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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7호] 2018.05.14

‘북한인권 대모’ 수잔 숄티 미국 북한자유연합 대표

“북한 인민 목숨 두고 모험해선 안 된다”

배용진  기자 

photo 조현호 영상미디어 기자
6월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회담의 의제가 될 수 있을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이렇다 할 언급이 없었던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과 달리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북한인권법이 국회에서 10년 이상 계류되다 2016년에야 공포된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은 2004년 이미 발효됐다. 인권은 ‘체제 보장’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다.
   
   수잔 숄티(Suzanne Scholte·60) 미국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북한 인권 분야의 대모’로 통한다. 1997년 탈북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미국 방문을 성사시키고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갇혔던 탈북자들이 미국 의회에서 정치범수용소의 참상을 증언하도록 도우면서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90년대부터 남북관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온 그는 워싱턴 싱크탱크의 여러 인사들과도 폭넓게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북한자유주간’ 행사 때면 한국을 찾는 그는 지난 4월 말 한국에 들어왔다. 그가 미·북 정상회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직접 듣기 위해 지난 5월 4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숄티 대표와 마주 앉자 푸른색 재킷 왼쪽 옷깃에 붙은 파란 리본이 눈에 띄었다. 리본이 무엇을 상징하냐고 묻자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등 북한 정권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탈북민 출신 이애란 박사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한다. 숄티 대표는 이애란 박사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우연히 웜비어를 만났었다고 한다. 당시 “평양에 간다”는 대학생을 보고 “거길 왜 가냐”고 묻곤 잊었는데 나중에 그의 북한 억류 소식을 알리는 뉴스에서 그의 사진을 보고 한동안 멍해졌다고 했다. 숄티 대표는 2014년 세월호 사건 직후 열린 북한자유주간 행사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노란 리본을 달았고, 천안함 피격으로 인해 장병 46명이 전사했을 때는 검은색 추모 리본을 달았다고 한다.
   
   
   -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나.
   
   “완전히 거짓(completely false)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완전히 같은 시나리오하에 움직이고 있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행군과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탈북 사태로 김정일 정권이 엄청난 압박 상황에 처했을 때와 완전히 동일하다. 당시 김정일 정권은 정권 붕괴 위기를 한국과의 타협으로 극복했다. 마치 선한 의지가 있는 것처럼 조작해 한국 정부가 소위 ‘햇볕정책’을 구사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독재자가 새 삶을 얻었다. 마찬가지로 현재 김정은의 행동 역시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취하는 행동일 뿐이라고 본다.”
   
   
   -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한국민 80%가 긍정적으로 답했고 대통령 지지율도 높아졌다.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과 다를 것이라고 보는 기대가 많은데.
   
   “나는 앞선 회담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적어도 북한 인권 분야에서만큼은 김정은이 그의 아버지보다 나을 것이라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만약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과 다르다면 어떤 형태로든 정치범들 일부를, 혹은 한국인이나 미국인 포로들과 납북자들을 석방했어야 한다. 그가 정말 평화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나. 북한 인민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연이 부여한 단 하나의 인권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얻은 극도의 행복(euphoria)에 취하기 전에 냉정히 생각해 보자. 성취한 게 뭐가 있는가. 북한 인민들에게 나아진 것이 무엇이 있나. 고문당하고 수용소에 보내진 이들에게 실제로 뭐가 바뀌었는가. 정치범 수용소는? 교화소는? 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북한 인권에 관해 어떤 조치도 요구하지 않는가.”
   
   
   - 한국민들이 김정은에게 속고 있다는 이야긴가. “
   
   그렇다. 이번 회담을 보고 기뻐하는 이들은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역사를 돌아봐라. 북한 인민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라. 김정은이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라는 사실을 전 세계가 알고 있는데, 한국만 김정은이 협상 가능한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보거나 그렇게 보고 싶어한다. 김정은은 이런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공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공작에 말려들고 있는 것 같다.”
   
   
   - 대북전단을 북한에 날려보내는 데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상당하다.
   
   “전단과 라디오 방송, 대북 스피커는 효과가 명백히 입증되어 있다. 첫째, 탈북민들의 증언과 경험이 가장 정확한 증거다. 이 일을 하는 탈북민 본인들이 직접 북한에서 전단을 보거나 방송을 듣고 탈북한 이들이다. 또 전부터 한국과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직접 해온 일이라는 점이 이 일의 효과성을 증명한다. 또 하나 다른 증거로는, 김정은의 암살리스트 중 가장 상위에 있는 사람들이 박상학, 김성민 등 대북전단을 날리거나 라디오방송을 하는 이들이라는 사실이다. 이것만 봐도 대북전단이 얼마나 북한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김정은 정권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지가 증명되는데 이걸 왜 막는지 모르겠다.”
   
   
   - 북한 정권이 대북전단이나 스피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 우리 입장에서는 이걸 협상카드로 쓸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은 ‘끔찍하다(terrible)’고 생각한다. 인권은 너무나 중요하다. 고통받는 북한 인민들의 인권을 생각해야 한다. 김정은이 명백한 인권침해 행위를 매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당신이 만약 김정은 체제하에 있다면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온가족이 몰살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지지 않았음에 감사해야 한다. 북한 인민들은 오늘도 이런 상황을 겪고 있다. 이들의 인권이 다른 의제에 밀려서는 안 된다.”
   
   
   - 이번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올해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정말 아이러니(irony)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일이라고 본다. 우린 2월에 이미 북한자유주간 날짜를 정했다. 물론 4월에 정상회담이 열릴 것을 전혀 몰랐을 때다. 지난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청와대가 우리에게 북한자유주간을 끝내면서 대북전단을 보내는 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남북 간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한다고 합의문에 나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정부가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까지 막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내일 전단 날리러 가는데, 그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봐야겠다.”
   
   인터뷰 다음 날인 5월 5일, 숄티 대표와 북한 인권 단체들은 대북전단을 띄워 보내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 통일전망대를 찾았지만 300명 정도의 경찰 병력에 막혀 전단을 날리는 데는 실패했다. “행사장에서 전단 살포 반대 집회를 여는 다른 민간 단체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북한 인권 단체들은 이날 미리 준비한 성명만 읽고 파주를 떠났다. 이날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이미 경찰의 제지를 예상하고 3일 새벽 1시쯤 경기도 김포 모 지역에서 전단 15만장을 살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워싱턴에서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미국에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서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이견이 없다. 얼마 전 하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서 북한 인권 문제가 다가올 정상회담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북한인권법은 2004년 제정된 이후 매년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북한 인권에 대해서 워싱턴은 굉장히 일치된 의견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도 미국 정치권에서는 트럼프에게 절대 북한의 인권 문제를 포기하거나 무시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보나.
   
   “그렇다. 사실 나는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것 자체에 전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만약 미·북 정상회담을 연다면 선행조건을 달아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자면 한국전 포로, 납북자 등 억류된 이들을 일부라도 풀어주거나 국제적십자사가 정치범수용소에 직접 들어가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전까지는 절대로 정상회담 자체가 열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유세계의 지도자가 독재자·대량학살자와 마주 앉아 협상하려면 적어도 그 정도의 움직임은 요구해야 한다. 그가 정말로 진지하게 평화를 원하는지, 진지하게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나는 그(김정은)가 사실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고 단지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국면을 타개하고 정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지금은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순이 아니란 반박도 있다. 북한이 개방되면 자연히 주민들의 인권이 개선될 것이란 의견이다.
   
   “중국을 보자. 중국은 여전히 공산당이 일당독재하지만 개혁·개방으로 번영하게 됐다. 하지만 강력한 일당독재 체제인 중국은 종종 한국 등 주변국을 위협하지 않나. 그런 식으로 개방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인권 개선을 뒤로 미룬 채 북한 인민들의 목숨을 두고 모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기사를 출고하던 5월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데리고 평양을 출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숄티 대표의 예상대로였다. 숄티 대표를 만나던 5월 4일은 이들의 석방이 점쳐진다는 관측만 나오던 시점이었다. 이 관측을 어떻게 보냐고 묻자 숄티 대표는 “북한이 정상회담 전에 이들을 석방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북한은 특정 시점에서 억류자들을 협상카드로 사용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3명의 억류자들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며 “이분들은 그냥 초대소에 있다가 병원으로 옮겨졌지 결코 구속되거나 수용소에 보내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초대소는 일종의 호텔 같은 시설로, 외부와의 접근은 차단되지만 정치범수용소나 교화소와는 전혀 다른 시설이다. 숄티 대표는 “북한은 미국인을 그곳(정치범수용소나 교화소)에 결코 보낼 수 없다”며 “그랬다간 나중에 올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정치범수용소나 교화소 내부가 어떤지를 알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숄티 대표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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