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버스토리
[2448호] 2017.03.13

60세 이상 1000만 시대

젊어진 60대가 표심을 좌우한다

▲ photo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신경욱씨는 올해 예순세 살이 되었다. 신씨는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 20년 가까이 살고 있다. 4년 전에 다니던 식품 공장을 정년퇴직하고 서울 송파구에 편의점을 차렸다.
   
   “요즘 아내와 둘이서 밥을 먹으면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비록 넉넉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는 겁니다.”
   
   그는 1954년 부산에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인 셈이다. 그가 태어나기 불과 6년 전 대한민국이 건국됐다. 신씨의 개인사는 대한민국의 성장사와 상당 부분 겹쳐 진행돼왔다.
   
   열아홉 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했다. 서울에서 그는 영등포의 한 공장에 취직했다. 1974년의 이야기다.
   
   “저는 어려서부터 옆집 누구 형, 건넛집 누구 누나가 서울 올라가서 돈 잘 벌어서 용돈도 보낸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어요. 저도 자연스럽게 서울에 올라가 공장에 취직해서 돈 벌어야겠다 생각했지요.”
   
   신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당시만 하더라도 대학진학률은 25%에 그쳤다. 공부를 아주 잘하거나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으면 대학 진학은 언감생심이던 시절이었다. 2015년의 대학진학률은 70.8%. 그 시절 대부분의 청년들은 고등학교를 마치면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5남매 중 대학을 간 사람은 막내 한 명뿐이었다.
   
   “먼저 공장에 취직했던 누나, 대학에 진학한 동생 셋이서 함께 살다 스물여섯 살 10월에 결혼했습니다. 직장 동료의 소개로 만난 두 살 어린 간호사였죠.” 1975년 당시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27.4세, 여자 23.3세다. 신씨와 부인 김경옥씨는 이듬해 10월에 첫 아들을 낳고 3년 뒤 딸을 낳았다.
   
   “아내가 6남매 집에서 자라 아이들 여럿 있는 일에 익숙해 한 명 더 낳을까 했는데 당시에 유명했잖아요.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저희도 동참했죠.”
   
   1970~1980년대는 흔히 격동의 시대로 불린다. 하지만 신경욱씨에게는 그저 열심히 성실히 살았던 시기로 기억된다.
   
   “일 끝나고 술 마시면서 나랏님 욕하고 시위하는 학생들 두고 옳으니 그르니 말다툼은 했습니다. 최루탄 연기도 많이 마셨지만 직접 나선 적은 거의 없네요. 딱 한 번 지나가던 시위대들 격려해준 적은 있지만 시위며 민주화며 그런 것들은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88서울올림픽·2002월드컵 직접 체험
   
   집안의 유일한 대학생인 막내는 1970년대 유신 반대 집회에 열심히 참석했다고 한다. “대학에 진학했던 동생은 선배들과 어울려 다니더니 집회도 나가고 야학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그랬습니다. 한번은 경찰서에 잡혀간 적이 있어서 제가 부모님 몰래 데리고 오기도 했어요.”
   
   그런 동생을 보면서 신씨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솔직히 제가 벌어다주는 돈으로 학교 다니면서 돈만 축내는 동생이 얄밉기도 했어요. 그러나 가끔은 신문 읽고 주변 동료들 얘기 들어보면 옳은 일 하는 것 같게도 느껴졌죠.”
   
   그가 서른네 살 되던 해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최대의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88서울올림픽이다. 중국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들이 서울올림픽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는 성실한 직장인으로 대한민국의 성공과 함께 성장했다. 1989년 해외여행자유화 조치가 발표되었다. 대한민국은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경제적으로 최절정을 구가하기 시작했다.
   
   한창 아이를 기르던 1990년대 초반 신씨는 가족과 국내 여행을 자주 다녔다. “한 달에 한 번은 아이들 데리고 지리산도 가고 설악산도 가고 그랬어요. 아이들이 중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좀 뜸해졌습니다.” 그러다 IMF외환위기를 맞았다. “처음에는 공장이 문을 닫는다고 그랬어요. 몇 달 월급 안 받고 온 가족이 허리띠 졸라맸습니다. 아이들 학원도 끊고 먹을 거 입을 거 줄여가며 산 덕분에 공장도 되살아났습니다. 못 받은 월급이야 아쉬웠지만 회사를 그만두지 않게 된 것만 해도 행운이었지요.”
   
   신씨가 마흔여덟 살 되던 해 대한민국은 2002 한·일 월드컵을 개최했다. 한국은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월드컵 4강까지 진출했다. 한국은 88서울올림픽 보다 몇 배 더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신씨는 역시 쉰네 살 중년이 된 대한민국의 성공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신씨는 지금도 외환위기를 잘 버틴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신씨는 “자기 희생을 한 덕분에 평생 직장을 얻었다”고 말한다. 신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기 희생 정신이 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제 딸만 해도 대학에 졸업해서 취업한 첫 직장을 2년 만에 그만두더군요. 그러고는 직장을 두 번 더 옮겼는데 아직도 결혼을 안 하고 정착을 못 하는 것 같아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2016년 여름 그는 아들이 큰마음 먹고 내준 돈으로 처음 미국 여행을 열흘간 다녀왔다. “3년 전에는 아내 친구들 계모임에서 모은 돈으로 중국을 다녀왔어요. 그러고 보니 2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하네요.” 통계청의 2015년 사회 조사에 따르면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60대는 38%가 넘는다.
   
   신씨의 부인 김경옥씨는 매일 집 근처 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요가 수업을 듣는다. 신씨는 친구들과 거의 매주 주말마다 가까운 아차산이나 멀리 도봉산을 등반한다. “늘 함께 등반하는 친구들과 산을 내려와서 마시는 막걸리가 요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 같습니다.” 그 친구들과 함께 이번 3월부터 악기를 배우기로 했다. “평생 기타를 연주해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지난주부터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나중에 저희들끼리 밴드 하나 만들어 보려고요.”
   
   

   여행·취미생활 즐기는 60대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을 기준으로 60세 이상 유권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정확히는 1023만5951명이다. 총 유권자 수는 20대 총선을 기준으로 4205만6325명이다. 2012년 대선 이후 새로 진입한 60대만 317만명이나 된다. 60대는 살면서 대한민국의 성장사를 직접 보고 경험한 세대다. 전쟁의 폐허에서 시작한 대한민국이 이룬 성취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체험으로 아는 세대다. 60대는 대한민국에 대해 초긍정 마인드로 무장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60대 이상 세대는 보수·우파적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1980년대의 60대와는 전혀 다른 세대다. 조정현 한국노년인권협회 회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예전에는 예순 살에 은퇴하고, 은퇴하고 나면 뒷방 늙은이로 쓸쓸하게 앉아 있다 죽는 게 당연해 보였어요. 하지만 요즘 누가 60살을 할아버지라고 하나요.” 조 회장은 “오히려 30~40대에는 열심히 일만 하다가 60대에 들어서 비로소 자기계발도 하고 공부하며 새로운 가치관을 키워나가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 매체 시니어신문 부국장을 맡고 있는 손해수씨가 그런 사람이다. 올해 예순네 살인 손씨는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며 “집, 직장, 집, 직장, 쳇바퀴 도는 삶을 살았다”고 했다. 그러나 은퇴하고 나서 손씨의 삶은 바뀌었다. “요즘 가족들이 저더러 개구리 대장이라고 불러요.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요.”
   
   주어진 일정을 충실하게 소화하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을 찾아가며 살기 시작했다. “저는 이런 삶을 의식적인 삶이라고 표현해요. 그전에는 무의식적인 삶을 살고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의식적으로 즐거운 일을 찾기 시작하면서 더 건강해지고 젊어진 기분이 들어요.”
   
   요즘 손씨가 빠져 있는 활동 중 하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그래픽이나 영상을 편집하는 일이다. “새로 배우기 시작하는 일이 어찌나 즐거운지 밤을 새울 때도 있어요.”
   
   예순다섯 살의 나이에 벤처기술경영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딴 심대석씨도 손씨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회사 다닐 때는 오로지 일밖에 모르다가 이제는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공부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쏘다녀요. 은퇴하고 나서 딴 학위만 여럿 됩니다.” 그는 요즘 아들보다 어린 CEO들과 함께 일한다. “제 아들이 묻더군요. ‘49살인 저만 해도 5살 어린 부하직원들과 대화가 안 통하는데 아버지는 그보다 더 어린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나요?’ 제가 답해줬어요. 대화하기를 즐기면 된다고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3월 3일 유권자 의식조사를 할 때 60대와 70대를 구분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시사점이 많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업체에도 60대와 70대의 여론을 별도로 조사할 것을 권유했다. 60세 이상 유권자가 늘어나는 데다가 60대와 70대 사이에서도 세대 차이가 존재한다는 판단에서다.
   
   밖에서는 흔히 60대 유권자를 답이 정해져 있는 유권자로 보지만 60대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변화의 폭이 적은 것은 20~30대 등 젊은 세대들이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나 투표 결과를 보면 20~30대는 일관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보여왔다.
   
   60대의 유연함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한 SNS 이용량 덕분이기도 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60대의 72%가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이용하고 28.4%가 블로그나 카카오스토리 같은 SNS를 개설해 쓴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60대가 SNS와 같은 IT 기기에 익숙해지고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정보의 다양성은 자연히 유연한 정치적 선택을 이끈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60대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60대 유권자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는 지난 대선 결과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금 60대가 40대였던 1997년 15대 대선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1.6%포인트 차로 꺾고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진 데는 DJP 단일화가 큰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15대 대선을 분석해 ‘민주화 이후 한국의 선거정치’라는 논문을 썼던 정진민 명지대 교수의 설명이다.
   
   “제15대 대선의 여야 정권교체가 신세대 유권자들의 증가로 인한 세대교체가 가져온 결과라기보다는 보수 성향이 강한 전전(戰前)세대들의 지지정당 변화가 낳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즉 DJP 연대 등 야당보수화 전략이 제15대 대선에서 전전세대의 지지를 끌어모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정 교수가 말하는 신세대는 1962년 이후 출생한 세대로 지금의 50대다. 전전세대는 1950년 이전에 태어난 세대로 지금의 60대 후반에 해당한다. 지금의 60대 유권자들이 당시의 정권교체를 이끌었다는 말이다. 흔히 20~30대 젊은층의 지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만 가지고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허석재 목포대 지방자치연구소 교수는 1992년 14대 대선부터 2012년 18대 대선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친 세대 요인에 대해 연구했다. 허석재 교수의 자료를 들여다보자. 흔히 젊은 세대가 진보 후보를 찍고, 기성 세대가 보수 후보를 찍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지난 대선 지지율을 연령별로 나눠놓은 표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60대가 지지하면 승리한다?
   
   1997년 대선은 김대중·이회창 후보 외에도 이인제 후보가 나서 3자 대결로 치러졌다. 이 중 보수 후보로 분류된 이회창·이인제 후보를 지지한 40대(지금의 60대)는 45~51%, 겨우 절반 수준이다.
   
   2007년 17대 대선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50대에서 보수 후보에 대한 지지는 65~81%에 달한다. 이들이 지금의 60대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양자대결로 펼쳐진 2012년 18대 대선에도 보수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75%에 달했다. 그리고 17대, 18대 대선 모두 보수 후보가 무난히 당선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지금의 60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걸 연령효과(aging effect)라고 한다. 한 사람이 나이가 들며 점점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 60대가 선거를 거치면서 보수 후보에 더 많은 지지를 보였다고 해서 ‘보수화되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만약 60대의 연령효과, 즉 보수화 성향을 확정해놓고 나면 더 이상 60대 유권자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어차피 보수의 고정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요즘 정치권에서 60대를 대하는 태도가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60대가 늘어났다고 해서 반드시 60대가 보수화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허석재 교수는 “60대가 보수 후보를 많이 지지한 데는 기간효과(period effect)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간효과란 세대의 성향이나 나이듦과는 관계없이 선거 시점의 이슈, 당시의 사회 분위기, 후보 변수에 선거 전략까지 다양한 외부 요인이 영향을 받아 투표 행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를 지지한 40대(지금의 60대)가 많았던 것은 당시 DJP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보수층 유권자들이 김대중 후보 진영으로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17대 대선에서 보수 후보에 대해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것은 이 선거가 지난 10년간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는 이슈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단지 60대가 보수화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지난 대선에서 지금의 60대가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누가 승리하느냐의 결과로 이어졌다.
   
   
   60대 표심은 안갯속
   
▲ 지난 2월 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 참가한 여성들. photo 이태경 조선일보 기자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60대는 어떤 선택을 할까. 62세 김점태씨는 전형적인 TK 사람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다. 상당수의 김씨 연령대 TK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민주화 운동’이라고 인정하는 데에는 소극적이다. 박정희에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전두환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깡패들을 일거에 없애고 삼청교육대를 설치하고 사회 기강을 잡은 것은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도 긍정적입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를 찍었다. “사실 박근혜에 대한 개인적 호감은 적은 편이었습니다. 이쪽 지역에서도 나이 좀 있는 아주머니들이야 박근혜 대통령을 동정하고 육영수 여사의 향수에 젖는 사람이 많지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어요.” 다만 ‘문재인은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보수 후보라서가 아니라 문재인 후보에 대한 반감 때문에 박근혜를 찍었습니다. 저는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번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단히 실망했고 다시는 옹호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부인 박영미씨와 함께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경선 선거인단에 등록했다. “처음에는 요즘 나오는 말로 ‘역선택’을 하려고 선거인단에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안희정 후보에게 호감이 가더군요.” 만약 문재인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두 사람의 대답이 엇갈렸다. “저는 그래도 무조건 문재인은 안 된다는 뜻으로 황교안이든 홍준표든 유승민이든 보수 후보를 찍을 것 같아요.” 박씨의 말이다. 남편 김씨는 좀 다르다. “저는 기권할 것 같습니다. 유승민 후보가 나온다면 고민해 보겠지만…”
   
   자유한국당에서는 탄핵정국과 관련 정치적 의사를 드러내지 않는 주로 60대 이상의 ‘샤이 보수’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샤이 보수들은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비로소 표면에 등장해 보수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샤이 보수’라는 개념을 처음 설명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대표적인 샤이 보수론(論)자다. 이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다는 응답자가 실제 결과보다 10~15% 적게 나온다”며 “심리적으로 위축된 보수층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샤이 보수, 태극기집회 양상 바꾸다
   
   탄핵정국 당시 매주 서울 광화문과 서울광장에서 열렸던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에 참가하는 60대들이 그렇다. 점차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해진 60대가 초반의 위축에서 벗어나 상황을 주도했다. 60대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가 태극기집회의 양상을 크게 바꿔놓았다.
   
   조정현 한국노년인권협회 회장은 “60대가 바른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단순히 세대 갈등으로만 표현하기도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요즘 60대는 TV와 신문에서 읊어주는 것만 듣고 믿는 세대가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틀린 것을 바로잡을 줄 아는 세대입니다. 그 세대가 밖으로 나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겁니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60대의 마음은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다. 3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서 60대 이상의 정당 지지율은 자유한국당 28%, 더불어민주당 21%, 국민의당 11%, 바른정당 7%로 다양하게 나뉘어 있다. 대선 후보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19%로 가장 높지만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15%,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5%, 안철수 의원도 11%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에 쏠림현상이 있는 젊은 세대보다 더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60대의 표심은 더욱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 번 더 지난 대선 결과를 살펴보자. 지금의 60대의 표심에 따라 승자가 가려졌다. 2002년 11월 여론조사업체 미디어리서치의 조사를 보면 50대의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26.6%에 그쳤다. 그러나 실제 출구조사에서는 노 후보에 대한 당시 50대(현재 60대)의 지지율은 40.1%에 달했다. 압도적으로 이명박·박근혜 후보에게 몰표를 준 17·18대 대선은 말할 것도 없다.
   
   마지막에 누가 60대의 표심을 얻느냐가 이번 대선의 승자를 가늠하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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