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버스토리
[2455호] 2017.05.01

샤이 보수가 오픈 보수로?

TK 중심 보수표 응집 뚜렷

정장열  부장대우 jrchung@chosun.com 

▲ 지난 4월 26일 저녁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유세에 몰린 시민들. photo 연합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사는 정모(72)씨는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으며 한동안 정치적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다. 전직 공무원으로서 평생 ‘보수주의자’를 자처해온 그는 자신에게 보수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권좌에서 쫓겨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이후 친구들과의 술자리 등에서 정치적 화제는 아예 기피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는 탄핵반대 태극기집회에도 참가하지 않았으며 이번 조기 대선에서도 기권을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대선이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대선에서 내가 찍은 사람이 대통령이 안 되더라도 보수표가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래야 좌파 대통령이 함부로 못할 것 아닌가. 누가 진정한 우파 후보인지 좀더 지켜보고 투표장에 갈 생각이다.”
   
   대구 수성구 주민인 강현령(63)씨는 최근 지지 후보를 안철수에서 홍준표로 바꿨다. 역시 보수 유권자임을 자처하는 그는 안보관이 불안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걸 막기 위해 당초 ‘될 사람 밀어주자’는 심정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지만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몇 번 TV토론회를 지켜보고 북한 인권결의안 논란 등 안보 이슈를 겪으면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안철수 후보는 정치신인 같은 데다가 안보 이슈에서 자꾸 입장을 바꿔 뭐가 진짜인지 모르겠다. 박지원 등 호남 정치인들한테 업혀 있는 것 같은 인상도 싫고. 주변에도 안철수에서 홍준표로 지지후보를 바꾼 사람들이 꽤 된다.”
   
   5·9 대선 정국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보수표 응집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도 후보로 쏠렸던 보수 유권자들이 오른쪽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투표에 의욕을 잃었던 보수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가 한 표를 던지겠다는 의지를 키우고 있다. 보수표 응집 현상은 보수의 핵심이라는 대구경북(TK)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8~20일 전국 성인 1040명 대상, 신뢰수준 95%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TK 지지율은 일주일 사이 8%에서 26%로 치솟았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TK 지지율은 48%에서 23%로 25%포인트나 급락했다. 지난 4월 26일, TBC가 여론조사기관 폴스미스에 의뢰해 4월 23~24일 이틀간 대구경북 성인 11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홍준표 후보가 31.8%의 지지율로 안철수 후보(24.9%),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22.8%)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중도에서 오른쪽으로
   
   이런 현상에 대해 자유한국당 선거대책위원회 염동열 전략기획본부장은 “TV토론회와 선거운동을 통해 보수 유권자들이 결국 안 후보가 ‘가짜 보수’라는 걸 알게 됐고 그 결과 흩어졌던 보수표가 다시 우리 쪽으로 집결 중”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선대위 송영길 총괄본부장도 지난 4월 2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히려 토론을 하면 할수록 유승민과 홍준표 후보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가 가라앉아서 잘못하면 (안철수 후보가) 3등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TV토론을 진행할수록 보수(우)와 진보(좌)의 전선이 명확하게 갈리면서 중도 후보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25일 jtbc와 한국정치학회 주최 TV토론회에는 기존의 안보 이슈 외에 보수 진보의 입장을 명확하게 갈라온 동성애 이슈도 등장했다. 특히 주한미군이 지난 4월 26일 경북 성주에 사드(THAAD)를 전격 배치함으로써 안보 문제를 둘러싼 보수·진보 간 이념 대결 양상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보수표 응집과 함께 기존의 2강3약 구도도 1강1중3약 구도로 급속히 바뀌는 양상이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전국 성인 1520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서 문재인 후보는 44.4%를 기록, 안철수 후보(22.8%)를 21.6%포인트 앞섰다.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거의 두 배 정도로 벌어졌다. 다음으로 홍준표 후보 13.0%, 정의당 심상정 후보 7.5%,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5.4% 순으로 뒤를 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보수표가 응집하면서 기존의 문재인·안철수 2강 구도에서 실종됐던 단일화 논의도 다시 불붙고 있다. 일단 안철수 후보를 제외한 보수 후보들 간의 단일화 논의는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홍준표 후보 측은 지난 4월 25일 “바른정당 유승민, 새누리당 조원진, 통일한국당 남재준 후보에게 ‘단일화 토론’을 하자는 제안이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수 대통합 차원에서 단일화를 위한 TV토론회를 조속히 하자”고 말했다. 바른정당 내부에서도 김무성계를 중심으로 유승민 후보를 향한 단일화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유승민 후보는 “완주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홍준표 후보 입장에서는 유승민 후보가 끝내 단일화에 응하지 않더라도 남재준·조원진 후보와의 단일화만으로도 ‘보수 단일후보’라는 기치를 내걸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자신에게 기댔던 보수표가 빠져나가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단일화 논의를 수용하는 순간 자신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자강론’ ‘국민에 의한 단일화’를 스스로 부정하는 격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한국당·바른정당과의 단일화 논의에 얽히는 것만으로도 호남을 비롯한 핵심 지지층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단일화를 외면하면 보수층의 이탈은 점점 가속화할 전망이다. 딜레마이자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는 셈이다.
   
   
▲ 지난 4월 25일 열린 jtbc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 photo 연합

   4-2-4 이념 지형 재현되나
   
   보수의 응집이 몰고온 이 같은 대선 지형 변화는 간과하기 힘든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역대 대선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이념 지형이 이번 대선에서도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이념 지형이 보수 4, 중도 2, 진보 4의 비율로 나눠져 있다고 본다. 물론 약간 다른 견해들도 존재한다. 예컨대 보수·진보· 중도 비율이 각각 30%로 나뉘어 있으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나머지 10%가 이념 지형을 좌우한다는 견해도 있고, 각각 30%를 차지하는 진보와 중도보다 보수가 늘 10% 정도 더 많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우리의 이념 지형이라는 견해도 있다. 어찌됐든 상당수 전문가들은 역대 대선 결과만 보면 4-2-4 이념 지형이 비교적 충실하게 반복되었다고 본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의 말이다. “역대 대선에서 중도로 분류되는 후보가 반드시 있었고 4-2-4 구도에서 중도표가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런 구도는 적용될 것으로 본다.” 2012년 대선을 예로 들면 안철수에 쏠려 있던 20%의 중도표가 막판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 이후 박근혜·문재인에게 12 대 8로 갈리면서 결국 박근혜 후보가 3%포인트 차로 이기게 됐다는 것이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도 역대 대선 결과가 4-2-4의 이념 지형으로 나뉘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항상 보수와 진보, 지역적으로는 영남과 호남 양쪽을 다 거부하는 제3의 중도 후보가 있었는데 이 제3 후보의 득표율이 20% 정도였다. 예컨대 1992년 14대 대선에서는 제3 후보라 할 수 있는 정주영·박찬종 후보가 각각 16.3%, 6.4%를 받았고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역시 제3 후보인 이인제 후보가 19.2%의 득표율을 올렸다. 이러한 제3 후보 양쪽으로 보수와 진보 후보가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4-2-4 구도는 어느 정도 유효했다.” 전체적인 표심이 정치·사회적 환경에 따라 보수와 진보 한쪽으로 더 치우칠 수는 있지만 항상 20% 정도의 중도표를 기준으로 하면 양쪽으로 40%의 보수와 진보 성향 표가 갈려 있는 구도는 일정하게 되풀이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4-2-4 구도가 이번에도 유효하다는 전제를 하면 지금의 여론조사가 전체 표심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과 우려가 가능해진다. 지금처럼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상황에서는 이른바 ‘샤이 보수’가 의외로 많이 존재할 수 있고, 이것이 전체 표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영작 교수는 이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대선은 지난 1987년 대선과 가장 비슷하다. 당시는 6·29선언이라는 대의명분 때문에 보수 유권자들이 숨을 죽였고 이번에는 대통령 탄핵 때문에 보수층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한동안 자신이 보수라는 것을 당당하게 얘기하지 못할 상황이 전개됐었다. 1987년 대선에서는 김영삼·김대중 후보를 지지한다며 100만의 인파가 광장에 운집하는 걸 보면서 누구도 노태우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결국 ‘침묵의 다수’가 투표장에 나오면서 결국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전문가들은 샤이 보수의 존재가 지난 4·12 재보선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주장도 편다. 기존 여론조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보수층이 투표에 나서면서 자유한국당이 후보를 공천한 23곳 중 12곳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홍준표 후보도 재보선 개표 결과가 나온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론조사와 달리 TK 지역에서 한국당에 대한 지지가 완전히 회복됐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접적지(接敵地)인 포천시장 선거 승리는 우리 당이 국민들에게 최고의 안보정당이란 점을 확인시켜 주는 쾌거”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포천시장 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 김종천 후보가 33.9%의 득표율로 무소속 박윤국(24.2%), 더불어민주당 최호열(23.7%) 후보를 비교적 여유 있게 눌렀는데, 이번 포천시장 선거 결과를 보면 그간 지적된 보수당의 추락에도 불구하고 안보 문제에 민감한 보수 표심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이때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0%에 불과했다.
   
   여론조사에 잘 잡히지 않는 샤이 보수층이 과연 얼마나 존재하느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만 최근의 여론조사 응답자 중 진보층이 보수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한국갤럽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한국갤럽조사에 응한 사람 중 스스로를 진보라고 밝힌 경우는 전체의 35%였다. 보수(24%)나 중도(29%), 무응답(12%)보다 많은 숫자였다. 이는 작년 4월 총선 전 3달간 조사에서 나온 결과와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당시 3달간 조사에 응한 사람들이 스스로 밝힌 이념 성향은 지금과 달리 보수가 31%로 가장 많았고 중도 30%, 진보 23%, 무응답 16% 순이었다. 이런 이념 분포는 야당이 압승한 총선과 최순실 사태를 거치면서 진보 우위로 서서히 바뀌었다. 총선 후인 작년 4~10월간의 조사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각각 29%와 25%로 격차가 줄어들더니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이후인 작년 11월에는 스스로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30%)가 보수 응답자(25%)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대세 편승 밴드왜건 효과
   
   이념 성향 조사에서 대세에 편승하려는 밴드왜건 효과는 이명박 정권에 이어 두 번째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권까지 탄생시킨 2013년 초와 비교하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2013년 1월 28~29일 경향신문이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37.5%가 ‘보수’라고 답했다. 반면 ‘진보’는 21.2%에 불과했고 ‘중도’가 36.0%를 차지했다. 당시 경향신문은 현대리서치연구소와 진행했던 2012년 신년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보수는 28.8%에서 8.7%포인트 늘었고 진보는 28.0%에서 6.8%포인트 줄어들었다며 “중도를 가운데 놓고 오른쪽 왼쪽이 균형을 이뤘던 한국 사회의 이념적 지형이 이제 오른쪽으로 기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불과 4년 전의 얘기지만 지금의 상황과는 정반대의 평가가 나온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라 보수와 진보층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유권자의 이념 성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지적도 한다. 현재의 이념 성향 조사의 한계에 대해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한규섭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념 지도에서 자기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스스로 정하는 ‘셀프 플레이스먼트(self placement)’ 방식에서는 대답이 왜곡될 수 있다. 예컨대 젊은층은 통상 진보가 멋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구체적인 가치와 정책으로 파고들면 보수 성향인데도 진보라고 대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 한규섭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폴랩(pollab) 연구팀이 최근 문화일보 의뢰로 실시한 유권자 정책 성향 조사에 따르면, 20대는 7.2%만 자신이 ‘보수’라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경제정책 분야를 물어보자 60대와 비슷할 정도로 보수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보수냐 진보냐 중도냐고 물어보지 않고 선호하는 정책이나 가치를 물어보면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보에서는 보수적, 경제에서는 진보적 경향을 띤다”고 설명했다. 안보 문제는 8 대 2로 보수 성향이 압도적인 반면, 거꾸로 경제 문제는 8 대 2로 진보 성향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드 배치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고 물어보면 항상 찬성이 높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류재성 계명대 교수도 작년 4월 발표한 ‘집단 간 갈등 인지 결정요인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스스로를 ‘보수’ 또는 ‘진보’라고 확신하는 유권자들에게 구체적인 정책을 물어보면 반드시 보수·진보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다면서 “북한 및 안보 관련 정책에서는 보수 입장이 진보 입장보다 다수였고, 경제 정책에서는 진보 입장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권리 보장에서는 중도 입장이, 자유권 등 기본권 문제에서는 진보 또는 자유주의적 입장이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샤이 보수 15%의 향방
   
   일부 전문가들은 샤이 보수가 전체 유권자의 15%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찍은 유권자가 전체의 51.6%였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고 답하는 사람이 35%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차이만큼이 잘 드러나지 않는 샤이 보수라는 것이다. 이 수치는 지난해 12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과도 비슷한 규모다. 이 샤이 보수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고학력, TK, 60대 이상에 많이 잠재해 있는데 ‘지지후보 없음’ ‘모름’ ‘무응답’의 형태로 분포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보수 진영 이론가들은 이러한 샤이 보수가 ‘오픈 보수’로 이동하면서 4-2-4 이념 구도가 복원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영작 교수에 따르면, 이 전통적인 보수층 40%를 홍준표 후보가 복원해낼 수 있느냐가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확장성이 떨어지는 데다 기존 진보층 40%도 안철수·심상정 후보가 잠식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표만 복원되더라도 승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후보 역시 지난 4월 26일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똑같은 논리를 폈다. 그는 문재인·안철수·심상정 후보를 합해 좌파 3 대 우파 1로 붙는데 “그 구도에서 못 이기면 한국의 우파 집단들은 사실상 자멸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때 지지율 80%만 복원하면 이번 선거는 이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오히려 필요 없다는 주장도 폈다. “(문재인·안철수·홍준표) 삼자구도에서 어차피 호남·수도권에서 두 사람은 양분하고 있다. 그래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안 후보가 호남에서 선전해주길 바란다. 삼자구도로 선거를 해야 한다. 심상정 후보가 요즘 선전을 하지만 우리에게 올 표도 아니다.” 홍 후보는 “구도를 보고 지금 선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종국에 가서는 보수우파 집단들이 안 후보를 선택 못 한다”며 “오히려 안 후보와 단일화하면 문재인 후보에게 진다”고도 했다.
   
   보수 진영과 홍준표 후보의 이런 주장은 이번 대선 초반만 하더라도 현실과는 한참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재명·안희정 후보가 활약하던 더불어민주당 경선 때만 해도 보수가 궤멸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두 보수 정당의 지지율 합이 20%대 밑으로 떨어진 데다 보수 진영에서 이렇다할 후보가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는 보수의 몰락이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모든 선거가 그러하듯이 이번 선거도 끝까지 지켜봐야 할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보수의 귀환이 실제 승패를 좌우할 변수인지, 한낱 신기루에 그칠지 확인할 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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