주간조선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고려했을 때 ‘독자들이 읽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야 한다’는 점에서 ‘올해의 인물’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야구 국가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을 ‘올해의 인물’로 꼽은 기자도 3명이 있었다. 지난 11월 21일 열린 ‘프리미어 12’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미국을 8:0으로 이겼다. 김 감독은 이 대회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며 국가대표팀의 국제대회 최초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준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국민들에게 기쁨을 줬다. “패배 직전의 선수들을 독려하고 적재적소의 작전으로 역전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메르스와 국정화 교과서로 침체된 한국인들에게 큰 기쁨과 감동을 줬다” 등이 ‘올해의 인물’ 선정 이유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을 꼽은 기자도 있었다. 병상에 누운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의 총수에 오를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을 미리 조명해 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올해 경제계에 큰 파장을 던졌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지난 11월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도 ‘올해의 인물’ 후보에 올랐다. “개혁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실제 개혁을 실행한 대통령” “가장 높았던 지지율과 가장 낮았던 지지율을 오갔던 대통령”이라는 의견이 오갔다.

해외 인물 중에서는 시리아의 꼬마 난민 아일란 쿠르디가 3표를 받았다. 지난 8월 초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쿠르디는 사진 한 장으로 전 세계에 시리아 난민의 심각성을 알렸다. 각국이 난민 대책을 수립하게 된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인물은 아니지만 단체도 ‘올해의 인물’ 후보에 있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Islamic State)는 2표를 얻었다. 지난 11월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를 일으켜 130명을 숨지게 한 IS는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올해의 인물’ 후보에 올랐다. 한 기자는 “우리가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폭력, 차별, 혐오를 모두 상징하는 단체”라고 후보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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