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감사원장 ⓒphoto 뉴시스
황찬현 감사원장 ⓒphoto 뉴시스

감사원이 박근혜 정부의 역점 사업을 제대로 감사하지 않아 ‘최순실 국정농단’을 키웠다는 비판론이 정치권과 감사원에서 제기됐다. 주간조선 취재 결과 감사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실세인 최순실씨가 개입된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주요 사업을 한 번도 감사한 적이 없다. 감사원 대변인실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창조경제추진단,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 등 최순실과 연관된 사업에 대해 감사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 초 문화융성·창조경제·국민행복·평화통일을 4대 국정기조로 삼겠다고 밝혔고 관련 사업에 인력과 예산을 대거 투입했다. 감사원 입장에서 보면 정권의 주요 사업은 예산 규모 등에 비춰 볼 때 예의주시해야 할 중요 감사 대상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집권 4년 차가 마무리되는 현재까지 최순실이 개입된 사업에 대해 감사 계획조차 세운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순실씨와 그 측근들이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같은 부처를 손쉽게 주무를 수 있었던 것도 감사원의 감시가 느슨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이명박 정부 때와는 명확히 비교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감사원은 2010년 이명박 대통령 집권 3년 차에 대표적 국정과제였던 4대강 사업에 대한 1차 감사를 시작으로 모두 4차례에 걸쳐 4대강 감사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직 감사원 고위 관계자 A씨는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의 중요 정책의 경우 예전 감사원은 감사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감사원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미약했다.”

정권 후반기 대립각 세우는 게 관례

감사원은 일반감사 및 직무감찰을 통해 공무원들이 정상 업무를 수행하는지 여부를 수시로 감사한다. 공무원에게 업무 추진 중 문제가 생길 경우 감사와 징계조치를 받는다는 경각심을 주는 게 감사원의 기능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박근혜 정부 집권 5년 차를 앞둔 현재까지 정부의 주요 사업에 대해 감사하지 않았다. 이는 박근혜 정권 역시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집권 초 국정기조에 맞는 새로운 사업을 벌인다면서 기구와 조직을 대거 신설한 것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부처 산하에 각종 재단도 설립했다. 2013년 7월 문화융성을 위해 대통령 자문기구로 태동한 문화융성위원회를 비롯 미르·K스포츠재단,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 2014년 1월 출범한 창조경제추진단, 대기업이 출연해 전국 17개 지역에 만든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세종시에 있던 담당 공무원이 직접 재단 설립 자료를 접수하기 위해 서울로 출장을 왔다는 사실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가 벌였던 주요 사업들이 전임 정권의 4대강 사업처럼 논란 대상으로 떠오른 지 오래라는 점에서도 감사원의 태도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예컨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추진 초기부터 그 실효성이 논란이 됐다. 특히 대표적 사업인 문화융성은 최순실게이트와 뒤엉켜서 현재 검찰이 비리를 파헤치는 중이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 주요 관련자 대부분이 구속된 상태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의 후임이었던 여명숙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현 정부의 문화창조융합 사업을 ‘문화부판 4대강 사업’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직무태만이든 고의적 방기든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하는 동안 감사원이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배경이다. 감사원 전직 고위 관계자인 B씨는 이렇게 말한다. “감사원은 현 정부의 주요 사업에 대해 눈을 감았다. 지금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감사원이 나서 문제의 부처를 감사하라는 요구조차 없다. 이게 감사원의 현주소다. 후배들은 눈치 보느라 할 말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과거 정권에 비해 박근혜 정부에서 감사원의 역할이 줄었다는 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국회 법사위원회 박범계 의원(더민주)은 지난 9월 말 감사원 국정감사 때 “내가 법사위를 오래했는데, 감사원 감사가 이렇게 일찍 끝난 건 처음”이라며 싱거웠던 국감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박 의원의 보좌관은 이런 설명을 했다. “감사원의 국정감사가 일찍 끝난 이유는 두 가지다. 감사원이 일을 많이 하지 않았고, 쟁점이 될 만한 감사는 손을 대지 않았다. 손을 대지 말았어야 할 ‘누리과정’에 대해서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감사를 한 반면, 정권이 중요하게 다룬 사업은 감사하지 않았다.”

실제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연보 등에 따르면 감사원의 감사 실적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감사는 총 79건으로 전년 상반기(87개)에 비해 다소 줄었다. 또 감사 실시 이후 처분건수는 2011년 5018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현 정부 들어 2013년 3798건, 지난해 3607건으로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한 검찰과 달리 감사원의 경우 부처 운영 전반의 문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면서 “그런데도 감사원이 정권의 주요 사업을 살펴보지 않았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상 감사원은 대통령 임기 1~2년 차에 지난 정부의 사업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 대통령 집권 3년 차가 되면 감사원의 고민이 시작된다. 통상 1~2년 주기로 실시하는 기관운영 감사가 도래하는데, 이때 신설된 기구나 새로 예산이 투입된 신규사업을 살펴봐야 한다. 정권 핵심사업에 대한 감사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정권 초반 집권세력과 밀월관계에 있다가 하반기부터 정권과 멀어지는 경향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감사원의 통상적 흐름과 달리 집권 하반기에도 정권의 사업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이와 관련 “사전에 특정 사업에 관한 문제를 찾아내기는 어렵다”면서 “감사원 감사가 느슨해졌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감사원 대변인실 관계자는 “매년 감사 계획을 세워 감사를 진행한다”면서 “특히 감사원이 부처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안을 사전에 제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 감사원 전직 고위 인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주간조선이 취재 과정에서 만난 감사원 관계자들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명”이라고 일축한다. 감사원 고위직을 지낸 B씨의 말이다. “감사원은 감사 대상 기관을 항상 모니터링하며,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연간 감사 계획에 따라 감사하는 건 맞지만, 만약 특정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부처를 감사할 수 있다. 그게 감사원의 존재 이유다.”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photo 뉴시스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photo 뉴시스

원장도 사무총장도 감사 비전문가

감사원이 외근 조직을 통해 수시로 감사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에 비춰 봐도 감사원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찰이나 경찰이 범죄 정보를 수집하는 별도 조직을 운영하는 것처럼 감사원 공직감찰본부는 감사 정보를 수집하는 조직을 운영해왔다. 이 제도는 사후 감사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부정이나 비리를 사전에 제어하기 위해서도 도입됐다.

현 정부에서 감사원의 칼이 무뎌진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서는 감사원장과 사무총장, 즉 감사원의 ‘투톱’이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황찬현 감사원장은 판사, 이완수 사무총장은 검사 출신이다. 감사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감사 경험이 전무한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이 함께 일하게 된 건 23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감사원은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에 그 기능과 역할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의 최종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원장과 총장 후보의 추천을 주로 정권 실세들이 도맡아 했기 때문에 감사원이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역대 감사원은 집권 3년에 정권과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정부 주요 사업을 감사했고 여기에는 내부 출신 고위직들이 큰 방패막이를 했다는 게 정설이다. 감사원 관계자들은 “감사원 내부 출신 사무총장이 일선 직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전임 양건 원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감사원 안팎의 역류와 외풍”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한 적이 있다. 당시 감사원이 청와대와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하소연으로 해석됐다. 실제 양건 전 원장은 4대강 사업 감사 논란의 중심에 섰었고, 박근혜 정부가 감사위원으로 임명제청한 장훈 중앙대 교수 카드를 거부한 뒤 사퇴했다.

2013년 12월 황찬현 원장이 임명될 당시 청와대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때였다. 황 원장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추천을 받아 감사원장의 유력한 후보가 됐다고 감사원 안팎에서 얘기된다. 정치색이 옅고 온화한 황 원장은 감사원장이 된 뒤 IT 감사관을 신설하는 등 전산 관련 업무에 치중해왔다. 이를 두고서도 정치권에서는 황 원장이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을 애써 회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순실이 정권 초 감사원장 인선안 등 감사원 인사 자료를 미리 받아 봤다는 검찰 수사 결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김기춘 실장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반발할 수 있는 인사를 정리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적혀 있었다고 한다. 최순실이 개입한 사업에 김기춘 전 실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대목이다. 최순실 사건에 연루돼 구속수감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검찰에서 “최순실을 김기춘 실장이 소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구속 직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최순실을 모른다”고 주장했는데, 김기춘 전 실장과 최순실의 관계를 끝까지 함구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감사원은 전·현직 사무총장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있었다. 2015년 7월 현 이완수 사무총장에게 바통을 넘겨준 김영호 전 총장은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 후 감사위원으로 4개월간 재직하다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했는데, 감사원 감사위원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구설이 일었다. 지난 4월 새누리당 경선에서 낙선한 김영호 전 총장은 감사원 재직 중 정치적 행보 때문에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완수 현 사무총장과 관련해서도 인선 과정을 둘러싸고 구설이 있었다. 감사원 사무총장은 집권 하반기 국정 전반에 대한 감사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역대 청와대에서는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을 고르느라 고심한 것이 사실이다. 현 정권에서도 당초 청와대와 여권은 TK 출신 전직 감사원 관계자를 사무총장에 임명하려 했으나 황 원장이 임명제청을 반대해 물거품이 됐다는 후문이다. 황 원장은 이완수 총장이 아닌 내부 인사의 승진을 기대했었다는 뒷얘기도 나온다.

이완수 사무총장 카드를 제시한 것은 김기춘 실장과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감사원 개혁은 검찰 출신이 적임자”라며 이완수 카드를 박 대통령에게 제시했다고 한다. 이완수 사무총장은 최경환 의원과 대구고 동문이다. 두 사람은 동문 사모임인 ‘아너스클럽’ 회원이기도 했다. 이 사모임에는 소진세 롯데그룹 사장 등 12명의 정·재계 인사가 참여했다.

이명재 대통령 민정특보가 이완수 카드를 직접 대통령에게 설명한 당사자로 알려져 있다. 당초 우병우 민정수석은 삼성그룹 변호인 등으로 활동한 이력 때문에 이완수 사무총장 후보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냈다가 의견을 뒤집었다고 한다. 이 사무총장은 한때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도 거론됐으나 황교안 총리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대한 이완수 사무총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이 사무총장은) 개별적으로 기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게 감사원 대변인실의 답이었다. 이 사무총장은 국정감사에서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누가 나를 추천했는지, 인선 과정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최경환 의원 측도 이완수 총장의 인사 추천 여부에 대해 “그런 얘기를 들은 적 없으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기춘 전 실장에게도 감사원 인사 개입 여부를 묻기 위해 접촉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 집권 3년 차인 2010년 2월 김황식 감사원장(왼쪽)이 4대강 사업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photo 뉴시스
이명박 정권 집권 3년 차인 2010년 2월 김황식 감사원장(왼쪽)이 4대강 사업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photo 뉴시스

MB 때는 자원외교도 감사

감사원 고위직을 지낸 모 인사는 “현 사무총장이 정권 실세와 가깝다는 얘기는 내부에서 파다하다. 그래서 직원들이 현 정부 관련 사업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는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각 국별로 연간 감사 건수도 최소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한 후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 이명박 정권 3~4년 차에는 감사원이 어떤 모습이었을까. 당시 감사원은 정권의 핵심 사업인 4대강뿐 아니라 자원외교 사업에 대해서도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4대강 사업에 대한 1차 감사를 진행했고 2011년 이명박 집권 4년 차에는 자원외교 사업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무척 꼼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사원은 사업 설계 단계부터 관련 부처를 감사해 국토부 등의 일부 예산을 삭감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2012년 4대강 주변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는 2차 감사를 실시했고 이후 3차, 4차 감사까지 진행했다. 4대강 사업 감사는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에 감사 결과를 구두로 전달할 때만 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감사원은 “정권 코드 맞추기식 감사”라는 비판을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들어야 했다.

한진해운 청산 결정 감사해야

전직 감사원 관계자들은 “많은 논란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과거 감사원은 정권에 경각심을 불어넣는 차원에서라도 정권 역점 사업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국회에서 논란이 될수록 감사원의 존재감은 더 부각된 것도 사실”이라는 지적도 한다. 이러한 의견에 비춰 보면 박근혜 정부의 감사원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박근혜 정권에서 감사원은 일상적 감사 이외에는 이렇다 할 감사를 벌이지 않았다. 주목할 특정 감사라고 해봤자 유치원 예산을 중앙정부에서 댈지, 아니면 교육청에서 부담할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 ‘누리과정’ 정도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전직 감사원 관계자 A씨는 “감사원이 정책 판단 사항인 누리과정에 대해 감사를 한 건 적절치 않다. 정부 편들기라는 오해만 샀다. 감사원이 해야 할 감사는 눈감고, 하지 않아도 되는 감사는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 8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서도 공익감사청구를 거부하는 결정을 내려 빈축을 샀다.

전직 감사원 관계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결정에 대해서도 감사원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국내외 수출기업과 장기계약을 맺었다가 국제 해운 경기악화로 결국 청산절차를 밟게 됐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결정을 내린 주체는 해양수산부가 아니라 금융위 산하의 태스크포스(TF)팀이었다. 전직 감사원 관계자의 말이다. “세계 물동량은 예측이 어렵고 경기가 엎치락뒤치락한다. 그래서 덴마크 같은 선진국도 불경기에 국적해운사를 지원한다. 국적해운사는 물건을 실어나르는 선박업체인 동시에 전시(戰時)에 물자를 운송하는 역할까지 부여된 국가의 중요 자산이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해수부는 뒷전으로 밀렸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국적선사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향후 대책은 있는지, 금융위와 해수부가 적절한 역할을 한 것인지에 대해 감사원이 나서 감사를 해야 한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순실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법정관리가 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했지만 조 회장이 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에서 밀려나는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는 점 등에서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입학 및 학사관리 문제도 감사원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으면 충분히 제어할 수 있었다는 게 감사원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교육부는 최근 이화여대 감사를 통해 정유라에 대한 입학 취소를 결정했고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교육부 관련 내용은 언급이 없었다. 전직 감사원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감사원은 독립성을 유지해야 신뢰를 받는다. 또 전문성을 갖춰야만 부처가 감사 결과를 수용하게 된다. 현재 감사원은 이 두 가지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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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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