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라파예트백화점에 입점한 투쿨포스쿨 매장에서 프랑스인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photo 투쿨포스쿨
프랑스 파리 라파예트백화점에 입점한 투쿨포스쿨 매장에서 프랑스인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photo 투쿨포스쿨

지난해 5월 프랑스 파리 라파예트백화점에 한국 토종 브랜드인 ‘투쿨포스쿨(too cool for school)’이 입점했다. 그것도 샤넬 매장 바로 맞은편에 들어섰다. 라파예트그룹의 필립 우즈에 회장은 “투쿨포스쿨은 내가 가장 아끼고 마음에 들어하는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라고 쇼케이스에서 말했다.

이 백화점에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한 것은 최초다. 프랑스의 라파예트백화점은 프랑스 파리 9구 오스망 대로에 위치한 대형 백화점으로 현재 프랑스 최대 백화점이다. 이 백화점에는 최고급 명품 매장이 입점된 것은 물론 세계적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도 자주 개최된다. 내로라하는 패션업체들이 입점을 꿈꾸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 초에는 한국 화장품 로드숍업체 ‘토니모리’가 유럽 최대의 유통업체 세포라(SEPHORA)를 통해 프랑스에 입성했다. 세포라는 세계 1위의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산하의 세계 최대 화장품 유통사로, 세포라를 통해 한국 화장품이 유통되는 건 최초다. 토니모리는 오는 5월 13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의 세포라 매장에서 대대적인 론칭 행사를 연다. 특히 프랑스 샹젤리제 매장은 유럽 14개국 매장 중 최대 규모로 입점할 예정이다.

토니모리는 지난 2월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세포라 프랑스 섬머 2016 프레스 데이(SEPHORA FRANCE SUMMER 2016 PRESS DAY)’를 통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행사 당일 코스모폴리탄, 보그, 엘르 관계자 등 500명이 넘는 프랑스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토니모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행사는 5월 토니모리의 세포라 유럽 입점을 앞두고 사전반응을 살피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행사를 통해 힘을 얻은 토니모리는 프랑스 론칭 행사를 시작으로 프랑스의 세포라 매장 329곳에 입점하게 된다. 올해 말까지는 유럽 14개국 825개 매장에 입점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토니모리가 유럽에 수출하는 초도 발주량만 100만개가 넘는다. 홍수지 토니모리 홍보팀 프랑스마케팅담당자는 “프랑스에서 토니모리의 귀엽고 개성 있는 제품 디자인에 큰 관심을 보였다”면서 “바나나 핸드밀크, 판다 캐릭터 용기 제품 등 독특한 디자인과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 등 35개 정도를 먼저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럽 내 한국 화장품 수입, 프랑스 1위

프랑스인의 한국 화장품에 대한 애정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지난해 유럽집행위원회가 발표한 EU 국가별 한국 화장품 수입점유율을 보면 프랑스가 35%로 1위다. 2위를 차지한 영국(16%)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프랑스의 한국 화장품 수입 규모 또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12년 450만유로(약 59억원)였던 수입 규모는 2015년에 1640만유로(약 218억원)로 증가했다. 불과 3년 만에 네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수출 효자상품은 색조화장품군이다. 유럽집행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입술화장용 제품이 전년대비 272%가 늘었다. 기초화장품 제품 또한 전년대비 155% 증가했다.

프랑스에 한국 화장품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한류 열풍과 맥을 같이한다. 프랑스에 불어닥친 한류는 지난해부터 K-뷰티(beauty)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열광하면서 여기에 등장하는 한국 화장품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의견도 있다. 윤하림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파리무역관은 “최근 파리를 중심으로 한국 식당도 점차 늘어나는 등 음악, 드라마, 화장품까지 한류가 더 거세지고 있다”면서 “아직은 초창기지만 상승세가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 화장품의 본고장인 프랑스의 문을 두드린 업체는 ‘투쿨포스쿨’과 ‘토니모리’가 처음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1990년대 초반에 프랑스에 공장을 설립해 현지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1988년 프랑스 시장에 순(soon)이라는 기초화장품을 출시했다가 실패한 후 새롭게 세운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는 프랑스 화장품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에 1990년 아모레퍼시픽은 프랑스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메이드 인 프랑스(made in france)’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바로 향수 브랜드인 ‘롤리타 렘피카’다.

‘롤리타 렘피카’는 프랑스에서 출시 1년8개월 만에 1%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향수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한국 향수가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롤리타 렘피카의 성공으로 아모레퍼시픽은 2003년, 파리시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그 다음해인 2004년 4월에는 프랑스 샤르트르 지역의 약 10만㎡에 현대식 설비를 갖춘 공장을 준공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프랑스 향수시장에 더욱 주력했고, 2011년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향수 브랜드인 ‘아닉구탈(Annick Goutal)’을 인수했다. 아닉구탈은 프랑스의 유명 피아니스트이자 패션모델이었던 아닉구탈이 만든 감성적인 향수 브랜드로, 전 세계 40여개국에 135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크리스챤디올 측은 지난해 6월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에어쿠션 기술력을 배우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프랑스에서 향수시장과 화장품 관련 기술력을 확실히 인정받고 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이 프랑스에서 내놓은 향수 제품은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닌 ‘메이드 인 프랑스’로 팔리고 있다는 점과 기초제품들은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다.

정체성 분명한 독특한 개성의 화장품

프랑스 세포라 매장에서 판매되는 토니모리의 판다 용기와 바나나 모양의 핸드크림 제품. ⓒphoto 토니모리
프랑스 세포라 매장에서 판매되는 토니모리의 판다 용기와 바나나 모양의 핸드크림 제품. ⓒphoto 토니모리

현재 프랑스 현지에서 스킨·로션 등 기초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국 화장품업체는 ‘투쿨포스쿨’이 유일하다. 2010년 홍익대학교 앞에 처음 문을 연 한국 토종 화장품 브랜드인 ‘투쿨포스쿨’은 사실 한국인에게도 생소한 브랜드다. 신생 브랜드 ‘투쿨포스쿨’은 어떻게 프랑스 최고의 백화점에 입점하게 됐을까. 2년 전인 2014년 투쿨포스쿨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편집숍인 콜레트(colett)의 프로모션 행사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때 라파예트백화점 관계자가 콜레트에 입점해 있는 투쿨포스쿨 매장에 들러 제품을 보게 됐고, 투쿨포스쿨의 매장 콘셉트 및 제품에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 실용성을 강조한 제품들과 독특한 용기 디자인에 반한 라파예트 측은 투쿨포스쿨 측에 파리 본점에 입점 제안을 먼저 하게 된다.

투쿨포스쿨은 국내보다 프랑스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투쿨포스쿨 측은 “정확한 매출은 공개할 수 없지만, 프랑스 현지에 있는 매장에서 프랑스인이 구매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이라며 “특히 20~30대 프랑스 여성이 많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인을 사로잡은 투쿨포스쿨의 화장품은 독특한 면이 많다. 일단 매장 분위기부터 다르다. 작업실 분위기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매장에는 마네킹 얼굴, 비커, 시약병 등 다양한 소품들이 전시돼 있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기능성까지 더했다. 제품을 2단으로 만들어 위에는 파운데이션, 밑에는 BB크림을 담은 것이 대표적. 의외로 프랑스에서는 화장품 원료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달걀과 한국 전통 막걸리를 활용한 제품도 인기가 좋다. 특히 달걀을 주원료로 만든 에그무스팩은 반응이 뜨겁다. 유기농 인증협회 유럽에코서트에서 친환경으로 인증받은 모로코 점토 ‘가슬’을 이용해서 만든 제품도 있다. 모로코 가슬 라인은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높은 프랑스인을 공략해 내놓은 상품군으로, 유기농 화장품의 시장점유율이 매년 높아지는 프랑스 화장품 시장을 읽은 결과다.

투쿨포스쿨은 올해 하반기에 라파예트백화점에 42개 매장을 새로 열 계획이다. 프랑스 진출 1년 만에 얻어낸 성과다. 새로 입점하는 42개의 매장에서는 일본 화장품 브랜드를 대거 철수한다고 한다. 한국 화장품이 일본 화장품을 밀어내는 형국이다. 김수민 투쿨포스쿨 프랑스영업담당자는 “한국 제품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것이 프랑스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 중 하나”라며 “이제는 프랑스인도 한국 제품이라고 하면 질 좋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화장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화장품 패키지 선호

아직 프랑스에 진출한 한국 화장품업체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상승세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Y사 담당자는 “앞으로 프랑스 화장품 시장은 다기능성 화장품, 감각적인 화장품 용기에도 많은 관심을 더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랑스 화장품 L사 담당자는 “프랑스 화장품 업체들이 혁신개발부서 및 연구소를 설립해 화장품과 기술을 융합하는 추세”라며 “혁신 기술을 살린 한국 화장품의 프랑스 진출은 전망이 밝다”라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프랑스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랑스 공략에 성공한 중소업체인 투쿨포스쿨과 토니모리가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다. 한국 화장품만의 차별화된 기능성과 독특한 콘셉트를 십분 활용한 전략으로 프랑스에 입성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코트라 윤하림 파리무역관의 설명이다. “파리에서 화장품 관련 바이어들을 만나보면 과거보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체감한다. 앞으로 다른 화장품 업체들의 프랑스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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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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