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저는 아르키메데스의 실험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르키메데스의 실험에 반박하는 내용을 발표하겠습니다.” 지난 주 과학사에 널리 알려진 실험에 대해 분석하고 발표하는 수업시간. 1학년 때 연구지도를 한 인연으로 잘 알고 지내던 3학년 학생의 발표였다. 아르키메데스가 누구인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가 발견해 낸 유레카의 원리는 불변의 진리처럼 당연시돼왔다. 물론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증명됐다. 그런데 아르키메데스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발표를 하겠다고? 발표 전부터 궁금했다.

그 학생은 먼저 차분하게 ‘유레카’의 기원을 설명하며 아르키메데스가 왕관에 대한 실험을 하게 된 계기와 방법에 대해 발표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알던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그 학생은 친구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르키메데스가 순수한 금으로 만든 왕관과 은이 섞인 왕관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알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순간 나는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껏 물리학을 공부하며 한 번도 아르키메데스의 실험과 그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를 의심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그 학생은 순수한 금으로 만든 왕관과 은이 섞인 왕관 사이의 부피 차이를 계산하여 식을 유도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1㎏을 넘는 금관이 드물고 신라 천마총 금관도 750g 정도라는 사실을 근거로 당시 금관을 0.7㎏이라고 가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당시 금관을 만든 장인이 20% 정도의 금을 가로챘다고 했을 때, 넘쳐난 물의 부피는 6mL 정도라고 예상했다. 소주잔의 용량이 50mL이니 6mL라고 하면 얼마나 소량인지 감이 올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정도의 부피 차이라면 표면장력이나 물체를 넣을 때의 수면의 요동 등의 조건 때문에 그 차이를 알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과학에서도 ‘넘친다’는 조건이 까다로워서 부피 측정 시 ‘Overflow Can’이라는 장치를 사용하곤 한다.

그 학생은 “현재 시세로 볼 때 당시 금관을 만든 장인은 1000만원 정도를 떼먹은 셈”이라며 “내가 만약 아르키메데스였다면 물속에서 금관과 같은 부피의 금덩어리를 양팔저울에 각각 매달아 무게를 측정하면 더욱 쉽게 금관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표가 끝나자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나 역시 매우 기뻤다. 천하의 뛰어난 인재를 교육할 때 느낀다는 군자삼락(君子三樂) 중 삼락(三樂)이 이런 건가 싶었다. 이 학생의 발견을 단순히 수업시간을 위한 발표만으로 사장(死藏)시키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그렇다.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과학적 사실을 의심하고 탐구하여 좀 더 발전된 방향을 제시한 이 학생이야말로 과학자의 표상이다. 과학은 자연계의 원리를 이해하는 학문을 넘어서 과학적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기도 하다. 이 학생처럼 과학을 과학자의 자세로 대하는 학생들이 많아져서 우리나라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그날을 기대해본다.

김민철

경기과학고등학교 물리교사

김민철 경기과학고등학교 물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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