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덕훈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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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미디어서치가 지난 4월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68.5%였다. 미디어리서치의 지난 연말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8.1%였고 취임 1주년 때인 2월 23일 조사에서 63.1%로 상승했으며, 이번 조사에선 70%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20대 46.9%, 30대 57.2%, 40대 63.5%, 50대 81.7% 등이었고, 60대 이상(89.6%)은 9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호남권(45.2%)에서만 50% 미만이었고 수도권(67.9%), 영남권(75.1%), 충청권(76.2%) 등은 70% 안팎으로 지지율이 높았다.

다른 조사 회사들의 여론조사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YTN·엠브레인의 4월 7일 발표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65.6%였다. 매주 실시하는 갤럽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월 첫째 주에 61%를 기록하며 6개월 만에 다시 60%를 돌파했다. 갤럽이 실시한 역대 대통령 조사에서 취임 2년차 2분기 지지율이 60%를 넘은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다음은 김영삼(55%), 김대중(52%), 노무현(34%), 노태우(28%), 이명박(27%) 전 대통령 순이었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논란과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 기초연금 공약 수정, 기초선거 불(不)공천 공약 번복 등 끊임없는 악재(惡材)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高空)행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박 대통령의 리더십 요인을 꼽는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언어의 절제력과 행동의 자제력을 근간으로 한 대통령의 차분한 리더십이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며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책과 민생 행보, 여당이 정치와 이념 이슈를 주도하는 책임 분산 전략도 주효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해 야당이 잘 대응했으면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처럼 상승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 부족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보고 있다”고 했다.

리더십 요인 이외에 ‘경기회복 기대심리’가 대통령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지난 2월 한국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등 연구진은 ‘거시경제 추이와 대통령 지지율’이란 논문을 통해 “대통령 지지율이 경기 상황에 대한 기대심리에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1993년 3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조사한 역대 대통령 지지율과 경제 변수를 연동해 분석한 결과, 소비자심리지수(Consumer Sentiment Index)와 종합주가지수 등 경기 상황에 대한 예측 지수가 대통령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국민이 경기가 좋을 것으로 내다보면 지지율이 올라갔고, 나쁠 것으로 예상하면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논문에선 “우리나라는 대통령 지지율이 대통령의 ‘과거 성과’보다는 ‘예측 성과’에 더 크게 의존함을 시사한다”고 했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 이후 갤럽이 매주 조사하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의 월평균 수치와 한국은행이 매달 조사한 소비자심리지수를 비교한 결과, 상승과 하강 곡선이 유사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초 공직자 인사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역대 최저치인 40%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북한의 잇단 대남 도발 위협과 개성공단의 일방적 가동 중단 등과 관련해 “원칙에 입각한 일관성”(청와대 설명) 있는 대북 정책을 강조하며 작년 6월에 처음으로 지지율이 60%대로 진입했다. 복지 공약 후퇴 논란이 불거진 8월 중순에는 50%대로 밀렸고 올해 초부터 50%대 초반에서 상승세를 타다가 3월 말 네덜란드·독일 방문 이후 다시 60%를 상향 돌파했다. 소비자심리지수의 흐름도 비슷하다. 박 대통령의 취임 직전인 2012년 말에 99로 하락했다가 취임 직후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2013년 6월에 105로 상승했다. 올해 들어선 108~109를 기록하며 15개월째 기준선인 100을 웃돌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넘어서면 생활형편과 경기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며,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중소기업 체감경기도 개선되고 있다. 최근 IBK기업은행 산하 IBK경제연구소가 전국 중소 제조기업 307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2분기 경기전망지수(BSI)는 114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높아지고 있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11일 발표한 ‘경기 판단 모형에 의한 경기 국면 진단’에 따르면 이런 흐름이 반짝 경기 상승이 아니라 중장기적 경기 상승을 알리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경제가 작년 상반기에 밑바닥을 찍고 현재 상승하는 새로운 경기 순환기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4년 안팎인 경기 순환기에서 현재 시점은 새로운 순환기가 시작돼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중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소비·투자·생산·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와 다양한 경기 판단 모형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감’과 ‘대통령 지지율’의 상관관계는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당시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율과 소비자심리지수는 유사한 추세를 보였다. 2008년 정권 초반부에 촛불정국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소비자심리지수도 80대에 머물면서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2009년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치(100)를 상향 돌파했고 곧이어 대통령 지지율도 상승 엔진이 가동되면서 20개월 동안 40% 이상을 유지했다. 이 전 대통령 임기 막판엔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에 미치지 못하고 밑돌면서 대통령 지지율도 20%대로 급락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국민들은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대통령의 노력과 그 결과에 관심이 높다”며 “경기 상승 또는 하락과 관련한 전망이 대통령 지지율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도 “IMF 이후 소비자심리지수나 실업률 등 몇 가지 경제적 지표들이 대통령 지지율의 기반이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거시 경제지표는 대통령 지지율 등락(騰落)의 배경 요인으로서 영향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란불이 켜지고 있는 거시 경제지표와 체감경기 사이의 괴리가 아직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체적으로 파이가 커지고 있지만, 한국 경제가 창출한 부가가치가 기업에 쏠리고 임금과 가계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손에 쥐는 돈이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명호 교수는 “지금으로선 대통령 지지율이 난공불락의 성(城)처럼 보이지만 경기 회복이 임기 후반기를 넘어가도 국민에게 확실하게 체감되지 않는다면 상당히 냉정한 평가가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 한규섭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기는 힘들어도 떨어지는 것은 쉽다”며 “지금까지 추세로 보면 박 대통령의 정치적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지율이 하락 국면에 진입하면 상승 국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진행된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6·4 지방선거가 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6·4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야권 승리의 필요조건 중의 하나인 정부 심판론이 작동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각 지역의 시도지사 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여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20~30%에 달하기 때문에 여권이 승부를 낙관하기 이르다. 가상준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이 낮으면 선거에서 대부분 여당이 패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것이 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를 보장해 주진 않는다”며 “총선이나 지방선거처럼 임기 중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여당이 패할 경우엔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2011년 초 동아시아연구원(EAI)이 발표한 ‘대통령 집권 4년 전망’이란 보고서의 부제(副題)는 ‘문제는 경제다!’였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 후보의 슬로건이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economy, stupid)’를 본뜬 이 보고서는 “악화 국면으로 접어든 체감경제 추세를 되돌리지 못할 경우 국정 지지율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70%에 육박하는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체감경제 부진의 책임을 집권 초기 정부에 묻지 않은 시기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앞으로 체감경제의 부진 책임을 현 정부에 묻기 시작하면 지금까지와 달리 대통령 지지율의 큰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엔 정치·외교 변수와 함께 경제 변수에 의한 영향이 크다”며 “앞으로도 국정운영의 중심을 경제에 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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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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