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인천에 거주하는 A씨는 3년 전쯤 단독주택을 지으려고 마음먹었다. 지인으로부터 시공업자 B씨를 소개받았다. A를 만난 B씨는 자신이 지었다는 그럴듯한 건물들을 A씨에게 소개하며 “멋진 집을 지어주겠다”고 했다. 다만 “미학적 관점에서 집을 지으려면 설계부터 고급 건축자재 구매에 선금이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멋진 집을 짓고 싶은 욕심이 생긴 A씨는 B씨에게 선금을 주고 주택건축을 맡겼다. 하지만 정작 B씨가 지어올린 집은 미학은커녕, 비도 줄줄 새고, 난방도 제대로 안 되고, 수도꼭지도 제멋대로 붙어 있는 등 엉터리였다. 결국 B씨에게 속았다는 것을 안 A씨는 소송을 진행했다. 결국 A씨는 다른 업체를 찾아 하자보수를 맡기고, B씨와는 애초 계약금액에서 어느 정도 깎는 선에서 문제를 해결했다.

사례 2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50대 여성 C씨는 시가 20억~30억원의 땅과 건물을 갖고 있었다. 지인 D씨가 시공업자 E씨를 소개해주며 “땅만 제공하면 그 위에 새 건물을 올리고 공사비는 상가를 분양한 돈으로 갚으면 된다”고 했다. 자기 돈 들일 것도 없이 내 땅에 새 건물을 지어올릴 수 있었다. C씨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 하나 없는 장사였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져 분양이 안 되면서 문제가 터졌다. 시공업자인 E씨는 공사를 하던 중간에 공사비를 달라며 현장을 세웠다. 결국 코너에 몰린 C씨는 땅을 저당 잡힌 뒤 은행대출, 고리의 사채까지 당겨쓰다가 결국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현재 C씨는 멀쩡한 땅도 날리고, 남편과도 이혼한 채 공공근로를 하며 연명하고 있다.

사례 3 경기도 광명에서 다세대주택 신축 임대업을 하는 박모씨는 늘 공사 시작 때마다 떡을 빚어 옆집 주민들을 일일이 찾는다. 인근 지역의 특성상 다세대주택에 사는 신혼부부들이 많다. 공사에 따른 민원이라도 들어오면 공사가 늦어지는 등 손해가 막심해서다. 일단 공사가 시작되면 현장에서 거의 살다시피한다. 가장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은 단열재와 전등, 방수재 등의 정확한 시공 여부다. 이들 자재들은 눈에 잘 띄지도 않을 뿐더러 주문한 것과 다른 자재로 시공하는 경우가 허다해서다. 박씨는 “주문한 것과 다른 싸구려 자재를 쓰는 경우도 많다”며 “완공 후 1년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내 집 짓기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자기 건물을 한 번이라도 지어본 사람들은 ‘주택 신축’이란 말이 나오면 “10년 더 빨리 늙는다”며 한결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대형 건설사가 번듯하게 지어놓은 신규 아파트 입주나 기존 주택 매입과 달리 자가 주택 신축은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우선 주택 신축에 필요한 땅이 필요하다. 내 집을 자기 집처럼 성실히 지어줄 설계업자와 시공업자도 물색해야 한다. 관청으로부터 주택 신축에 필요한 관련 인허가를 얻어야 한다. 혹시나 주택 신축 과정에서 이웃 주민들과의 송사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을 생각하며 지레 겁부터 먹고 나가떨어지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서울 단독주택 착공 2배 늘어

단조롭고 획일적인 아파트 생활에 싫증을 내는 사람이 늘면서 내 집 짓기에 도전하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착공실적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주택착공실적은 6만2810건에 달했다. 이는 2013년의 4만8221건에 비해 급증한 것이다. 서울과 경기도의 주택착공실적이 돋보인다. 2013년 673건에 불과하던 서울의 단독주택 착공실적은 지난해 1265건으로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경기도의 경우도 2013년 7968건에 불과하던 단독주택 착공건수가 지난해 1만1484건까지 급증했다.<68쪽 그래프 참조> 이는 은행금리가 사실상 ‘제로’인 초(超)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이 단독주택 신축에 나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 외곽 경기도 등지에는 타운하우스 등을 신축해 거주하는 사람도 급증했다. 서울시 박중섭 건축관리팀장은 “전반적으로 주택경기가 활성화됐고, 저금리로 인해 전세가가 역(逆)으로 폭등했다”라며 “재건축 이주 수요에 따라 ‘집장사’들이 소규모 주택 신축을 많이 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건설부동산업계와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자가 주택 신축 과정에서 대다수 분쟁은 건축주와 시공사 사이에 일어난다. “주택 신축 관련 법률분쟁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 법조계 관게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건물 신축 과정에서 추가 공사비 정산 등 돈 문제가 결부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큰 문제는 건축주와 시공업자가 간에 시공계약을 체결할 때 작성한 부실한 계약서 탓이다. 적게는 수천만~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수백억원까지 들어가는 건물 신축 계약서를 너무 대충대충 작성한다는 것. 심지어 구두계약으로 공사를 맡기는 ‘간 큰 사람’도 간혹 있다. 이렇다 보니 공사 진행 과정에 요구사항이 달라져 추가로 자금소요가 발생하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 법적인 분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악성 건축업자들은 일단 염가(廉價)로 공사를 수주한 뒤에 나중에 각종 명목으로 공사비를 증액해 달라고 떼를 쓰고 나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단 건물을 착공한 상황에서는 공사대금 명목으로 미리 선금을 받아 챙긴 시공사가 갑(甲)이 된다. 공사 선금을 주고 졸지에 을(乙)이 되어버린 건축주 입장에서는 건축사가 공사비 미지급 등을 이유로 건설현장 자체를 올스톱 시켜버릴 경우 대책이 없어진다. 하지만 건축주와 건축사는 전문지식에 있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건축주가 앉아서 눈뜨고 당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광명에서 주택 신축 임대업을 하는 박씨는 “일반인들은 평생에 한 채를 지을까 말까 하는데 업자들은 돈 벌기 위해 동시에 여러 채를 지으니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단독주택의 경우 3.3㎡(1평)당 건축비가 대략 300만~400만원 내외에서 형성되는데 시공업자를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시공금액 역시 천차만별이다. 결국 건축주 입장에서는 건축사의 선의에 기대는 수밖에 없고,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시공업자가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기계량기 등 전기, 배관 공사를 할 때는 계약금액에 포함된 것이 아니라면서 추가로 각종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법무법인 ‘민율’의 배철욱 변호사는 “추가시공, 자재변경 등에 대해서는 사전에 건축주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며 “협의를 거치지 않은 추가시공 대금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것으로 약정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 외곽에 전원주택을 지어 거주하는 한 중견 상장사 회장은 “시공업체에서 부르는 가격의 두 배 정도 든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라며 “건축사를 잘 만나는 것은 복 중의 복”이라고 말했다.

대출로 집 짓기는 폭탄 돌리기

충분한 자기 자본 없이 건물 신축에 돌입할 경우도 더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대개 부동산 활황기의 경우 은행 담보대출 등을 통해 건설비를 충당하는 경우도 많다. 예상치 못한 일로 자금 확충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제2금융권이나 사채 등을 쓸 수밖에 없다. 또 결국 안 되면 공사를 중단한 채 경매에 부치고 개인파산을 신청하고 길거리에 나앉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한다. 법률사무소 ‘집’의 원영섭 대표변호사는 “자기 자본으로 집을 짓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 차이”라며 “대출로 집을 지을 경우 폭탄 돌리기와 같은데 최악의 경우 건축주가 사채로 돌려막다가 개인파산을 신청하고 자살까지 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서화’의 임성욱 변호사는 “정식면허가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지고, 시공실적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건축주의 집을 자기 집처럼 지어줄 성실한 시공업자를 만나는 것은 ‘모래 속에서 바늘 찾기’와 비슷하다. 제도적 허점 탓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연면적 661㎡(약 200평) 이하의 집은 종합건설회사가 지을 필요가 없다. 개인주택이나 조그만 상가건물의 경우 공사 인부 몇몇을 부릴 수 있는 영세업체들이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큰 건물과 같은 경우 정초석(定礎石)에 시공업자의 이름을 새기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주택의 경우는 누가 지었는지 알 길이 없다.

사실상 시공실적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힘들거니와, 간혹 “자기가 지은 집”이란 시공업자의 말도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건축주 입장에서는 주변의 입소문과 시공업자들의 선의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만약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단 공사를 중단시킨 뒤, 기존 시공사와 공사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이 경우 공사현장에 대한 점유를 확보하 고, 소송에 대비해 현장에 대해 미리 사설감정 등을 받아두는 것도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임성욱 변호사는 “계약 단계에서부터 시공사 측에 이행보증보험에 가입하고 계약금, 중도금 각 단계별로 보증보험 액수를 늘릴 것을 요구해야 한다”며 “공사실적이 없는 업자는 애초에 보험가입이 안 되거나, 높은 보증금이 자연히 부실업체를 걸러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주변 건물주와 친해져라

간혹 건축주와 시공사가 아닌 건물을 신축하는 건축주와 기존 건물주, 입주민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흔히 말하는 조망권, 일조권, 공사소음 등의 다툼이다. 기존 주민이나 건물주 입장에서는 건물 신축으로 인해 조망권과 일조권이 침해당해 재산가치가 하락하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건물 신축으로 인한 소음도 여간 신경 쓰이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들은 법원에서 잘 인정해 주지도 않거니와 그다지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다. 건물을 신축하는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심각한 문제는 건물 신축으로 인한 균열 등의 문제다. 공사 진동 등으로 인해 이웃집 건물의 담벼락에 금이 가거나 무너지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기존 건물주의 재산가치를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생명의 위협까지 초래할 수 있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건축주와 기존 건물주 간의 감정싸움을 넘어 법정다툼까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균열의 경우 원인을 밝히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내 집에 균열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균열이 원래 있었던 것인지 건물 신축으로 인한 것인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애초에 신축 과정에서 약간의 위험소지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균열 계측기’를 미리 부착해 “내가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향후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지 않고 소송으로 진행 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건축주들이 주택 신축 현장을 매일매일 반드시 찾아가 볼 것을 권한다. 요즘 유행인 서울 근교에 지어지는 전원주택의 경우 거리가 멀다 보니 건축주 대부분이 건축사에 일임해 놓는 경우가 많다. 사실 찾아가는 데만도 1시간 이상 걸리다 보니 매일같이 현장을 둘러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멀더라도 매일 발품을 팔아서 현장을 둘러본 것과 아닌 것은 천지 차이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원영섭 대표변호사는 “주택 신축 현장에서는 공사 인부들이 공사 자재를 빼돌려 막걸리로 바꿔 먹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며 “비록 건축주가 아무런 건축지식이 없다고 해도 매일매일 발품을 팔아 신축 현장을 챙기면 일하는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재 중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집을 짓지 않는 게 속 편하게 사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가장 절실히 와닿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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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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