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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5호] 2018.02.12

디지털 게릴라들, 미디어 생태계를 흔들다

▲ 미디어 스타트업 육성기업 메디아티 강정수 대표(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와 메디아티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팀원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것은 근의 공식처럼 정해진 것이 아니야.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비교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 진보와 보수의 상대성이라고 하는 거야. 완전 쉽게 설명해줄게. 반팔이 진보고 긴팔이 보수야. 그런데 민소매가 나타났어. 그럼 민소매 입장에서 진보는 뭐야? 보수가 되겠지. 좀 더 간지 나게 설명하면 중도보수. 그럼 반팔이 좋은 옷이야? 긴팔이 좋은 옷이야? 그런 게 어딨어. 계절이 계속 바뀌는데.”
   
   10대에게 뉴스 읽어주는 미디어 스타트업 ‘쥐픽쳐스’(국범근 대표)의 ‘이슈먹방’에 올라온 영상이다. 제목은 ‘이것만 보면 좌파 우파 진보 보수 완전 이해됨’.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조회수 24만을 기록했다. ‘어린어른 연착륙 플랫폼’을 내건 쥐픽쳐스의 유튜브 구독자는 2월 6일 현재 14만2277명, 페이스북 팔로어는 18만2397명이다.
   
   지난해 12월 28일자 한 경제일간지에 이런 기사가 떴다. 제목은 ‘27일 신문 1면 사진에 뜬, 문 대통령 옆 노랑머리 그녀의 비밀’. 12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첫 간담회 사진을 두고 한 이야기였다. 정장 차림 위원들 사이에서 유독 눈길을 끈 ‘그녀’는 조소담(28) 닷페이스 대표. 닷페이스(.Face)는 영상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스타트업 기업이다. 20대부터 30대 초반이 주요 독자층으로 페이스북 팔로어는 12만명이 넘고, 유튜브 구독자는 5만명에 육박한다. 최근 3편까지 올린 ‘타이마사지 성매매’ 기획 시리즈는 유튜브 조회수 46만회를 넘었다. 조소담 대표는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아시아의 여성 리더’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스타트업이 미디어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전통 미디어들이 육중한 몸을 이끌고 독자 노화와 전통적인 수익모델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미디어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통 미디어의 뉴스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관련 인터넷 매체와는 또 다르다. 이들은 새로운 언어, 새로운 문법으로 전통 미디어가 커버하지 못하는 틈을 파고들고 있다. 전통 미디어가 불특정 대중을 겨냥한 매스미디어인 반면 미디어 스타트업은 특정 분야에 집중한 ‘버티컬 미디어’를 지향한다. 소수정예 가벼운 몸집으로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넘나든다. 굳이 자신들의 홈페이지 구축을 서두르지 않는다. SNS로 접근하는 것이 진입장벽이 낮고 타깃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오디오·영상 콘텐츠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밀레니얼 세대에 의한
   
   새로운 생태계를 주도하는 이들은 밀레니얼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이다. 이들의 타깃은 확실하다. ‘십말이초(10대 후반 20대 초반)’를 내세운 쥐픽쳐스, 20대가 20대를 말하는 미디어 ‘미스핏츠(MISFITS)’, 밀레니얼을 위한 주문형 뉴스 플랫폼 디퍼(Deepr)처럼 구체적이다. 뉴스퀘어는 10~20대를 타깃으로 에디터가 직접 시사뉴스를 요약해준다. ‘과학도 즐거울 수 있다’고 외치는 공학미디어 ‘긱블(GEEKBLE)’처럼 특정 분야로의 세분화도 큰 흐름이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희철리즘(Heechulism)’은 ‘다름’을 이야기한다. ‘문신한 사람들’ ‘한국에 사는 백인들’ ‘한국 게이들’ 영상은 조회수가 100만을 훌쩍 넘는다. 저널리즘을 기반으로 하지만 짧고 가벼운 ‘스낵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리뷰 미디어도 있다.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에서는 저널리즘의 경계도 애매모호하다. 블로거와 다른 점은 주제의식이 확실하다.
   
   밀레니얼 세대가 나선 이유는 자신들이 필요한 뉴스를 직접 생산하겠다는 것. 이들은 전통 미디어에서 자신들을 위한 뉴스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쉬운 뉴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시각으로 만든 뉴스가 없다는 것이다. ‘미스핏츠’는 홈페이지에 자신들의 설립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라는 존재가 신통방통하고 오묘한 존재인 줄은 나이를 먹어가며 알게 됐습니다만, 그 미디어가 나를 대표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 정부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소위) 언론사가 3000여개라는데 그중에서 그 누구도 내가 느끼는 내 세대의 이야기를 해주지는 않았던 거죠.”
   
   미디어 스타트업을 키우는 미디어 전문 엑셀러레이터도 등장했다. 새로운 생태계 조성으로 미디어판을 바꾸겠다고 나선 메디아티(mediat)다. 메디아티는 라틴어계열의 메디아(media)와 티(ti)의 합성어로 미디어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가 투자를 했다. 메디아티의 대표는 디지털 미디어업계의 구루로 통하는 강정수(47) 박사이다. 독일에서 경제학으로 석사를 하고 ‘온라인 뉴스의 가격’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다. 국내에 들어와 대학 강의와 미디어 컨설턴트를 하다 메디아티의 대표를 맡게 됐다. 구글 뉴스랩 팔로십도 맡고 있다.
   
   메디아티는 2016년 9월부터 시작해 지난해까지 1기 스타트업 9개 팀을 키웠다. 선정기준은 엔터테인먼트보다 저널리즘의 정신에 충실한 콘텐츠들이다.
   
   1호 투자사인 닷페이스를 시작으로 쥐픽쳐스, 긱블 등이다. 올 2월 중 2개 팀을 추가하고, 연내 10~12개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디아티의 투자사로 선정되면 1차적으로 4000만~6000만원을 지원하고 최대 6개월 사무실을 제공한다. 자금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교육 프로그램부터 법인 설립, 수익모델까지 멘토링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해준다. 1차 투자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팀은 추가투자를 한다. 지난해 네이버 20억원, 메디아티 10억원으로 투자조합 ‘소란 1호’를 만들었다. 공학 미디어 긱블의 경우 2차 투자자금 8억원을 유치했다. ‘소란 2호’ ‘소란 3호’도 만들 계획이다.
   
   

   미디어 전문 엑셀러레이터가 뛴다
   
   지난 2월 2일 서울 대학로 옛 샘터 사옥인 공공그라운드 건물로 최근 보금자리를 옮긴 메디아티를 찾았다. 사무실에는 메디아티가 키우는 스타트업들이 포진해 있었다. 책상마다 자료들이 쌓여 있고 칠판마다 스케줄과 아이디어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정신없어 보이지만 회의실 사용 등 운영 규칙이 디지털로 공유되고 있었다.
   
   “보그가 성공한 것은 수잔 손탁이라는 칼럼니스트를 데려오고 시대흐름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핵심 콘텐츠를 뜨개질, 쿠킹에서 성생활, 취업, 이혼으로 이동시켰다. 그런 흐름을 선도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미디어의 출현이 필요하다.”
   
   “전통 미디어와 같은 시장이 아니다. 새로운 세대 환경,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전통 미디어가 커버하지 못하는 공백을 찾는 것이다. 시장분석을 하고 지금 세대에 맞는 톤을 찾아내는 것이 메디아티이다. 공백을 채울 수많은 버티컬 미디어가 탄생할 것이다. 그들끼리 묶이든 기존 미디어와 묶이든 합종연횡이 일어나고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새로운 미디어의 실험은 기존 언론에도 자극제가 될 것이다.”
   
   “전통 미디어는 물론 포털도 노화됐다. 네이버 블로그를 봐라. 고급 접시에 치즈조각 잘라 놓고 와인 마시는 사진을 올려놓는다. 고시원에서 맥주 한 캔이 아쉬운 세대에게 필요한 콘텐츠가 아니다.”
   
   “전통 미디어들은 트래픽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키면서 디지털 세대와 호흡할 수 있는 새로운 필터를 고민해야 한다.”
   
   강 대표는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조목조목 기자도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었다. 미디어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과제는 수익모델이다. 미디어는 제조업이나 IT 스타트업처럼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이다. 미디어로서 영향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1년은 필요하다. 강 대표의 고민도 이 지점에 머물러 있다. 투자기업 모두 성공으로 이끌고 싶다. 최악의 경우는 ‘열정페이’로 버티는 상황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이 뒷받침될 때 미디어의 혁신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메디아티도 미디어 스타트업도 그 답을 찾기 위해 뛰고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 일간지 ‘폴리티코’의 창업자인 짐 밴더하이. 그가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AXIOS)를 창간하면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 새로운 혁명이 시작돼야 할 시점이다”라고 주장하며 한 말이 있다. “트래픽의 노예가 된 채 보편적 관심과 특정되지 않는 대중을 상대로 한 미디어는 사라질 것이다. 기자들은 자신들이 쓰고 싶은 글쓰기를 멈추고 독자들이 읽고 싶은 글쓰기를 해야 한다.” 액시오스는 1년도 안 돼 사이트 방문자가 월 600만명을 넘어섰다.
   
   “혁신은 문제를 기반으로 시장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대안 고민을 내세운 미디어 스타트업 ALT(알트) 김태용 대표의 말이다.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디지털 게릴라들이 전통 미디어 공채가 아닌 미디어 스타트업에 몰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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