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방아는 물살을 안고 도는데

우리 집 낭군님은 날 안고 돌 줄 모르네.’

님은 뗏목을 타고 한양으로 떠났다. 아우라지에서 생이별을 하고서 올 줄 모른다. 한양까지 거센 물길을 타고 남정네는 그리 떠났다. 물길만큼 거친 남정네는 물레방아만큼도 살갑지 못해서 아낙은 그리 노래했다.

정선아리랑에도 등장하는 물레방아는 120년째 돌아간다. 강원도 정선 백전리에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물레방아다. 개울을 사이에 둔 정선 백전리와 삼척 한소리 사람들은 물레방아를 아직도 쓴다. 잣나무 그늘 아래 감자를 심고, 개울 물 끌어들여 방아를 찧는다.

20년 전, 백전리는 오지 가운데 오지였다. 지도에도 끊겨 있는 길. 그 길을 물어물어 오지 탐험꾼들이 찾아가 보니 물레 옆에서 아낙들이 나물을 뜯고 있었다. 그때도 여자들은 노래했다. 낭군님은 물레방아만큼도 정이 없다고.

백전리 물레방아는 강원도 민속자료 6호다. 화전(火田)을 일구던 주민들에겐 그 시절 생활방식이 익숙하다. 물레방아는 화전민 공동체를 유지하는 중요한 도구였다. 원래 여섯 개 있던 물레는 다 사라지고 하나만 남았다. 물레는 지름이 250㎝, 폭은 67㎝다. 방앗간은 1992년에 다시 지었다.

시대가 광속(光速)으로 날아가더니 어느새 한 해가 가고 2015년이 되었다. 많은 게 변해도 변함없는 무엇이 있는 법이다. 백전리 물레방아가 그중 하나다. 변함없이 늘 그러하게. 렌즈= 24-70mm, 셔터스피드= 1/60초, 조리개= f5.0, 감도= ISO125. 2014년 8월 촬영

박종인 조선일보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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