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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9호]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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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위기와 기회 사이 ‘반도체 코리아’ 운명 3년이 좌우한다

조현주  기자 

수년 전부터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설’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앞에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발 위기설’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간다. 반도체 분야에 대한 공격적 투자에 나선 중국의 모습이 한국에는 ‘위기’로 인식되는 한편 최근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일종의 ‘기회’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가 반도체가 생산되는 클린룸에서 생산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photo 삼성전자
반도체는 ‘한국 산업의 쌀’과 같은 존재다. 대한민국 제조업에서 반도체만큼의 위상을 가진 분야도 찾기 힘들다. 1992년 이후 매출액 기준으로 줄곧 왕좌를 지킨 미국의 인텔을 2017년 처음으로 앞선 삼성전자가 2018년 인텔과의 매출 격차를 벌리며 확고한 ‘반도체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선 것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의 ‘2018년 반도체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18년 반도체 매출은 전년(658억8200만달러)보다 26% 증가한 832억5800만달러로 추산된다. 2017년 2위로 내려간 인텔의 2018년 매출은 701억5400만달러로 예상돼 1위 탈환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도 매출이 2017년(617억2000만달러)보다 14% 증가했지만 삼성전자의 증가 폭을 뛰어넘지 못했다. 2017년 삼성전자와 인텔의 반도체 매출 격차는 약 41억달러였는데 2018년 131억달러로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도 2017년보다 41% 늘어난 377억31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15개 중 최고의 매출 증가율이다. 2017년 매출 순위 4위였던 SK하이닉스는 2018년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를 누르고 처음으로 톱3 진입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매출 기준으로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 기업 D램 점유율 74.6%
   
흔히 반도체를 이야기할 때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로 구분을 짓는다. 메모리반도체는 데이터를 기억·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시스템반도체는 연산처리를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비롯해 전력관리 등 전체 시스템을 아우르는 역할을 한다.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산업에서 일본을 제치고 지난 1993년부터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다시 D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 Flash)로 나뉘는데 두 분야 모두 한국 기업이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매출 기준으로 D램 시장점유율 현황은 삼성전자 45.5%, SK하이닉스 29.1%, 마이크론 21.1% 순으로 나타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 점유율이 74.6%에 달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35.6%, 도시바 19.8%, WDC 14.9%, 마이크론 13.1% 순으로 집계됐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2016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고성장을 이어갔다.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IT기업들이 빅데이터를 저장할 데이터센터 규모를 확대하면서 서버용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영역의 수요가 대폭 증가하면서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하는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말 그대로 ‘수퍼 호황’을 누렸다.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 24조7700억원, 영업이익 13조6500억원을 올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D램 시장점유율 2위 SK하이닉스 역시 최대 실적을 올렸다. SK하이닉스의 지난 3분기 매출액은 11조4168억원, 영업이익은 6조4724억원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고 성적이었던 전 분기의 매출 10조3705억원, 영업이익 5조5739억원의 기록을 경신해 주목을 받았다.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시기 공교롭게도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2019년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고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있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 11월 27일 ‘반도체 시장 전망’을 통해 반도체 시장이 2018년 4780억달러에서 2019년에는 4901억달러로 2.6%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전망치인 2780억달러는 전년도에 비해 15.9% 성장한 것인데 1년 만에 성장률이 13.4% 하락 전망된 것이다.
   
   또 D램,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8년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는 1651억달러로 예상되는데 2019년에는 1645억달러로 줄어들어 0.3% 역성장이 예상됐다. WSTS는 “2019년 세계 반도체 시장은 광학전자기기와 센서 등의 약진으로 약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메모리반도체는 소폭 역성장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2018년 4분기 반도체 분야 영업이익이 2017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지 못하고, 2019년 1분기에는 7조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발 위기론’이라는 외풍까지 불고 있다. 사실 중국발 위기론은 2014년 중국이 반도체 육성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줄곧 제기되어왔다. 중국은 2014년 6월 ‘국가 반도체 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고 반도체투자펀드를 설립했다. 펀드를 통해 중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된 금액은 지난 2년간 1500억위안(약 26조원)에 이른다.
   
   중국의 반도체 육성은 첨단기술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보다 구체화됐다. 반도체를 비롯한 차세대 정보기술을 10대 핵심 육성산업으로 선정하고,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게다가 지난 8월 쯔광그룹(칭화유니) 계열의 창장메모리(YMTC)사는 ‘2018 플래시 서밋’에서 64단 3D 낸드 개발에 성공했고 성능과 내구성 등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또 해당 제품의 양산 일정도 2020년 초에서 2019년 중반으로 앞당겼다. 2016년 11월 32단 개발을 알린 지 2년여 만의 성과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추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 SK하이닉스가 지난 10월 4일 완공한 충북 청주의 낸드플래시 공장 M15 전경. photo SK하이닉스

   중국발 위기론은 시기상조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중국은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미 개발을 완료한 32단 낸드 제품도 원가 등을 이유로 양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기술 격차도 여전히 크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이 중국 반도체 업계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것 또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D램 제품의 경우 사실 아직 완제품이나 제품양산 단계에 들어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정확히 확인할 방법은 없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8월 중국이 미국에서 발표한 3D 낸드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전혀 다르다는 것만 파악했다. 쉽게 말해 하나의 칩 안에 모든 기능이 축적돼 있어야 하는데 중국은 이 칩을 두 개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전혀 다른 기술이긴 하지만 (반도체) 제조기술 측면에서 볼 때는 한국이 사용하는 기술보다 2년 이상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 또한 “정치적 변수, 제품기술 측면 등을 고려해볼 때 당장 중국발 위기론을 말할 단계는 아닌 듯하다”고 밝혔다.
   
   물론 중국이 당장 새해부터 D램이나 낸드플래시 시제품 정도는 생산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저가 시장에서 2~3년 내에 상당한 물량을 쏟아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한태희 교수는 “하지만 고성능서버,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메모리반도체까지 생산하려면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관련된 한국과의 기술 격차는 3년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메모리반도체를 대량 생산한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지적재산권 문제다. 한태희 교수는 “중국 반도체를 제품 세트에 장착할 경우 특허나 기술 관련 지적재산권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내 업계에서도 일단 중국으로 인한 영향은 단기적으로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서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계추는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3년 2월 이병철 당시 삼성전자 회장은 일본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삼성의 고부가가치 반도체 자체 생산 계획을 알린 ‘2·8 도쿄선언’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도전은 곳곳에서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일본 미쓰비시연구소는 삼성전자의 빈약한 기술력, 작은 회사 규모와 부족한 사회간접자본 등을 이유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실패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1983년 5월 64K D램 개발을 시작했고 1년도 지나지 않은 1983년 말 64K D램 양산에 성공한다. 그리고 10년 뒤인 1993년 일본을 제치고 메모리반도체 최강자 자리에 올라섰다.
   
   
   “골든타임을 잡아라”
   
한국 경제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닥쳐올 위기’에 대한 대비는 보다 철저해져야 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1~2년이 ‘중국발 위기’에 대비할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와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2019년에는 공격적 설비투자보다 지금까지의 투자를 바탕으로 기술 고도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변화에 맞춰 공급을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는 한편 위기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 전반을 담당하는 김기남 부회장은 최근 열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위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줄 것을 주문했다. 동시에 ‘초(超)격차’ 경쟁력 강화와 함께 메모리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 강화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불안한 시장 전망 속에서도 기술고도화를 위한 투자를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2월 19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차세대 극자외선 노광 미세공정을 적용할 신규 생산라인 ‘M16’ 기공식을 열었다. ‘M16’은 2020년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후 시황에 맞게 생산 품목과 규모를 책정해 순차적으로 장비투자가 시작된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5년 경기도 이천 ‘M14’ 공장을 완공하면서 총 46조원을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이 약속한 투자 기한은 2025년까지지만 투자량이 늘면 조기에 달성될 수도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9년은 전반적으로 업계의 투자가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까지 시설설비 등에 대한 투자 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에 2019년은 투자에 대한 속도조절에 나서야 할 때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에 대한 속도조절을 하다 보니 마치 투자 규모가 확 줄어든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 역시 상당한 규모다. 투자가 늘기 시작한 2016년과 비슷한 정도의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의 추격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한태희 성균관대 교수는 “지금의 세계 반도체 1위국 지위는 사실 기업 주도적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그동안 정부 국책사업이나 반도체 인력 양성 측면에서 반도체 쪽은 오히려 소외된 측면이 있었다”며 “여전히 반도체 분야 인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가 반도체 관련 국책사업을 확대하는 등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술의 경쟁력
   

   1993년 메모리 반도체 1위 탈환에 나섰던 삼성전자 반도체의 강점은 ‘속도’에 있다. 새로운 공정을 적용하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하고 점차 쌓여가는 노하우를 통해 안정화도 빠르게 이뤄나가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10나노미터급 미세 공정으로 8Gb(기가비트) LPDDR5 D램을 양산하고 있다. 8Gb(기가비트) LPDDR5 D램의 의미를 풀어보면 삼성전자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10나노급은 현재 D램 생산에 활용하는 공정 중 가장 미세한 수준이다. 8Gb는 4GB(기가바이트) 메모리를 만들 수 있는 일종의 ‘반제품 (半製品)’ 형태를 뜻한다. LPDDR은 ‘저전력(Low Power)’으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활용하는 제품 규격이며 이 역시 D램 제품 중 가장 난도가 높다. 숫자 5는 LPDDR 규격의 가장 최신 버전을 이른다. 즉 삼성전자가 D램 가운데 가장 최신의 규격 제품을 가장 미세한 공정에서 생산해내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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