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자력본부 발전소 안의 터빈룸에서 한 직원이 터빈 부품을 정비하고 있다. ⓒphoto 월성원자력본부
월성원자력본부 발전소 안의 터빈룸에서 한 직원이 터빈 부품을 정비하고 있다. ⓒphoto 월성원자력본부

33년 동안 양남면 주민들과 동거해온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의 내부는 어떨까. 국가보안시설인 월성본부에 들어가려면 미리 한수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외부 방문객은 주 출입구에서 지문인식을 하고 출입증을 받아야 월성본부에 들어갈 수 있다. 기자는 월성원자력본부 관계자의 협조를 받아 지난 5월 31일 월성본부에 들어갔다.

월성본부의 원자로는 총 6개다. 월성 1·2·3·4호기와 신월성 1·2호기가 있다. 월성 1·2·3·4호기는 가압중수로 방식, 신월성 1·2호기는 가압경수로 방식이다. 울진·고리·영광 등 국내 다른 지역의 원자력발전소는 모두 가압경수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중수로는 원자로에 사용하는 감속재와 냉각재로 중수(D2O)를, 경수로는 경수(H2O)를 쓴다.

중수는 일반 수소보다 두 배 정도 무거운 중수소 2개가 산소 하나와 결합한 물로, 일반 자연수 중에는 0.015% 정도만 존재한다. 주로 바닷물에서 추출하는데, 국내에서 추출하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중수로에 사용되는 중수는 전량 수입해야 한다. 중수로는 경수로에 비해 삼중수소 발생량이 많아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다고 전기생산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중수로 방식으로 건립된 월성 1호기는 시설용량이 약 68만㎾, 2·3·4호기는 각각 70만㎾지만, 경수로 방식인 신월성 1·2호기의 시설용량은 각각 100만㎾에 달한다. 이처럼 관리가 어려운 중수로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국가 정책적 목적이 있다고 한다. 중수로는 경수로에 비해 발전 부산물로 플루토늄과 삼중수소를 많이 생산한다. 플루토늄과 삼중수소는 열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필수 요소다. 물론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나라 중에서도 조약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는 국가다. 월성 1·2·3·4호기 중 1·2호기는 월성 제1발전소, 3·4호기는 월성 제2발전소와 연결되어 있다.

출입증 2회 발급에 지문인식까지

최고의 보안을 요하는 시설인 만큼, 월성본부의 보안은 철저했다. 남문 주 출입구로 들어갈 때 받은 임시출입증을 제1발전소 앞에서 새로운 출입증으로 교환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주 출입구에서 출입증을 받을 때 별도로 지문을 등록하고, 발전소 안에 들어갈 때는 출입증 확인과 지문인식을 동시에 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휴대전화 통제도 철저했다. 촬영은커녕 녹음도 허가되지 않았다. 24시간 입구에서 교대 근무하는 출입구 요원이 촬영금지 스티커를 휴대전화 앞면 렌즈와 뒷면 렌즈, 소리가 들어가는 송화기 부분에 각각 부착해 촬영과 녹음을 사전에 방지했다. 노트북컴퓨터와 카메라 등 전자기기는 입구에 있는 보관함에 두고 가야 했다. 월성본부 관계자는 “2년 전 월성본부를 대상으로 발생한 사이버테러 공격으로 인해 출입 보안이 더욱 강화됐다”고 했다.

제1발전소를 거쳐 터빈룸에 들어갔다. 증기 발생기에서 만들어진 증기가 들어오는 터빈룸은 잠시만 서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질 만큼 후끈했다. 안내 직원은 “한여름에는 내부 온도가 60도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원자로 안에서 핵연료가 핵분열해 열을 발생시키면, 그 열로 인해 발생한 증기가 터빈룸에 전달돼 거대한 터빈을 돌린다. 발전기와 연결된 터빈이 그 힘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원자로와 발전소를 통제하는 주 통제실인 MCR(Main Control Room)에는 10여명의 근로자가 상주하고 있었다. 6개 조로 나뉜 근무자들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곳이다. 월성본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MCR 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교육부가 발급하는 원자력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발전소를 나오는 직원은 모두 방사능 측정기를 거쳐야 한다. 기자 역시 측정기에 올라선 후 올림판에 손을 깊숙이 넣었다. 다행히 방사능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월성원자력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원자로에 들어가는 직원들에게서는 이따금 방사능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런 경우에는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방사능을 씻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자는 원자로에 들어가지 않았다.

월성원자력본부 내에서 3차 냉각수로 사용한 온배수를 이용해 넙치를 양식한다. ⓒphoto 월성원자력본부
월성원자력본부 내에서 3차 냉각수로 사용한 온배수를 이용해 넙치를 양식한다. ⓒphoto 월성원자력본부

최근 발전 정지는 윤활제 때문

지난 5월 11일 월성 1호기를 멈추게 한 고장 원인은 액체방출밸브 오작동이었다. 전휘수 월성원자력본부장은 지난 6월 7일 기자와 만나 “엄밀한 의미에서 고장으로 인한 발전 정지와 사고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발전 정지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 본부장에 따르면 액체방출밸브 오작동은 정비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바른 윤활제로 인해 발생했다.

터빈룸에는 방사능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와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3차 냉각재로 사용되는 해수는 원자로가 아닌 증기 발생기에만 들어오기 때문에 방사능과는 무관하다. 월성본부 내에는 냉각재로 사용한 물로 넙치(광어), 참돔, 전복 등 어패류를 양식하는 공간이 있다. 월성본부 직원들은 이따금 이 양식 어패류를 읍천항에 있는 초장집에 가져가 회를 떠 먹는다. 온배수가 방사능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일종의 퍼포먼스다. 치어와 치패는 일정 크기로 자라면 1년에 두 번 근처 바다에 방류한다. 전휘수 본부장은 “우리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양식 어류를 납품하지는 않는다”며 “주로 근처 사회복지시설에 정기적으로 분양한다”고 했다.

월성본부 한쪽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 있었다. 방사성폐기물은 방사능 함유량에 따라 중·저준위와 고준위로 분류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에는 작업복, 장갑, 부품 등이 해당된다.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능 함유량이 높은 폐기물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불린다.

월성본부 내에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영구적으로 보관하는 곳인 반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임시로 보관하는 곳이다. 한수원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월성본부 내에 유치하는 대가로 경주시에 3000억원을 지원했고, 서울에 있던 한수원 본사도 경주시로 내려왔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임시로 보관하는 장소는 월성 1호기 뒤편에 있었다. 중수로에서 발생한 폐기물과 경수로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각각 분리되어 보관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25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행정예고했다.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 부지를 2028년까지 선정하고 2053년부터 영구처분시설을 운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키워드

#커버스토리
배용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